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작가회의와 함께 하는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연대 글>

2021년 2월 1일 새벽,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키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이 2015년 총선 승리로 53년 만에 군부 독재를 끝낸 뒤 다시 한 번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1980년 5월, 한국에서는 신군부의 폭력 아래 민주주의가 피로 물들었다. 이로부터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제한된 채널로 군경의 폭력 진압과 민간인 살상 행위를 접하며 우리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인터넷조차 차단된 미얀마는 지금 외로운 싸움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에 전북포스트는 글로 세상과 소통하는 전북작가회의가 미얀마 국민의 민주화 운동을 향한 지지와 연대를 표하는 글을 연재하며 아시아의 평화에 한걸음 다가가고자 한다. 그 두번째 글로 지연 시인의 '꽃잎이 죽음 너머의 칼춤을 추는 듯 날릴 때'를 올린다. / 편집자주

꽃잎이 죽음 너머의 칼춤을 추는 듯 날릴 때

     - 지연

누가 채마밭에 식칼을 던지고 있는가

칼발을 가진 햇살이 우리 땅을 휘두르고 있더군

갈퀴와 삽을 칼발 디딤돌 밑에 넣어두고 무엇을 묻을까 궁리하면서

사과나무 살구나무 할 것 없이 말려 죽이더군

칼발이 걸어 다닐 때마다 꽃들은 무서워 등을 돌리지

사는 게 먼지다듬이와 나이테를 두르는 일이라고 합리화했지

그러다가 보았어 이유 없이 전지 당한 어린 것들

살아서 거리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칼발에 밟히는

꽃잎들, 죽음 너머의 칼춤을 추는 듯 날리네

잘린 나뭇가지 같은 세 손가락을 들어 올리네

이곳이 굴복을 원하는 먼지사원이라 해도

대국의 바람과 통성명하며 꽃의 살을 떨어뜨린다 해도

두려움으로 나아가라 자유는 생존하라

유실수들과 갓 눈을 뜬 상추들이

힘 잃어가는 목소리를 들으며 목숨을 유지하네

오늘 견디기가 아파서 앞으로 나아가는 푸른 것들

절망이 무궁무진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신앙이 되는

미얀마, 오늘이라는 제단에 피를 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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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시인

약력 : 2013년 『시산맥』신인문학상. 2016년 무등일보신춘문예 당선. 제15회 시흥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건너와 빈칸으로』(실천문학, 2018)가 있음. 2020년 아르코창작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