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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옥씨네 마당> 5. 깻잎이 될까 노심초사 '깻잎수국' - 이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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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7.03  15: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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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깻잎이 될까 노심초사 – 깻잎수국

집 뒤꼍이 생각보다 넓다. 땅이 길쭉해서 건축법에 맞추느라 그리 되었다. 우리는 길갓집인데도 불구하고 담장을 쌓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상록수를 빙 둘러가며 심었다. 특히 뒤꼍은 2차선 도로에다 교차로여서 마음이 여간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나도 별 수 없는 한국인의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라, 남들에게 보여 지는 나, 내 집이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기를 바랐다. 하여튼 간에 집은 깔끔하게 지어진 것 같았다. 이제 마당은 온전히 나의 생각으로 가꿔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7월 3일 아침 비 그친 뒤. 

나무를 일렬로 심고 난 뒤꼍에 무엇을 더 심으면 좋을까? 일단 이것저것 다양한 것보다는 집처럼 단순한 것이 좋을 성 싶었다. 그래서 수국을 일렬로 심어보자고 마음먹었다. 이왕지사 작은집이 풍성하게 보이면 그럴듯할 것 같았다.

약간 망설인 적도 있었다. 나를 포함한 상당수 여자들이 좋아하는 수국의 꽃말이 여자를 비하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토양의 산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것을 두고 일부 여자들의 ‘변심’과 ‘변덕’에 비유한 것이 목엣 가시처럼 걸렸다.

꽃은 그저 꽃일 뿐 수많은 꽃들에 꽃말을 명명하여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가. 신경 쓰이는 이 부분을 어떻게 만회할까 머리를 굴리던 차에 어떤 글에서 읽었던가? 방송이었던가?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나처럼 이 점을 염려하던 어떤 사람이 있었나 보다.

그분은 수국을 ‘변화’하는 과정으로 피력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나는 거기에 덧붙여서 ‘변화와 성장’으로 재해석 하였다. 마음이 한결 느긋해졌고 쭈뼛거리던 마음이 사라졌다. 

 

작년 3월에 ‘당근’이라는 앱을 통해 완산동의 어느 주택에서 노부부가 삽목하여 키운 어린 수국 열대여섯 그루를 사서 심었다. 봐줄만 했다. 뒤꼍이 앞마당에 비하여 허전하였는데 든든하게 느껴졌다. 뒷배경이란 말이 이런 것인가. 게다가 열심히 물을 주고 정성까지 바쳤더니 어느 한 그루 빠트리지 않고 꽃을 피웠다.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었다.

이 수국이 올여름에도 잘 피워줄까? 사실 나는 전지를 해 본적 없는 초보 식물 집사라서 귀동냥 눈동냥을 해야만 했다. 작년 7월말 꽃이 시들시들해질 즈음 전지가위를 들기는 했지만 쉽사리 잘라낼 수 없었다.

 

   
한 나무에 20여 송이가 피었다.

아직도 살아있는 것을 어떻게 잘라내느냐 말이다. 더군다나 줄기는 더욱더 손대기가 쉽지 않았다. 손이 달달 떨렸다. 마음을 다잡고 조금씩 잘라내면 참견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사람이 옆에서 몇 마디씩 거든다. 꽃을 잘라내면 좀 있다가 자르라고 하고, 줄기를 자르면 너무 바짝 자르는 거 아닌가? 나보다 한술 더 뜬다. 남편이 이러는 통에 나는 제대로 전지를 하지 못했다. 

그 결과, 내 이럴 줄 알았다. 5월 중순이 지나도록 꽃눈이 보이지 않는 수국이 반절이나 되었다. 올해는 먹지도 못할 깻잎 농사가 되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물을 주다가 꽃을 피우지 못할 싹수가 노란 것들은 건너뛰기도 했다.

잎만 무성한 것들, 덩치만 마냥 컸지 밥값도 못 하는 것들이 자꾸 떠오르는지 나도 모를 일이었다. 에라이, 어떤 날은 물을 병아리 눈물만큼 흘려주고 지나기도 했다. 그래도 살아있는 것들에 너무 야박하게 구는 짓 아닌가.

그때 누군가 간섭을 하거나 말거나 가지를 쳐내야 했었다. 아니 이것은 핑계일 뿐이다. 우선 내 마음이 단호하지 못했다. 그래도 꽃을 피워줄 것이라 호소했던 것 같다. 어리석었다.

 

   

올해 최고의 꽃: 지름이 25cm 정도.

어디선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 훌륭한 농부와 정원사는 가지치기를 가차 없이 하는 사람이란다. 명심하겠다. 올 7월 꽃이 질 무렵에는 보란 듯이 싹둑싹둑 쳐내고 말 것이다.

아, 내가 째려봤던 그 수국들 자세히 들여다보니 꽃눈이 나오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는 늦되는 애였구나. 율곡 이이는 소년등과(少年登科)하면 불행하다고 했다. 남들보다 빨리 피었다가 후다닥 사라지지 않으려 했구나. 몸집을 불려서 늦도록 즐겨보라고 그랬구나.

6월이 다 갔는데 두 그루가 꽃눈을 달고 있지 않다. 너희들은 작년에 찬란한 시간을 보낸 모양이다. 해거리 하는 중이구나. 그동안 채신머리없는 행동을 한 나 자신이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물을 듬뿍듬뿍 주면서 하마터면 못 먹는 깻잎 취급당할 뻔했던 수국들의 푸르른 잎을 쓰다듬어 주었다. 지나가는 인사일망정 이 꽃들 기대하고 있다는 말을 던져줬던 사람들에게 이만큼이라도 낯내게 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 이현옥

 

   
글쓴이 / 이현옥 전 우석대학교 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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