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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운거리다’ - 가볍게 이리저리 자꾸 흔들리며 속삭이듯 소리를 낸다최명희문학관, 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8/20)
김미영 기자  |  jjtoro@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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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6.16  17: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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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거리다’는 가볍게 이리저리 자꾸 흔들리며 속삭이듯 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소설 「혼불」에는 대숲에 이는 소소한 바람 소리와 산수유꽃들이 마른 가지에서 피어나는 소리로 표현됐다.

①그것은 사르락 사르락 댓잎을 갈며 들릴 듯 말 듯 사운거리다가도, 솨아 한쪽으로 몰리면서 물 소리를 내기도 하고, 잔잔해졌는가 하면 푸른 잎의 날을 세워 우우우 누구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였다. (「혼불」)

②사운대는 댓이파리 쏠리는 틈바구니로 달빛이 번뜩이다 사라진다. (「혼불」)

비수 같은 달빛. 그러나 다시 비치고, 그랬다가 부서지며 사라지는 달빛은 달빛의 꽃잎 같다. 그 꽃잎들은 강실이의 흐트러진 머릿단과 식은 이마, 부스러진 가랑잎 한 조각 같은 흰옷 위에 날렸다. 가물가물 정신이 멀어지는 강실이의 눈 속으로 그것들은 살구 꽃잎처럼 내려앉는다.

눈이 아슴하도록 가지 끝이 아득하다.

⓷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한 다음, 막 산수유꽃들이 사운사운 노랗게 잎도 없는 마른 가지에서 피어날 무렵, 까칠한 중로(中老)의 역사 선생은, 둥그렇고 두꺼운 안경을 밀어 올리며 조근조근 찬찬히 이야기하였다. (「혼불」)

역사 선생 심진학의 말은 “전주의 옛이름은 완산(完山)이었다.”로 시작된다.

“제군들이 앉아 있는 여기는 백제, 마한의 옛땅이다. 한반도 서남지방에 자리한 전라도의 행정과 군사 및 교통과 산업, 그리고 문화의 중심지로서 전주는 그 이름을 떨치고 있지. 흔히 전주를 천 년 고도라고 한다. ‘천 년’이란 이 고장이 ‘전주’라고 불리기 시작한 이후의 세월을 말하는 것이다.”

전주라는 이름은 신라 경덕왕 16년에 처음으로 비롯되었고, 그 이전에는 ‘완산’이라 불렀었다.

신라 천 년 이전에는 백제 칠백 년이 있었고, 백제 칠백 년 이전에는 마한의 세월이 있었다. 마한의 이전에도 이 고을에 햇살은 다사로웠으니, 그 세월을 다하면 이천 년이 어찌 모자라겠는가.

「혼불」의 독자라면 매년 3월 전주한옥마을을 노랗게 물들이는 산수유꽃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을 것이다.

○ 20명의 시인·작가가 예문으로 소개하는 「혼불」 속 우리말 20개는 최명희문학관 마당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④여름 아침이면 전주천으로 간다. 바람에 사운거리는 푸른 억새밭 사이를 걷는다. 어제 아침에는 어른 팔뚝만 한 잉어를 보았고, 오늘은 물총새의 노랫소리를 듣는다. (글: 김정경·시인)

*김정경_ 201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으며, 그해 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예술 인력지원사업에 선정됐다. JTV와 전주MBC에서 작가로 일했다. 시집 『골목의 날씨』를 냈다.

∥글·사진_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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