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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애오라지’는 ‘겨우’ 혹은 ‘오로지’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최명희문학관, 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11/20)_ 애오라지
김미영 기자  |  jjtoro@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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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6.22  09: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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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오라지’는 ‘겨우’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 ‘오로지’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이다.

소설 「혼불」에서 ‘애오라지’는 열한 번이나 언급된다.

①살아서 교배례(交拜禮) 행하며 육신이 마주서도 한낱 허수아비에 불과한 사람도 있으려니와, 죽어서 혼백으로 흩날린 넋이나마 한 자락 애오라지 맺어지고 싶은 사람도 세상에는 있으리라. (「혼불」)

②주는 시늉 하면서 갈고리로 나를 찍으려는 사람뿐인데, 애오라지 너 하나가 엉뚱한 내 갈고리에 찍혀 주었다. (「혼불」)

③그 동안 옹구네는 밑빠진 제 가슴속 체구멍들을 한 칸 한 칸 막는 일로 애오라지 강실이 생각에 골몰하였다. (「혼불」)

④평생토록 돌아오지 않는 지아비를 애오라지 기다려 서러운 옷 흰 치마 흰 저고리 입고 사는 아짐, 떳떳하신 아짐. 그분이 이곳에 몸을 던진 것은 나같이 더럽고 처참한 욕 아니시었으리라. (「혼불」)

⑤“고구려나 신라 시대를 살펴보면 나라마다 시조묘가 있어 받들어 모시는 품이 장중한 데 반하여, 우리 조선에서는 나라를 세운 지가 장구한데도 아직까지 묘전(廟殿)의 창건을 보지 못한 것은 심히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이는 애오라지 크나큰 결전(缺典)이오매, 우리 조선 연원이 사공공에서 비롯하였음은 사승(史乘, 역사상의 사실을 기록한 책)에 명명 뚜렷하온바, 상께옵서는 부디 하루를 더 미루지 말고, 어지신 성대(聖代)에 묘전을 창건하소서.” (「혼불」)

⑥그저 다만 애오라지 규암석 돌벽에다 슬피 남긴 석벽제영(石壁題詠) 우국시(憂國詩) 한 수만이, 조선 왕조 오백 년 다 지나고, 그 나라도 망하여, 같은 시름 끌어안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표표하게 한 점 한 획 지워지지 않는다. (「혼불」)

⑦살아서도 죽어서도 애오라지 백성을 보호하려는 경순왕의 눈물겨운 자애가 현신한 이야기의 한 토막이라고 하겠는가. (「혼불」)

⑧몸을 풀어 길을 열며 흐르는데. 더 못 가는 바위는 여기 홀로 남아서 강물의 뒷모습을 애오라지 아득히 배웅한다. (「혼불」)

⑨오류골댁은 매안으로 시집온 이래 지난 이십여 년 간 애오라지, 그 어떤 금붙이 보패보다 이 새까만 무쇠솥을 끌어안고 길들이는 것을 기도로 알고 재미로 알았던 것이다. (「혼불」)

‘오로지’를 강조하여 쓴 ‘애오라지’를 떠올릴 때 함께 떠오르는 소설 속 인물은 강실이다.

⑩평생에 다시 못 올 그리움, 부질없는 이 그리움을 버리고, 오라버니를 놓아 드리자. 내가 이대도록 애오라지 오라버니 그리워하고 있으면 끝내는 그 사람을 원망하게 되리라. (「혼불」)

허나 어이하면 이 그리움 버릴 수가 있으리. 강실이는 정녕 아무런 방도를 모르니, 오직 자격을 잃어버리자. 자격을 잃으면 이제 다시는 기다리지 않겠지.

기다릴 수 없겠지.

그래. 그리움을 버리자.

강실이는 베갯머리 흥건히 젖도록 울던 날을 돌이키며, 다시금 시름없이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하였다.

○ 20명의 시인·작가가 예문으로 소개하는 「혼불」 속 우리말 20개는 최명희문학관 마당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⑪어제 엄마와 벚꽃 구경을 갔다. 꽃잎 몇 송이 주머니에 넣고 돌아왔는데, 아침에 눈떠 보니 주머니에 꽃잎은 없고 내 마음은 애오라지 꽃향기로 가득했다. (글: 문신·문학평론가)

⑫아빠와 모악산에 올랐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정상까지는 못 가고, 애오라지 대원사에서 시원한 물 한 모금만 마시고 내려왔다. (글: 문신·문학평론가)

*문신_ 2004년 세계일보·전북일보(시), 2015년 조선일보(동시),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문학평론)에 당선됐다. 시집 『물가죽 북』 『곁을 주는 일』 『죄를 짓고 싶은 저녁』, 동시집 『바람이 눈을 빛내고 있었어』 등을 냈다.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글·사진_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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