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불과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후보들은 이미 등록을 마쳤고, 3월31일 0시부터 선거운동에 들어갑니다. 예전에는 등록 직후부터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모든 후보가 동시에 시작합니다.

저는 이번 4.13 총선이 2018년에 계획된 지방 선거의 전초전이라는 점에 시선을 두고 주목하고 있습니다. 야권이 이분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총선이자, 이 결과가 2년 뒤에 치러질 지방선거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민주당의 텃밭’에서 ‘민주당’이 나뉘면서 유권자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강찬구 전북포스트 발행인

2018년 지방 선거를 잠깐 들여다볼까요...? 제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2018년 6월 13일에 열립니다. 대선은 그보다 앞선 4월 15일입니다. 여러 연유로 이전의 선거와는 판이하게 전개될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해 지방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맞장 대결이 이뤄질 것입니다.

현재 전북 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입니다. 국민의당에서 누구든 대항마를 낼 것입니다. 전주시장을 비롯한 기초단체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전북 대부분 기초단체장은 더민주당 소속입니다. 총선 이후 두 당이 합쳐진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계파 후보간에 치열한 싸움이 있을 겁니다. 이번 총선에서 주도권을 갖는 쪽이 지방선거에서도 주도권을 갖습니다.

단체장들은 이번 총선에 명줄이 달려 있습니다. 당장 다음 선거에서 대결이 불가피하니까요. 선거에 개입하고 싶은 마음은 ‘꿀떡’ 같을 겁니다. 나름대로 자신이 가진 조직들이 있지만 쉽게 움직이진 못할 겁니다. 선거법의 칼날이 두려워서...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엊그제 장세환 국민의당 전주시을 후보가 송하진 도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의 총선 개입설을 언급한 것도, 사실 여부를 떠나 더민주당 단체장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도 있고, 그냥 떠도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만 일침을 가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큽니다.

총선 이후 단체장 가운데에서도 국민의당으로 말을 갈아타는 사람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지방의원들의 이동은 더 활발할 것입니다. 이미 지방 정치권의 이동이 시작됐습니다. 28일에도 김제지역의 지방의원들이 대거 더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기에 더 절실할 겁니다. 명분으로는 후보를 돕기 위해 결심했다고 하지만 다음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자신에게 유리한 길을 찾는 것입니다. 정치는 표가 제일이고, 셈법이라고 누차 말씀드렸습니다. 표를 가진 지방의원은 후보 쪽에서 영입하려 하고, 당을 바꾸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지방의원은 당을 바꾸려 노력할 것이고요.

전북의 다음 지방선거는 출마자도 그만큼 많아지고, 입지자들의 이합집산도 커질 것입니다. 특히 전북의 유권자들에게는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이런 면에서 이번 총선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입니다.

지금 각 당 후보 사무실에는 수많은 지방선거 입지자들이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주축이 되는 운동원들이 자신을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뛰기 때문에 낯내기식 운동이 아니라 진짜 선거운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후보가 살아야 자신이 산다는 것은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목구멍’이 달린 일이어서...

일부 후보 진영에서는 운동원들을 이렇게 독려하기도 합니다. “후보를 위해 뛴다고 말하지 말라. 자기 자신을 위해 뛰는 것이다. 후보는 떨어져도 살 길이 있지만 선거에 지면 여러분들은 설 자리가 없다. 자신을 위해 뛰라.”고...

예전에 민주당이 야권 단일 후보로 독식하던 시절에는 경선이 본선보다 치열했습니다. 전북에서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고 나면 실질적인 선거운동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체면 치레 정도로 시늉만 하고 다녔습니다. 괜히 선거운동 한다고 나섰다가 선거법의 그물에 걸려들기라도 했다가는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형국이 되기 때문에 캠프는 내부 단속하느라 지칠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그렇게 여유 부릴 수 있는 후보는, 제가 보기에 한 명도 없습니다. 누구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심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각 후보 진영마다 여론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는 참고는 하되 믿지는 말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조사 결과도 중구난방입니다. 여론 조사를 믿었다가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유권자 선택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조차도 대부분이 오차범위내입니다. 여론조사에서 낮게 나왔다고 낙심할 것도, 높게 나왔다고 자만할 것도 없습니다.

제가 최근에 전주에서 만나 본 유권자 가운데 많은 분들이 “전북에서 더민주당이 몇 석이나 차지할까요?”라고 묻습니다. 그래서 제가 “왜 더민주당을 물으세요? 그런 질문이라면 새로 만들어진 국민의당을 물어야지요...?”라고 반문합니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따로 해석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선거판은 아직도 오리무중(五里霧中)입니다.

총선 이후에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세력 균형이 급속히 무너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 파장이 지방선거까지 가고요. ‘시소’는 양쪽의 균형이 맞을 때 수평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무거운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오게 됩니다.

한번 무너진 균형을 바로 잡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부익부빈익빈’이 가속화돼 한 쪽은 지리멸렬(支離滅裂)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2018년 지방선거는 총선보다 더 볼만 할 겁니다. / 강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