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에 수해까지 겹쳤습니다. 수재민들과 방재공무원들께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 자신 방재공무원 경험이 있습니다. 설계, 시공, 감독, 감리, 사업관리 경험이 있습니다.

모 자치단체의 2002년 태풍 루사 수해복구(2천5백억원, 13개 하천 유로연장 좌우안 99km) 기획팀장이었습니다. 물난리 원인으로 강수량과 강우 강도가 있습니다만 그것은 하늘이 하는 일입니다. 기술자로서만 말씀드립니다. 제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비로 침수된 전주시 중화산동 주택가.

홍수의 원인으로 물을 저장하지 못하는 불투수 면적의 증가가 있습니다. 시골집 마당과 농경지 배수로까지 포장되어 있습니다. 물 저장력을 잃은 유역에서 모든 물이 일시에 하천으로 쏟아져 들어 옵니다. 홍수는 토지 이용을 극대화한 인간 탐욕 문명의 운명이기도 합니다.

도심지에서는 배수펌프장보다는 불투수면적을 대체한 공원형 유수지가 기술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토지비와 민원 문제가 있더라도 백년대계로 해야 합니다. 농경지에서는 저류지를 다양하게 만드는 게 좋습니다. 하천의 통수단면을 확대하는 것보다 효과적입니다. 

농경지 소류지와 관련해서는 제방을 높이고, 하도를 준설하거나, 하천 폭(통수단면)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홍수터를 그대로 하천에 편입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자연형이며, 유리합니다. 홍수터가 곧 저류지가 됩니다. 어떠한 호안재료도 홍수터 설계보다도 생태적인 것은 없습니다. 제방에 의존하는 방식은 자연형 혹은 재자연화 생태 공법에 맞지 않습니다.

하천측량 시에는 반드시 기점수위로부터 측량 데이터를 적용해야 합니다. 단일수계에서는 반드시 동일한 수리수문 데이터와 기점수위로부터 홍수위선을 설계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만경강에서는 전주천, 소양천, 고산천이 합류합니다. 만경강 본류 위의 지류인 3개 하천 설계자와 방재공무원은 반드시 합동회의를 해야 합니다. 삼례대교 수위를 공통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너무나 상식적인 이 일을 무시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어디는 확률강우량, 어디는 최대시우량 등 서로 다른 데이터를 씁니다. 이런 이유로 같은 하천에서 교량 교좌의 높이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설계되어 상류부 다리 교좌 높이가 하류부 다리 교좌 높이보다도 낮은 경우가 있습니다.

상위 하천정비기본계획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5년이 넘은 게 많아 기준이 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5년 이내라 하더라도 새로운 수리수문 기록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기본계획을 새로 해야 합니다.

이번 홍수의 경우 국가하천인 만경강은 새로운 기상 데이터를 적용하여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하천정비기본계획을 새로 수립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새만금 담수호 방수제 공사로 인한 영향을 반영해야 합니다.

물에 담긴 남원 광한루 /

기본계획은 시간이 필요하니까 계획 초기에 기점수위와 수리수문 데이터의 공유를 하면 지류 설계 속도도 빨라집니다. 방재기관끼리의 협력 네트워크가 가동되어야 합니다.

도심지 토목공무원은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전북의 경우 수해가 많은 무주, 진안, 장수 토목직 공무원이 기술 수준이 높습니다. 용역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하천 제방의 암거나 수문 등 횡단구조물을 하천 법면보다 튀어나오게 하여 수충부를 만들고, 구조물 접합부에서 이질 재료를 사용하여 조도계수(물과의 마찰 정도)가 달라져서 와류를 발생시키는 바람에 복구가 오히려 2차 피해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해복구 선진지 견학이나 경험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하천은 살아 있는 물을 다루는 의술이자, 자연예술입니다. 기술로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을 꼭 참조하셔야 합니다.

방재대장 작성이 완료되고 피해액이 산정되면 중앙에서 복구 예산이 내시되기 전이라도 용역을 발주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가올 태풍, 다음 년도 우기 전에 복구를 완료합니다.

국회만 패스트트랙(고속궤도)이 있는 게 아닙니다. 설계가 한 달 앞질러 가고 공사가 뒤따라 가는 설계 시공 동시 사업을 제안합니다.

제 경우 설계만 2년 걸린다는 루사 수해복구를 설계•시공 병행 고속궤도 방식으로 2003년 우기 전 1년 만에 완료한 경험이 있습니다. 신속히 했지만 2003년 태풍 매미가 준공 검사를 했는데 피해가 없었습니다.

한정된 시간 내에 방재대장 작성과 국가 방재 전산망에 입력하려면 전 토목직 공무원이 달라붙어도 역부족입니다. 행정직의 경우 수해 대민업무를 하기에 행정직 동원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경험있는 민간 기술자의 자원봉사를 요청해도 됩니다. 어떤 시민도 그 어떤 주민도 이를 부정한 커넥션이라고 하지 않을 겁니다. 협조 요청하십시요.

피해부의 단순복구보다는 항구적 개량복구를 해야 합니다. 일이 많아지지만 특히 소하천의 경우 유로 전체를 검토하시는 게 좋습니다. 

하천제방 최고점보다 지대가 낮은 전주 한옥마을의 경우 전주천이 홍수위선(HWL)보다 높은 여유고까지 물이 오른다면 당연히 침수가 발생합니다. 이번에도 침수가 발생했습니다.

세밀한 기술 검토를 해야 합니다. 홍수 배제 속도, 관거 유속, 관거 유량, 맨홀의 설치 위치, 지하 저류조, 최종방류구의 이설 등을 설계할 때에 반드시 현장 주민을 설계 초기부터 참여시켜야 합니다. 설계를 다한 뒤의 공청회는 사후약방문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강주영 전북포스트 편집위원

모든 사항을 여기에 다 적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국가에 건의합니다. 수계를 일관한 하천관리청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모든 방재공무원의 염원입니다. 

그리고 기자님들 수해 관련 기사는 정말 신중히 다루어야 합니다. 반드시 전문가 자문을 받아야 합니다.

다시 한 번 수재민과 방재공무원께 위로와 격려를 드립니다. / 강주영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