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반복적인 소비를 방지하기 위한 木人石心(목인석심)

지난 주말 집 근처에 있는 백화점에 방문했더니 명절 선물을 사기 위해 모여있는 고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금 놀라웠던 장면은 선물 배송 수량이 10개 이상인 창구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던 부분인데,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백화점 소비가 늘고 있다는 방증을 보는 기분에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실제로 작년 백화점의 매출 규모를 살펴보면 1조원 매출을 넘어선 매장이 전국에 11곳이고, 이 중 2곳은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코로나 환경에서도 백화점의 매출이 오른 이유는 고물가·고환율로 인한 수입 상품의 가격 상승, 식료품이나 패션 등 잡화 가격 상승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백화점 전체 매출의 최대 40%를 차지하는 우수 고객(VIP)의 고객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백화점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80-20 법칙이라고도 부르는 파레토 법칙(Pareto’s low)은 이 현상을 잘 설명해 준다. 파레토 법칙이란 80%의 결과는 20%의 행위에서 발생한다는 의미로, 백화점의 경우 전체 매출의 80%는 20%의 고객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즉, 매출금액 대부분은 소수의 단골 고객으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단골 고객 관리가 매출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백화점은 다양한 우수 고객 등급을 설정하고 특별히 관리해 왔다. 

모 백화점의 VIP 최하등급은 연간 최소 구매액 3000만원, 최고등급은 연간 최소 구매액 1억 2000만원이라고 하니 큰 손 고객을 붙잡기 위한 차별화 관리 방식은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한다. 

이렇게 차별화 관리된 소비자는 등급에 맞는 특별한 혜택을 누리게 되고, 소비자는 해당 등급을 유지하거나 더 높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등급으로 승급하기 위해 소비를 반복하게 된다.

백화점 우수 고객 등급 관리처럼 반복 소비를 일으키는 마케팅 기법들은 다양한 매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음료를 일정 횟수 주문하면 무료 음료 제공,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면 포인트 적립, 카드사마다 일정 금액을 사용하면 포인트나 등급 혜택 제공 등이 소비자들에게 반복적인 쇼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작년 연말의 스타벅스의 경우 지정된 음료 3잔을 포함해 음료 총 17잔을 구매하고 프리퀀시(frequency)를 모으면 다이어리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온라인 마켓에서는 출석 체크 이벤트가 반복 소비를 유도한다. 출석 체크 이벤트로 꾸준하게 접속하거나 활동을 진행하면, 이용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는 기분을 들게 하고 필요한 상품을 접속한 마켓에서 우선 구매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파레토 법칙의 단골 고객 관리 중요성으로 인해 이미 판매자들은 단골 고객의 반복 소비를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반복 소비 마케팅은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2021년 우리나라의 명품 소비는 41억 달러(16조 원)로 세계에서 7번째에 해당할 정도의 높은 소비를 보였다. 명품 소비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는 리셀러(reseller)의 등장으로, 고가의 명품을 구매 후 웃돈을 받고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히 수익 창출 이외에도 소비금액이 매우 커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 강좌 할인 등의 VIP 혜택을 누리기 위해 구매 금액을 늘리고 있으며, 이마저도 다시 되팔아 이득을 챙긴다.

스타벅스도 증정품으로 받은 상품을 되파는 행위가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심지어 2020년에는 사은품으로 주는 가방을 얻기 위해 커피 680잔을 주문한 고객이 음료는 그대로 둔 채 가방 17개만 가지고 가는 사건이 있었다. 

결국 단골 고객의 반복 소비 마케팅이 무분별한 소비의 행태로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木人石心(목인석심)은 ‘나무 같은 사람과 돌 같은 마음이라는 뜻으로, 의지가 굳어 어떤 유혹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반복 소비 마케팅에 소비자들이 노출되면 이성적 판단이 어려워져 무리한 쇼핑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때로는 병적 상태인 쇼핑중독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계부 등의 지출금액 기록하기,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사용 등의 여러 방식을 제안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구매와 관련된 자기감정을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회원 등급 유지와 같이 혜택을 얻기 위한 구매가 아닌, 필요에 의한 구매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쇼핑에 중독됐다고 느낀다면 자발적 통제가 어려우니, 의학적인 치료적 접근을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 / 서문교 성균관대학교 객원교수

글쓴이 서문교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및 글로벌창업대학원 객원교수이며, 대한경영학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