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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가 읽은 시> 2. 내 노동으로 - 신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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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1.08  15: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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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노동으로 / 신동문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간다. “정말 화살과 같구나!”라는 느낌이 들면 이미 오십 줄에 들어선다. 지난 시간을 되살릴 수 없다. 뼈속까지 후회가 스민다. 한잔 술로 아픔을 달래기도 한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그 또한 실패다. 후회 없는 삶을 걸어온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기쁘면 기쁜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후회가 저미어 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숨 쉴 구멍을 찾아야 한다. 살아야 할 날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고 결심을 한 것이 언제인가

머슴살이하듯이 바친 청춘은 다 무엇인가

돌이킬 수 없는 젊은 날의 실수들은 다 무엇인가

그 여자의 입술을 꾀어낸 내 거짓말들은 다 무엇인가

그 눈물을 달랬던 내 어릿광대 표정은 다 무엇인가

이 야위고 흰 손가락은 다 무엇인가

제맛도 모르면서 밤새워 마시는 이 술버릇은 다 무엇인가

그리고 친구여

모두가 모두 창백한 얼굴로 명동에 모이는 친구여

당신들을 만나는 씁쓸한 이 습성은 다 무엇인가

절반을 더 살고도 절반을 다 못 깨친 이 답답한 목숨의 미련

미련을 되씹는 이 어리석음은 다 무엇인가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고 결심했던 것이 언제인데

 

-신동문, 「내 노동으로」, 전문.

 

시인의 말, 내 노동으로 살자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의지로 걸어가는 삶으로 이해된다. 지난 청춘은, 직장 상사 눈치 보고 사장 눈치 보며 나는 온데간데없는 그야말로 ‘머슴’의 삶이었다.

혈기에 가득 찬 젊은 시절 사랑을 느낀 여인이 있을 때 있는 말 없는 말 해가며 내 사람으로 만들려 노력한다. 술이 무언지도 모르면서 강한 척 퍼먹던 기억이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친구들과 의미 없이 만나 시간을 보낸 시절도 있다.

그렇다! 지난 시간이기에 아름답고 곱씹을수록 미련이 많고 그 시간이 또 주어진다면 더 치열하게 살았을 것이란 후회도 없지는 않을 터. 직장이 무언데 여자가 무엇이기에 술이 무슨 대수이기에!

 

이 세상에는 삶의 절반을 살고 나서 나머지 절반을 깨친 사람은 많지 않다. 어른들 말 들어보면 “철이 들 만하면 죽는다.’라고 한다. 미련 없는 삶을 영위하기 힘들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자책하지 말자. 눈물 흘리지도 말자. 교과서 속의 경제인(經濟人)이란- 효용극대, 비용극소, 생산량극대를 추구하는, 즉 최선의 선택만 하는 일절 후회가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현실에 만족을 극대화했다고 느끼면서도 되돌아보면 ”아이고, 바보 같은 선택을 했구나!“라고 땅을 치는 경우가 더 많다.

생산자라고 별수 있으랴. 적절한 사람을 채용하고 적절한 자본재를 구입해 최선의 결과를 얻었다 자부했을지라도 일정 시간 경과 후 돌아보면 더 좋은 선택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최선의 삶, 최선의 선택은 불가능할 것이다.

 

시 한 편이 사람의 가슴에 푹 꽂힌다는 게 놀랍다. 1967년 『현대문학』 12월호에 발표된 이 시가 어쩌자고 2023년 1월의 내 가슴을 친단 말인가.

경제 사정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나는 교과서 속의 차선(second best)을 택해야겠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엔 엄청난 제약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기, 적절한 배합, 적절한 선택을 위해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았다.”라고 자부할 수 있도록.../ 최영한 전 웅지세무대 총장

 

   
글쓴이 최영한 총장은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했다. 경제학 박사이며 웅지세무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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