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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잡담 12> 패자를 위한 변명
강찬구 기자  |  phil6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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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13  1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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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님들, 그동안 애쓰셨습니다. 오늘은 몸이라도 푹 쉬세요. 아마 엊저녁부터 다리가 풀렸을 겁니다. 오늘 저녁 당신의 명운은 극으로 갈립니다. 어쩌면 오늘이 가장 마음 편한 날이 될지도 모릅니다.

선거란 게 결국 죽느냐 사느냐의 게임이지만 그리 공정한 거 같지는 않습니다. 사람들 모아 표를 찍게 해서 하나라도 많은 사람이 승자가 된다는 거. 이게 얼마나 비민주적입니까...? 사람됨이니, 생각이니, 가치관이니, 지향이니 그런 거 다 뭉개고...

오늘 저녁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충격을 받진 마세요. 낙선했다 하더라도 인간적 실패는 아니니 낙심을 거두기 바랍니다.

 

   
강찬구 전북포스트 발행인

당락은 차치하고, 아마 후보님이 기대한 것보다 적은 표가 나올 겁니다. 터무니없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놀라거나 당황하지는 마십시오. 선거라는 게 원래 그렇습니다. 기대치라는 건 높고,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마음을 비우시고, 이 귀한 하루의 자유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후보가 된 이후 당신과 만난 사람들은 모두 당신에게 긍정적 격려를 했을 겁니다. 가장 고무적인 격려는 “이미 판 끝났어.” “다들 좋다고 난리여...” 이 사람들은 실제로 당신이 당선될 거라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캠프를 열면 근거 없는 주관적 판단으로 ‘이 후보가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그 다음이 “걱정할 거 없어.” “안될 수가 없지...” 정도로 말하는 사람들. 이 부류는 해당 후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선거판에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긍정적으로 얘기합니다. “열심히 하면 될 거여...” “저 쪽도 힘든 갑더라고...” 정도의 수준이 그렇습니다. 동정과 격려가 섞인 말이죠.

후보는 이 모든 격려를 긍정적인 지지로 해석합니다. 모든 유권자가 ‘내가 된다.’고 말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실제로 후보가 만난 사람마다 그렇게 얘기했으니까요... 거기에 고무돼서 그 힘든 일정을 소화합니다. 선거 기간 동안 후보에게 “당신은 안 돼.”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후보는 실제로 선거 기간 동안 부정적인 사람들은 마주칠 기회조차 없습니다.

 

후보님은 그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캠프에서 일을 도와주는 운동원들과 캠프를 찾아와 격려해 주신 분들과 길거리에서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주신 유권자들, 그리고 밤마다 술집과 거리를 오가면서 악수한 사람들... 후보님들은 유권자 모두를 만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만난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당신이 후보가 된 뒤 만난 사람들의 다수는 매일 만나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길거리에서 당신을 연호하고, 사거리에서 유세할 때마다 환호하던 사람들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실상 운동원이라고 보면 됩니다. 당신 캠프에서 동원한 운동원들이 선거 기간 내내 당신과 함께 한 것입니다.

당신이 길거리에서 유세할 때 발걸음을 멈추고 당신에게 귀를 기울인 이들 가운데 대략 70%는 캠프운동원입니다. 그 인솔자가 캠프와 무전 연락을 통해 후보의 동선을 파악한 뒤 미리 가서 바람을 잡고 있습니다. 당신은 지역 주민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액면 그대로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 70% 때문에 순수한 주민 30%가 발걸음을 멈추고 당신을 주목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재미있는 실험을 예로 들겠습니다. 몇해전 EBS에서 방송한 ‘상황의 힘’이라는 기획물이 있었습니다.

길을 가던 사람 한 명이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주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다른 이 1명이 가세해 둘이 하늘을 봅니다. 반응이 없습니다. 3명이 하늘을 바라보면 상황이 변합니다.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이 하늘을 보며 무언가를 찾습니다. 하늘엔 사실 특별한 게 없습니다. 주변 상황에 이끌린 겁니다. 3명이면 집단이 형성되고, 사람들은 그 집단에 귀속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겁니다.

길거리 유세에 운동원을 동원하는 것을 캠프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집단성을 형성하는 것이지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그 속에 들어오게 됩니다. 순수한 30%의 유권자는 ‘낚였다’고 표현 할 수 있습니다. 30%를 낚기 위한 70%의 미끼. 그렇게 해서 그나마 30%라도 건지는 겁니다.

 

그러니 후보님이 그동안 모든 유권자를 만난 것 같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실은 극히 일부에 그칩니다. 오죽하면 국회의원 선거에 두 차례나 나간 행정 고위직 출신이 “그렇게 돌아 댕겨도 아는 사람이 없어...”라고 탄식했겠습니까...? 당신은 후보가 된 이후 부정적인 발언은 하나도 듣지 못했을 겁니다. 사람들은 구태여 남이 싫어할 말을 하지 않거든요.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보잘 것 없는 결과가 나올 경우 후보는 망연자실하게 됩니다. “아니 세상에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다 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그 배신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겁니다. 다 된다고 했는데 15%도 나오지 않다니...? “왜 그랬지...?” “어쩌다 이리 됐지...?” “뭐가 잘못된 거지...?”

결국 후보는 식음 전폐하고 앓아눕게 됩니다. 그 가열찬 선거 운동으로 몸은 이미 탈진한 상태입니다. 마음의 피로감까지 덮치면서 고꾸라지게 됩니다. 이적의 ‘거짓말’이 귓전에 맴돌게 될 겁니다. “좋은 사람이라 했잖아, 상처까지 안아준다 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그래서 선거에서 낙마하면 엄청난 후유증을 겪게 되고, 이를 이겨내지 못할 경우 영영 회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북에서 시장에 출마했던 한 후보는 젊고 건강한 편이었으나 낙선 이후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끝내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선거를 둘러싼 이런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그만큼 충격이 큽니다.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후보님들은 선거 결과를 겸허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자세가 필요합니다. 내가 못나서라고 자책하진 마시고,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환멸, 기존 정당에 대한 실망 등으로 졌다고 자위하세요.

속을 삭이지 못하면 속병 생깁니다. 영영 풀지 못해 가슴 속에 못이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스스로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그나마 다음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선거도 진 마당에 몸이라도 챙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 강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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