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지 편집위원이자 전주동학혁명기념관 부설 동학연구소장인 강주영이 이태원 압사참사와 관련해 긴급 칼럼을 보내왔다. 그는 글에서 죽음의 일상화는  정권차원의 문제가 아닌 문명적 고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생산문명에서 생성문명으로 개벽해야 한다고 한다. 본지는 이와 관련하여 독자들의 투고를 기대한다. / 

죽음의 일상화 문명과 지구행성에서 인간의 거주 조건

세월호와 압사참사를 보면서 국가, 집권당보다도 더 거대한 살생(사람만이 아니다.) 무기가 근대문명 자체에 장착된 것은 아닌가 하는 감응이 인다. 생명이 지구행성에서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을 생각하게 된다.

근대인들은 생산의 조건만을 확대했지, 지구행성에서 생명의 거주조건으로서 생명의 생성력에 대해서는 무시했거나 외면했다. 근대의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는 가치는 '자유', '번영(진보)', '해방'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지구행성에서의 인간의 거주조건으로서 생산력이 아닌 지구와 함께 하는 문명 생성력이 문제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 계급투쟁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자각이 확산되고 있다.

진보와 자유에 건 희망과 달리 죽음이 확산되고 일상화되는 것을 날마다 만나고 있다. 산불, 홍수, 가뭄, 식량, 코로나, 전쟁, 산재, 교통사고, 비행기 추락, 자살, 불안과 우울, 6차생물 대멸종, 독성가습기 참사, 세월호나 압사참사에서 보여지는 인간 행동의 죽음화 .....

필자는 이것을 통칭하는 이름으로서 지구기운 상태의 변화(약칭 기후변화 더 줄여 기화), '인류세 담론'을 바라 본다.

죽음에 대한 문명적 자각을 일깨우는 것이다. 이것은 집권당이나 국가권력 교체의 문제로 좁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기간에 집권당의 변화가 죽음을 약화할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추세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필자는 [다시개벽]지 2022년 가을호에서 "생산문명에서 생명문명으로 이동"을 주장했는데 그 배경은 위와 같은 것이었다. 죽음의 일상화는 생산에만 몰두한 것의 필연적 결과는 아닌가? 지식인, 철학, 사상은 보다 근원적인 문명적 고찰을 언급해야만 한다.

지구행성에서의 거주조건을 심도 깊게 언급한 이들은 서구에서는 차크라바르티와 얼마 전 타계한 브뤼노라투르 등을 들 수 있다. 이 짧은 칼럼에서 이들의 논의를 소개할 수는 없다. 독자들은 웹진 [다른백년]에서 원광대의 조성환 박사가 연재하고 있는  <K사상사>에 그들과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생명사상을 주창한 김지하가 있다. 그보다 앞서서 해월 최시형, 수운 최제우, 혜강 최한기를 들 수 있다.

김지하는 "죽음의 굿판"이라는 주장을 사려깊지 못한 방식으로 하여 세간의 질타를 받았지만 그가 부귀영달을 추구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그의 생명사상에서 드러난 통찰을 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해월은 털벌레 삼천도 시천주 아닌 것이 없는 경물을 주장하여 문명개벽을 언급했다. 차크라바르티의 지구행성에서 생명의 거주조건이란 해월의 '개벽운수'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산이 검고(지구 생명의  거주 조건의 생성), 길에 비단이 깔리고(호혜적 분배), 만국과 교역(산과 비단의 지구화) 할 때가 개벽운수라 하였다.

강주영 전북포스트 편집위원

수운은  동학주문에서 시천주를 말했다. 수운은 천지기운과 생명들의 마음을 신령하게 통일한 '시천주'를 제시했다. 신령함이란 신비롭게 들리지만 존재자체가 스스로 생명의 생성력을 갖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는 그것을 "조화정"이라 했다. 시천주로서 조화정하면 영세불망 만사지라 하였다. 이 뜻은 영원히 지구와 함께 공존공생하며 거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혜강 최한기는 대기운화로서 지구의 생성력을 말했고 이를 사회에 적용한 통민운화를 제시하고, 개인과 개물에는 일신운화를 말했다. 혜강과 수운은 모두 기운을 말했다. 지구기운과 뭇 생명들의 기운이 서로 조화생성하는 것이야말로 문명지속, 문명개벽의 원천인 것이다.

죽음의 일상화에서 전통적 계급투쟁이나 정권교체가 아닌  문명개벽을 심고하여야 죽음의 문명을 걷을 수 있다. / 강주영 전북포스트 편집위원

*압사참사 지명을 쓰는 것은 지역주민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지명을 빼고 "10월압사참사"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