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10대 소비자들의 근주자적(近朱者赤)

최근 청소년들에게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는 뉴진스(NewJeans)라는 10대 아이돌 그룹이 있다. 이 그룹은 데뷔와 동시에 각종 음원 사이트들 및 방송 3사 음악 프로그램들에서 1위를 할 정도로 청소년들에게는 신드롬(syndrome)에 가까운 인기몰이 중이다. 

뜬금없이 뉴진스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아이폰 14의 광고모델인 뉴진스를 통해 광고에서 전하려는 메시지의 뜻을 소개하기 위해서이다.

소비자는 제품의 종류마다 자극에 의해 유발된 개인적인 중요도와 관심도의 정도가 다르다. 필자의 경우도 평소 취미로 즐기고 있는 낚시 관련 제품과 자동차에 대해서는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 밖의 제품에 대해서는 관심의 정도가 별로 없어서 필요에 의해서나 또는 구매 욕구와는 상관없이 무관하게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제품에 대해 관심 정도가 높고 낮음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 기준을 적용해 볼 수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요인은 가격 차이다. 가격이 높다면 자신이 구매의사결정을 잘못 내렸을 경우 실수했다는 생각이 커지기 때문에 구매 상황에서 신중하게 행동하지만, 가격이 낮다면 불안감이 적어져 자신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편안한 구매행위가 나타난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이 평상시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가격이 비싼 제품들의 광고는 전달하려는 내용이 중요해 다른 제품과의 차별화 및 제품이 주는 가치를 강조하는 광고가 대부분이다. 반면, 평상시에 낮은 관심을 보이는 가격이 저렴한 제품들의 광고는 광고모델, 배경, 음악 등에 더 신경을 써서 ‘한번 사보면 어때?’라는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고 익숙해진 광고 내용을 계속 노출해서 습관으로 구매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아이폰은 고가이고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 역시 제품의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전 제작한 아이폰 광고들은 신기술이 적용된 상황을 연출하고, 해당 기능을 이용하고 싶으면 아이폰을 선택하라는 광고가 주된 내용이었다. 

특히 아이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카메라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광고의 내용이 기존 제품보다 카메라 기능이 뛰어나다는 상황을 많이 표현했다. 

그러나 이번 아이폰 광고는 기능 설명 없이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세상은 나를 주목하고 있다.’라는 표현으로만 광고를 대체했다. 당연히 광고모델에 집중된 익숙하지 않은 광고이다 보니 광고 평론가들은 ‘제품과 모델의 연결성이 빈약하고, 제품보다는 모델이 더 돋보여 서비스와 제품의 특징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광고에서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핵심은 준거집단(reference group)의 영향력이다. 개인은 삶의 과정에서 자신의 선호를 결정하는 사안과 관련성이 있는 집단의 영향력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집단을 준거집단이라고 한다. 청소년들의 경우 준거집단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예를 들어 연예인을 보고 그 사람처럼 되고 싶어서 비슷한 옷을 입거나 머리 모양을 따라 하는 모습들이 준거집단의 영향력이다. 아이폰도 청소년들이 구매하기에는 비싼 제품이라는 인식을 넘어서, 뉴진스도 사용하는 제품은 청소년 모두가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자연스럽게 준거집단의 영향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몇 년 전 ‘부모님들의 등골을 빼먹을 정도로 비싸다.’는 의미인 ‘등골 브레이커’라는 키워드가 화제가 되었는데, 어린 학생들이 또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지 않기 위해서 유행하는 고가의 학용품이나 의류들을 구매하는 사회적 현상을 의미한다. 

부모는 본인들이 어렸을 때 경험했던 부분이기에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 힘들어 등골을 빼먹을 만큼의 비싼 제품을 사줬을 것이고, 자식들은 다른 친구들은 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나도 가지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에 소비 수준에 맞지 않는 비싼 제품을 구매했을 것이다.

근주자적(近朱者赤)은 ‘붉은빛에 가까이하면 자신 또한 붉게 된다'는 뜻으로 ‘사람도 주변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의미다.

결국 청소년들은 친구, 학교, 좋아하는 가수의 팬클럽 등과 같이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의 영향력으로 인해 내가 구매하는 제품도 달라지고 소비하는 금액도 차이가 생긴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의하면 청소년들의 경우 소비 행동과 관련된 지식 및 능력을 학습하고 태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는 부모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부모가 보이는 소비 패턴과 사고방식이 자식에게 그대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충동구매를 보이지 않고 이성적 측면에서 판단과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부모가 성숙한 소비자로서의 모습을 갖추지 않고서는 자식들에게 합리적인 소비 방식을 알려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 서문교 성균관대학교 객원교수

글쓴이 서문교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및 글로벌창업대학원 객원교수이며, 대한경영학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