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구매 후기에 나타나는 兼聽則明(겸청즉명)

현재 수업을 하는 대학에서 매 학기가 끝나면 긴장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한 학기 수업에 대한 강의평가 결과를 열람할 때인데, 학생들의 강의 점수와 함께 수업에 대한 솔직한 의견들이 적혀있어서 많은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대학 강의를 했던 15년 전만 하더라도 강의평가는 학기 말에만 실시했었지만, 요즘에는 중간고사 전에도 강의평가를 하고 있어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만족도와 의견들을 충분히 들을 수 있게 제도를 만들었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학생들의 강의평가와 같이 구매 후기를 작성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종종 구매 후기를 작성할 때가 있는데, 올해 초에는 구매 후기 작성 이벤트에 당첨되어 커피 상품권을 받은 적도 있다 보니, 다시 이벤트에 당첨될 것을 기대하면서 더 자세하게 열심히 작성하고 있다. 

이렇듯 구매 후기는 상품에 대한 의견을 남기고 싶어서 작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성 후 받을 수 있는 포인트나 구매 후기 이벤트 응모를 위해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판매자들은 왜 소비자들이 작성하지 않아도 될 구매 후기를 유도하기 위해 자신들의 이익을 줄이면서까지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을까?

우리가 흔히 마케팅이라고 하면 광고를 생각한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구매 결정 과정에 있어 판매자가 제공하는 정보나 메시지가 중요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 있어서 정보 획득 방법이 적었고, 그나마 빠르고 손쉽게 얻을 수 있었던 방법이 광고였기 때문이다. 

간판이나 포스터, 미디어 등의 광고를 이용한 제품정보의 노출은 소비자들에게 학습을 불러일으켜 소비자의 정보 탐색 과정에 자연스럽게 편입하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구매하고 싶은데, 소비자는 컴퓨터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다. 때마침 신문에서 컴퓨터의 기능을 설명하는 광고가 게재되었고, 소비자는 해당 기능을 가진 컴퓨터의 브랜드를 기억하고 있다가 컴퓨터 구매 결정 시 생각해 내는 것처럼, 광고노출의 방법이나 빈도는 소비자의 구매 의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요즘에는 소비자가 제품의 정보를 광고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손쉽고 다양하게 획득한다. 

검색만 하면 상품의 정보 이외에도 가격을 비교하고 판매하는 사이트까지 안내해 주니, 구매 전 정보를 충분하게 습득한 소비자들을 기존의 광고만으로는 유혹하기 어렵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이미 구매한 사람들이 해당 제품을 어떻게 평가했나에 대한 관심을 보이게 되었으며, 이를 대표하는 방식이 구매 후기이다.

판매 활동은 단순히 소비자의 구매 시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 활동의 중요한 부분들은 대부분 제품이 구매된 후에 나타난다. 제품을 사용한 후 소비자는 구매 물품에 대한 만족 여부를 결정하는데, 만족의 여부는 미래의 재구매를 유발하기 위한 고객과의 관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비자들이 구매 후 만족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상태’와 ‘실제 상태’ 간에 차이가 있을 때 나타난다. 쉽게 말하면 내가 생각했던 제품이 실제로 구매했을 때도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경우이다. 만약, 화면을 선명하게 보고 싶어서 TV를 구매했는데 화질이 나쁘게 나온다면, 소비자는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는 해당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TV 가격이 저렴해서 화면 선명도에 대한 기대가 없었는데, 화질이 생각보다 좋게 나온다면 만족을 보이며 다시 제품을 구매할 생각이 높아지게 된다.

결국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구매 후기를 작성한다면 이후 구매자들은 구매 시 편리하고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보편적으로 동화효과(assimilation effect)를 보이기 때문에 구매 후기를 작성하는 경우가 드물다. 

동화효과란 만족하지 못했을 경우 기대를 성과에 일치시키는 지각오류로, 실제로는 ‘제품의 성능은 별로지만 내가 생각했던 제품은 이 정도였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구매한 상품에 적정수준 정도 만족한 소비자들은 구매 후기를 작성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러나 판매자 측면에서는 구매 후기가 매우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존 구매자의 재구매 유도 역할을 하고 새로운 소비자의 구매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배달업체를 사용하는 음식점 자영업자들은 별점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각종 이벤트를 하는 것처럼 구매 후기를 관리한다는 것은 핵심 마케팅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兼聽則明(겸청즉명)'은 ‘여러 의견을 듣다 보면 시비를 명확히 가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고객의 기대는 진화한다. 판매자는 고객의 기대 수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항상 고객의 소리를 청취할 수 있는 시스템(VOC, voice of customer)을 갖추어 고객의 목소리를 관찰할 할 필요가 있다. 고객 역시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구매 후기를 번거롭게 여기지 말고 여러 의견을 제시해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객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듣고 이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지만, 소비자들은 불편을 해소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어가게 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서문교 성균관대학교 객원교수

글쓴이 서문교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및 글로벌창업대학원 객원교수이며, 대한경영학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