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현옥씨네 마당
<현옥씨네 마당> 3. 대책이 서지 않는 푸성귀 – 상추, 쑥갓, 그리고 아욱- 이현옥
JB포스트  |  jbpost2014@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4.06.05  15:59:01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3. 대책이 서지 않는 푸성귀 – 상추, 쑥갓, 그리고 아욱

 

집을 지으면서 나와 남편은 약속했었다. 꽃과 나무는 내가, 텃밭의 푸성귀를 키우는 일은 남편이 맡기로 말이다. 그래서 구획도 확실하게 했다.

주차장 위쪽의 서너 평 됨직한 텃밭은 남편, 아래쪽 40여 평에 달하는 앞뜰과 뒤뜰은 내 공간이 되었다. 이번 삶에서는 그동안 숙원사업이었던 노동을 분담하자. 서로의 일을 넘보지도 간섭하지도 말자. 공평하게 살아보자.

퇴직할 무렵 나는 가족들을 향해 돈을 벌어오거나 먹고 사는 악다구니들을 멈추겠노라 선언했었다.

당신은 나보다 덜 노동했으므로, 좀 더 생산하시라. 그리하여 평수는 작지만 생필품 부분인 텃밭을 맡겼다. 대신에 나는 ‘여유’라는 사치를 누리고 싶어서 마당을 맡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합의하에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경계는 자주 무너졌다.

 

자고 일어나면 쑥쑥 자라는 상추들을 어찌할 것인가. 쑥갓과 케일, 치커리 등은 또 어떻고... 아무리 손바닥만 한 땅일지라도 계획을 세워서 길러보라고 잔소리를 수차례나 해댔건만 이 인간 이른 4월부터 종묘상 앞을 기웃대더니 이것저것 사다가 심어놓고 희희낙락했다,

6월의 찌는 햇살은 아직도 멀었는데 상추와 쑥갓은 넓적넓적 자라서 이리저리 몸을 비비고 있다. 아무리 잘 먹더라도 80여 포기가 넘는 상추를 두 입이 감당할 수 있을까? 동생이랑 오빠에게 따주기는 하겠지만, 과잉생산이 심히 우려되었다.

   
 
   
종묘상에서 사온 모종상추(위)와 늦가을에 씨앗으로 심은 상추 .겨울을 이겨낸 상추가 훨씬 맛있다.

그나저나 저 입에 상추쌈 들어가는 것 좀 보소. 된장에 고추장 섞어 싸먹는 것은 기본이고 갈치속젓에도 싸먹는다. 며칠 전에는 어머니 살아 계실 때 곧잘 먹었던 조선간장에 잔파 송송 썰어 넣은 양념장을 만들어 놨더니 장모님이 해주시던 맛이 난다면서 양쪽 볼이 미어터졌다.

그렇게 먹고 살다가는 푸른똥이 나오게 생겼다. 아무리 빈정거려도 이 인간 창알머리가 있는지 없는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늘 아침 뒤꼍에서 풀 좀 뽑고 있노라니 무슨 장한 일이라도 했는지 큰소리로 나를 부른다. 앞쪽으로 얼른 와보란다. 상추를 비롯한 푸성귀를 이따만치 따놓고서 나보고 어떻게 좀 해 보라는 것이다. 아침식사 준비는 본인이 하겠단다.

나는 비닐봉투를 가져와 흙들을 털고 달팽이 붙은 것과 못 먹게 생긴 것들을 골라내고 맨 마지막으로 우리 먹을 것은 제일 못난 것으로 따로 담았다.

 

오늘 아침 끼니도 당연히 풀 샐러드다. 이 인간, 푸성귀 한 접시 수북하게 담아 놓고 자부에 쩐 모습이 가관이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했겠다. 그 풀들을 우겨넣으며 나는 꾹꾹 참는다.

설거지를 끝내고 목소리를 깔고 참았던 말을 건넨다. “유통은 당신이 하시죠. 내다 팔든지, 시내에 사는 친구들에게 나눠 주든지… 단톡방에 물어보셔서.” 그러자 기가 팍 죽은 표정이다. 못하겠단다. “당신이 좀 알아봐 줘.” 이런다.

   
이것은 양배추인가. 케일인가

 

   
3~4일만 지나면 이따만치...

지난 늦가을에 그는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금치와 상추씨를 사다가 뿌렸다. 추위가 곧 닥쳐올 텐데 비닐하우스도 없이 이것들이 어떻게 겨울을 이겨내겠느냐. “아나~ 콩!” 겨우내 가끔 그곳을 쳐다보며 콧방귀를 뀌곤 하였다.

이 추위에 땅속에서 얼굴을 내밀 채소가 있겠냔 말이다. 그러고는 한동안 잊어버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살아 있었다. 3월 중순이 되자 상추와 시금치가 흙을 뚫고 그물그물 나오고 있었다. 얼마나 대충 뿌려놨던지 다닥다닥 붙어서 숨도 못 쉬게 생겼다.

하여 나는 다닥다닥 붙은 상추를 솎아서 모종을 또 했다. 이실직고하면 종묘상에서 사온 모종상추와 겨울을 이겨낸 상추를 살려보자고 옮겨 심은 것이 이렇듯 양이 많아진 것이다.

그나저나 나와 남편은 대책 없이 따놓은 푸성귀 때문에 이틀 동안 냉전을 벌였다. 동료들에게 술 한 잔 먹자는 말은 곧잘 하던데 왜 이런 말은 못하는지. 이 인간 어떤 때 보면 말썽만 부리는 중학교 2학년 같다.

 

‘제발 일만 벌리지 말고 생산자인 당신이 끝까지 책임지세요. 유통까지 맡아서 하십시오. 아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겠다고 연락하는 일조차 아내 몫입니까? 남자일 여자일 구분하지 마십시다. 혹시 유통이 성사되지 않을까 두렵습니까? 피차 마찬가지입니다.’

무농약 푸성귀 필요하시면 연락주시기를. 간장 양념장 비법 별거 없답니다. 조선간장을 넣어 주면 옛 맛이 난답니다.

엊그제는 쌀뜨물에 마른 새우 넣고 된장 풀고 아욱을 넣어 국을 끓였다. 두 사발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고 다산 정약용 선생도 아욱국을 자주 드셨다는 말을 건넸다. 수저를 놓더니 당장 아욱씨앗을 사러 가자고 성화다.

 

   
이런 아욱이 모두 7줄 : 옮겨 심을 땅, 대책은 있는지 묻고 싶다.

이번에는 드문드문 뿌리라고 지청구를 먹여도 이 인간 오늘도 막무가내다. 아예 쏟아 붓는다. 장한 일 끝내고 나더니 북쪽 하늘을 보며 한 말씀 하신다. “우리 딸내미 언제 오려나. 그 애도 아욱국 잘 먹는데….” 옆에서 나는 또 비아냥거린다. 아욱 어서 크라고 물 잔뜩 주고 부채질이라도 하시던가. / 이현옥 

 

   
글쓴이 / 이현옥 옛 우석대학교 도서관 사서
JB포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55045) 전북 전주시 완산구 향교길68  |  등록번호 : 전라북도 아 00614  |  발행인·편집인 : 강찬구  |  등록 및 발행일 : 2014년 8월 7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찬구  |  e-mail : jbpost2014@hanmail.net  |  대표전화 : 063)901-9405 / 010-3677-0065
Copyright © 2024 JB포스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