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작가의 사진전 ‘침묵의 사이렌’이 11월 2일부터 14일까지 전주한옥마을 문화공간 ‘향교길68’에서 열린다.

권은경 작가의 사진전 ‘침묵의 사이렌’이 11월 2일부터 14일까지 전주한옥마을 문화공간 ‘향교길68’에서 열린다.

권은경 작가는 도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제적으로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IPA(국제 신문편집자협회) 주최 사진전에서 비프로 경쟁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지난 10월에도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국제 사진전에 다녀왔다.

그녀의 작품 배경은 김제 평야다. 온 벌판이 하나의 논이어서 ‘징게맹개 외배미들’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서해바다로 나가는 평야의 끝자락 거전 갯벌과 ‘일망무제’로 뻗어가는 광활, 만경, 진봉, 성덕의 거칠 것 없는 들판. 지평선을 향해 이어지는 들판과 바다로 흘러 나가는 신작로, 소복소복 눈 내리는 밤...

바람 가득한 벌판과 어둑어둑한 농촌, 시골집들은 한편으로 위태롭다. 초록빛으로 출렁이는 들판도, 석양빛으로 붉게 타는 황토도 농촌 현실을 반영한다. 작가는 그 위에 오순도순 정을 나누던 추억과 사랑을 얹었다.

권은경 작가의 사진전 '침묵의 사이렌'에서 선보일 작품들. 전주한옥마을 문화공간 '향교길68'에서 11월 2일부터 14일까지 계속된다.

권 작가는 김제 들판에서 강한 땅기운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녀가 그 땅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찾아가는 이유다.

“순창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때는 산만 보고 살다가 어느 날 할아버지와 기차를 타고 가다 사방이 탁 트인 풍경을 처음으로 보게 됐다.”며 “할아버지가 김제라고 알려준 그 너른 평야에서 땅기운을 강하게 느꼈고, 어른이 되어 이곳에서 큰 위안을 얻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녀의 작품 타이틀은 ‘침묵의 사이렌’이다. ‘사이렌’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다.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홀려 배를 침몰시키는 마녀. 현재적으로는 ‘경고’의 메시지로 쓰인다. 텅 비어 가는 농촌 들녘에 대한 무언의 경고, 아쉬움으로 들린다.

그녀의 사진은 ‘사이렌’처럼 치명적으로 매혹적이다. 조용하고 평온하고 다소곳한 풍경이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황량하고 쓸쓸하지만 외롭지 만은 않다. 그녀의 작품은 잔영이 크다. 그 평야가 오래도록 눈앞에 아른거리게 된다.

권은경 초대전을 준비한 조미진 ‘향교길68’ 대표는 “그녀의 작품과 처음 마주했을 때 전율을 느꼈다.”며 “김제 만경 그 너른 들판에서 피어나는 삶의 흔적과 희망, 그리고 안도감... 내가 항상 마음속으로 그렸던 풍경, 위로받고 싶을 때 찾아가는 그 풍경이 그 곳에 있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권은경 작가의 작품.

권은경 작가는 늦은 나이에 사진을 접하고 현재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사진을 보다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다. 조미진 대표는 오히려 그녀의 그런 학구열을 염려한다.

조 대표는 “그녀가 더욱 잘하겠다고 욕심내지 않기를... 그녀가 주류들의 방식에 편승하지 않기를... 그녀가 기성 작가들의 교언에 현혹되지 않기를... 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언제까지나 작품 속에 녹아들기를 빌고 또 빈다.”고 ‘초대의 글’ 말미에 남겼다.

한편 ‘향교길68’은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문화공간. 청연루가 있는 남천교에서 가깝다. 올해 초에 개관해 이기홍 서양화가와 송관엽 한국화가, 김두경 서예가, 조미진 전통자수 명장의 초대전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 강찬구 기자

권은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