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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가 읽은 시> 4. 어부 - 김종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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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1.30  10: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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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부 / 김종삼

 

1997년 IMF 지원을 받기 시작한 이후 노동시장에 변화가 있었다. 구조조정이 시작되었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떠났다. 순간적 현상이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10년쯤 지나 미국 발(發)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영향을 받으며 우리 외환시장이 흔들리며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고 취업 이후 자리를 보존하는 일도 쉽지 않게 되었다. 여기에 결혼 포기, 연애 포기, 출산 포기라는 ‘3포 세대’가 시작되었고 ‘헬조선’, ‘헬코리아’라는 말이 서슴지 않고 사회를 떠돈다, 정부에 욕설이라도 퍼부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면 다행스러운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바닷가에 메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김종삼, 「어부」, 전문.

 

누구에게나 삶은 바닷가에 매어둔 고깃배와 같다. 날마다 출렁거린다. 바람이 세면 배가 부서질 듯 출렁거리며 바람이 고요한 날에도 흔들림이 있기 마련이다. 태풍이라도 만나 집채만 한 파도가 들이닥치면 배가 부서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위험 때문에 고기잡이를 외면하면 이는 삶 전체를 외면하는 것과 같다. 난관이 있음에도 내가 스스로 극복해 나가야 하는 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헤밍웨이의 소설 『바다와 노인』에서 80여 차례 출조했어도 허탕만 치던 노인이 드디어 커다란 청새치를 잡아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돌아왔는데 살점이 다 뜯기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생선을 거두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 노인의 삶은 허망하고 실패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는 멀리 노를 저어 나가며 미래를 노래하며 희망을 노래했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삶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 노동 문제가 청년들만 고민한다고 될 일인가. 사회가 원하는 실력을 갖추었어도 치열하게 살고 싶은 한 자연인의 욕망을 담아내지 못하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세력은 정말로 아무 책임이 없는가. / 최영한 전 웅지세무대 총장

 

   
글쓴이 최영한 전 총장은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했다. 경제학 박사이며 웅지세무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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