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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스포스트>‘원피스 등원’을 주목하는 이유 - 강찬구
강찬구 기자  |  phil6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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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06  15: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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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초점은 원피스 차림이 아니다. 배려의 문제다. 류호정 의원이 자신이 평소 입던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국회에 등원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없다. 시각이 다르고, 각자의 의견을 피력할 수는 있지만 ‘원피스가 어때서...?’라거나 ‘천박하다’ 등의 표현은 오히려 억지스럽다.

나는 다만 류 의원의 옷차림새가 이 시기에 적절했는가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튀는’ 언행으로 소모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나의 견해다.

류 의원은 비례대표 명단에 오르면서부터 시선을 끌었고, 그동안 돌발적 언행으로 간간이 화제를 뿌렸다. 나는 그가 젊은 진보 정치인의 전범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두고 주목하고 있다.

 

나는 배려에 초점을 두고 이 현상을 해석하고자 한다. 배려는 민주 사회의 가장 큰 덕목이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거. 대한민국이 OECD 국가이면서도 아직도 선진국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배려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강찬구 전북포스트 발행인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라는 긴장된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기업들은 숨을 죽이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곧 망할 것이라는 위기의식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서민 생활은 위태위태하다. 국민 모두 ‘날이 서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류 의원이 원피스 차림으로 등원한 4일은 비피해가 심각해 정부가 일부 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는 중이었다. 곳곳에서 물난리가 나서 많은 분들이 실종됐고,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가족은 비탄에 젖어 있고, 실종자 가족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전례에 없던 빨간색 원피스 차림으로 국회에 등원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고, 논란이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등원했고, 예상했던 바와 같이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를 비난하는 쪽이나 옹호하는 쪽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하기는 어렵다.

 

나는 이번 원피스 논란이 류 의원의 언행이 축적된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국민들이 젊은 의원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류 의원은 젊은 진보 정치의 ‘아이콘’이다. 젊은 진보 정치인은 물론 정의당을 상징하고 있다. 국민들은 류 의원이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는지 탐색하고 있으며, 그 신뢰도에 따라 국민의 지지도 달라질 것이다.

국회의원은 개인이 아니라 기관이다. 이 나라의 법을 세우고 지키고, 중요한 국정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예산과 결산을 검토하고 의결하는 막중한 책임과 역할을 가지고 있다. 국회의원의 결정에 따라 이 나라의 앞날이 좌우된다. 개인의 선택권 이전에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자리다.

나라가 호시절이거나 경사가 있으면 꽃무늬든 ‘땡땡이’든 개성을 살려 입는 걸 뭐라 할 건 없다. 오히려 참신하다고 격려를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 다들 어렵고 힘든 상황인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치기로 비쳐질 수도 있어서 걱정된다.

나는 류 의원이 자신의 말처럼 ‘편하게 일하기’ 위해 빨간색 원피스 차림으로 등원했기를 바란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려 깊지 못했다고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그가 어떤 의도를 갖고 그 차림새로 나섰다면 문제가 크다고 본다. 그것은 ‘치기’이기 때문이다.

류 의원은 자의든 타의든 시험대 위에 서있다. 젊은 세대의 기수, 진보의 꿈나무가 됐다. 이제 단순한 사회운동가가 아니다. 대한민국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다. 기성세대가 그를 제도권 정치에 내세운 것은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의식을 국정에도 반영해 달라는 깊은 염원이 담긴 것이다.

 

정치는 설득이다.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국민들과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도 해야 하고, 논리도 있어야 한다. ‘치기’를 앞세운다면 젊은 진보 정치인은 물론 진보 세력이 피와 땀과 눈물로 일으킨 정의당까지 붕괴될 수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세상의 흐름은 도도한 물길 같아서 거스르기가 쉽지 않다. 중장비를 동원해 물길을 바꾼다 해도 결국은 큰 물 앞에서 제자리로 돌아온다.

물길을 왼쪽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왼편의 돌을 오른편 둑에 쌓는 일. 나의 돌을 치우면 그 자리는 새로운 물로 채워진다. 그렇게 서서히 세상을 바꿔가는 일. 그게 정치다. 정치(政治)의 치(治)는 물의 흐름을 뜻한다. 자연스러움, 유연함이 정치 원리임을 새삼 일깨운다.  / 강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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