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삼례책마을 그림책미술관(관장 박대헌)에서 ‘우리들은 일학년’이라는 기획 전시를 마련해 9월 5일부터 12월 31일까지 계속한다.  

이 전시에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일학년 시절 교과서를 중심으로 받아쓰기 노트, 생활통지표, 상장, 책가방 등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옛 교과서와 추억’에서 드러나듯, 국민학교를 처음 입학하던 시절로 잠시 되돌아가는 시간 여행이 될 듯싶다.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삼례책마을 그림책미술관에서 ‘우리들은 일학년’이라는 기획 전시를 마련해 9월 5일부터 연말까지 진행한다.

우리 모두 국민학교 일학년을 통해 학교에서 동무를 만나고, 놀이를 즐기고, 글자와 셈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비록 세대 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일단 새로 만난 동무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다는 사실도 신기로운 것이지만, 같은 제목의 교과서를 통해 읽고 쓴 기억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되살아날 것이다.

상장과 표창장을 받아 우쭐대던 마음도, 그것들을 받지 못해 괜히 울적했던 마음도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들은 일학년’이라는 공통 경험의 갈피에 다른 기억이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떠올려 보는 일은 많은 것이 평준화되고 균일화된 현재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에 전시된 물품들이 그때와는 어떤 식으로든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온라인화된 현실에서 구체적인 사물을 만지고 보고 느꼈던 때가 있었던 기억의 재생은, 사소한 것이겠지만, 우리의 몸에 남아 있는 감각을 되살아나게 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이 어느 날 마들렌 과자와 홍차 한잔을 통해 아주 머나먼 그리고 기나긴 시간 여행을 하듯이...  

이번 전시는 국민학교를 다녔던 엄마 아빠 세대나 또는 엄마 아빠의 일학년 시절이 궁금한 세대가 만나는 장이 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이는 세대 간 문화 격차를 크게 벌린 원인 중 하나인 디지털 환경에서 잠시 벗어나 구체성의 세계로 잠시나마 회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모두의 공통 경험인 일학년 시절을 호출하면서 일어난다는 데 의미와 재미가 있다.

누구에게나 일학년 시절은 빳빳한 새 책과 처음 신는 신발, 그리고 연필 냄새와 고무지우개에 대한 촉감이 살아 있기 때문인데, 공통 경험이란 곧 비슷비슷하게 갖고 있는 감정과 촉감을 말한다. 그리고 이것들의 재생은 단순히 우리를 과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 이전에 같음을 확인하게 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그림책미술관 엄미영 큐레이터는 “오늘날 세대 간 문화 차이가 심한 현실에서 이번 전시는 세대간 문화 차이를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 강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