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과연 미덕인가...? 현대에 들어 상품과 시장이 막대해지면서 소비가 경제생활을 주도하고 있다. 소비는 곧 상품의 최종 목적지로서 효율적인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필요했고, 이 모든 과정은 ‘마케팅’이라는 하나의 용어로 정리된다. 마케팅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노리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소비자의 비위가 상하지 않도록 은밀하고 교묘하게 진행한다. 소비자들은 알게 모르게 마케팅의 덫에 걸려 있으며, 마케팅 전략가들의 손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북포스트가 2023년을 앞두고 현명한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연재물을 준비했다. 우리의 소비 생활 전반에 ‘부비트랩’처럼 숨겨진 마케팅의 음모를 파헤칠 예정이다. / 편집자주 

1.온라인 쇼핑에서의 이공보공(以空補空)

미국의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의 넷째 주 목요일은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다. 미국 1년 매출의 70%가 이날 이루어질 정도로 가장 큰 규모의 쇼핑이 행해지는 날이기 때문에 업체마다 수많은 할인 행사를 실시한다.

필자도 이번 겨울에 사용할 난방용품이 필요해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저렴하게 파는 곳이 있는지 많은 온라인 쇼핑몰을 살펴보았다.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면 직접 상품을 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오프라인 쇼핑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고 많은 상품들을 비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또한 온라인 쇼핑에서는 판매 회사, 상품별, 고객 등에 따라 다양한 쿠폰(coupon)이 발급되어 구매할 때 가격 할인에 대한 혜택을 많이 제공하는데,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에도 업체들마다 다양한 할인 쿠폰들이 있어서 즐거운 마음에 쇼핑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 마다 쉽게 쿠폰을 발급 받는 경우도 있지만, 어려운 경로를 통해 발급받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가 있으면 ‘어차피 발급받을 거라면 왜 어렵게 받게 만들었지?’, ‘미리 할인된 가격에 판매를 하면 훨씬 편한데, 불필요한 행위를 불러일으켜 일부러 못 받게 유도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해당 행위에는 소비자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숨겨진 법칙이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상품 구매 시 손실을 보는 것을 두려워하며, 이득을 선호하게 된다. 

오프라인 쇼핑의 경우 고객이 상품을 비교 선택을 하는 매장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잘 모르고 구매한 것 아닌가?’, ‘다른 매장보다 비싸게 구매한 것 아닌가?’라는 느낌이 강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게 된다. 

반면 온라인 매장에서는 다양한 업체와 상품을 비교 구매가 가능해 같은 상품이라도 최대한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쿠폰까지 발급해 준다면 소비자들은 더 구매 의도가 높아져 이득을 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마케팅 이론으로 설명하면 카네만(Kahneman)과 트버스키(Tversky)는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에서 손실 회피(loss aversion)를 통해 ‘이익은 나누고 손실은 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상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에 이번 달에 10%를 인상하고 다음 달에 10%를 추가로 인상하는 것보다 한꺼번에 20%를 인상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고통의 정도가 적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익의 경우는 철저하게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할인행사를 하는 경우에 무조건 20% 할인보다는 경우에 따라 할인을 여러번 적용해 총 20% 할인을 적용하면 그 가치는 더 높아지게 된다.

온라인 쇼핑의 쿠폰은 이 원리를 잘 지키고 있다. 

할인 후 가격이 정가의 가격이지만 할인 전 가격이라는 높은 가격을 제시한 후 상품 구매시에 적용하는 쿠폰, 회원 가입시 적용하는 쿠폰, 중복으로 적용하는 쿠폰, 특정 카드 구매시 적용하는 쿠폰 등 다양한 형태의 쿠폰들을 결합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가의 금액보다 내가 쿠폰 적용 행위를 통해 더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은 더욱 커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만약 소비자가 잘 모르거나, 실수로 적용하지 않는다면 판매자 입장에서는 해당 금액만큼 더 비싸게 팔아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쿠폰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노리는 기능 이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그 중 하나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의 종류와 관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쿠폰을 발급받은 상품은 오프라인 매장의 점원이 고객의 구매 상황을 파악하는 것과 동일하게, 온라인 쇼핑몰이 이용자의 성향 분석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비자는 단지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발급 받았지만 그에 해당하는 대가는 확실히 치르는 셈인 것이다.

결국 이공보공(以空補空)'의 의미처럼 장사에 공짜는 없다. '이공보공'은 제 자리에 있는 것으로 제 자리를 때운다는 뜻으로, 이 세상에는 공 것이나 거저 생기는 이득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품의 매매, 양도, 소비 및 이윤의 처분 등에 대한 결정을 개인에게 일임하는 자본주의에서는 현명한 소비자가 최대한 피해를 보지 않게 된다. 쿠폰과 같은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마저 모른다면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 주권(Consumer Sovereignty)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 서문교 성균관대학교 객원교수

글쓴이 서문교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및 글로벌창업대학원 객원교수이며 대한경영학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