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임택준.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라 퍼포먼스와 설치 예술까지... 그의 예술적 감수성과 상상력은 국제적으로도 공감을 얻고 있다. 개인전만 23차례. 해마다 열어 온 셈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초청 전시를 했다. 단체전과 퍼포먼스, 설치 예술까지... 항상 관객들과 호흡했다. 전북에도 작가는 많지만 이런 작가는 흔치 않다.

임택준 화백.

그가 최근 복잡한 일에 휘말렸다. 설치 작품으로 만들어 놓은 집을 헐어야 할 상황이다. 그는 지난해 전주 인근 색장동에 시골집을 하나 구했다. 작업실 겸 살림집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 집을 구한 뒤 새로 단장했다. 뼈대는 그대로 둔 채 벽돌을 쌓고, 그 틈에 시멘트를 채웠다. 그는 직접 일을 한다. 나무 자르기도, 땜질도, 페인트칠도... 가진 게 없으니 몸으로 때울 수밖에...

문제는 최근 그가 테라스를 덧대면서 발생했다. 주택 앞에 테라스를 덧대고, 유리 공간을 만들면서 누군가 구청에 민원을 넣은 것이다. 일반인들은 모를 건축법을 운운하면서 그를 몰아세우고 있다. 구청에서는 민원을 근거로 이 집의 원상복구를 요구했다고 한다.

임택준 화백의 작업실 겸 설치작품.

시골집에 법을 들이대자면 성할 집이 없다. 그래서 시골집의 경우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용인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누군가 악의적으로 민원을 넣은 것이다. 행정기관으로서도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마... 그 집을 뜯어내야 한다고...?”

임 화백을 알고, 임 화백의 꿈의 놀이터를 알고 있는 이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그게 건축법에 위배된다고...?” “그게 집이야...? 설치 작품이지...?” “그걸 얼마나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임화백의 집.

이 집(위사진)이 그 집이다. 저게 집인가 작품인가...? 시골집에서 마당 쪽으로 목재 테라스를 내고, 그 위에 창틀을 만들어 유리를 씌우고, 밖에서 누구든지 보고 즐길 수 있는 저 공간이 법의 잣대로 칼질할 공간인가...? 이것이 건축법 위반인지도 알 수 없다. 면적도 크지 않다. 이걸 누군가 시비 걸어 온 것이다.

이 집은 한 예술가의 꿈과 열정이 담긴 놀이터다. 이곳에서 그는 상상의 나래를 펴고, 예술적 열정을 불사르면서 순수한 청년으로 살고 있다. 그의 꿈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예술가에게 꿈이 사라지면, 바닷길이 막힌 연어나 진배없다. 꿈과 희망이 사라진 마당에 열정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는 무척 상심해 있다. 평생 예술 작업만 해 온 사람이 법을 알 리 없다. 스러져 가는 시골집을 살 때는 상상의 나래를 폈다. 이 집을 설치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차올라 자기 손으로 집을 바꿨다. 성모상과 십자가가 있는 수도원 같은 내부 공간에도 곳곳에 예술가의 정취와 기지가 담겨 있다. 2층 다락방은 음악실이다. 진공관과 스피커 모두 헌 것을 갖다가 직접 손봤다.

집안 내부의 한 장면.

그는 이 마을의 희망이기도 하다. 그의 집이 생기면서 동네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집은 이미 명소가 됐다. 회색빛으로 스러지던 마을이 밝아졌다. 자주색 지붕과 연두색, 빨강색, 검은색으로 치장한 창틀. 담을 허물고 철근으로 설치 작품을 만들고, 그 곳에 등나무를 얹었다. 그는 주민들과 함께 마을문고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민원 통보를 받고 그는 무척 당황했다. 혹시라도 자신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불편했을까 봐 걱정이 컸다. 통보를 받은 다음 날 동네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과했다. 작업 하면서 소음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노파심에서... 그는 민원인이 마을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이 집으로 직접 불편을 겪는 사람이 아니라 외부인,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는 민원이다.

최근 전북의 한 일간지에 소개된 그의 집과 작품 세계, 인터뷰.

시골집은 현실적으로 엄격한 법 적용에 한계가 있다. 시골 살림은 필요한 공간이 많아 마당에 창고도 짓고, 개집도 짓는다.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 용인하는 것이 상례다. 행정기관도 주민들의 생활을 우선한다. 민원 때문에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지만 악의적 민원에 대해서는 규명할 필요가 있다. 건축법이라는 단순 논리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예술 작품이라는 점, 침체된 농촌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은 점, 마을 주민들이 환영하고 있다는 점, 미관상 긍정적 기능이 많다는 점, 마을의 랜드마크가 된다는 점,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외부인들이 오고 있다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옳다. ‘법대로’는 법원만으로 충분하다. / 강찬구 기자

전주 영화의 거리에서 퍼포먼스 한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