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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장의 시민(市民)인가 모시는 시민(侍民)인가 - 2020 신년기획 <지역을 떠올리자> - 강주영
강주영 편집위원  |  kjyn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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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30  13: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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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를 내내 쉬었다. 코로나 때문은 아니다. 비정규 건설 노동자에게는 늘 있는 일이다. 코로나 때문에 내 삶이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늘 일이 끊기는 것을 걱정하고 지냈기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돈을 벌어야 산다."는 사실(사실과 진리는 다르다.)은 해와 달이 뜬다는 천지자연의 이치보다 앞선 진리(?)였다. 코로나로 세상이 바뀐다고들 하지만 "돈을 벌어야 산다."는 진리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살아야 산다." 그래서 "일자리 만들기"가 최고가 된다. 달리 말하면 "소비가 되어야 산다."는 바뀌지 않는다. 바뀌는 것은 노동, 유통, 분배의 방식일 뿐이다. 

 

   
코로나 역설! 하늘이 이렇게 맑고 파랗구나!

삶의 바탕이 뒤집어지지는 않는다. 코로나로 멈춘 이동, 전쟁 중단, 생산 축소로 미세먼지가 사라져 파란 하늘이 있었구나 한다. 이 깨달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를 이기면(?) 사람이 만든 코로나인 미세먼지, 전쟁, 기후 위기, 돈 버는 노동, 지구적 교역은 다시 지구공유지에 대유행할 것이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같아서는 안 된다고들 하지만 달라질 것이라는 근거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생각 있는 사람들이 늘어서 작은 지역,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실험하고 퍼트리겠지만 세상을 바꾸기에는 아직은 멀다. 통계물리학의 실험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변화점은 인구의 15% 정도가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살림집이 자연에서 떨어진 것, 살림집과 노동 공간이 멀어진 것, 마을 차원의 분업이 아닌 지구적 차원의 분업과 그에 따른 지구적 교역, 마을 교육이 사라진 집단 학교... 등은 자원 소비를 기하급수로 늘린다. 

내 외할머니는 집과 집 앞의 논밭에서 평생을 살았다. 어쩌다 5일 장에 갔을 뿐이다. 나는 집, 자동차 이동, 직장 사무 공간, 육체 노동 공간, 학교 공간, 구매 공간, 휴식 문화 공간(커피, 술, 영화, 수영장....) 등 많은 공간을 쓰고 있다. 할머니에 비해 아마도 10배 아니 100배는 많은 자원과 공간을 쓰고 이동하고 그만큼 돈을 벌어야 한다. 

 

   
미국의 로컬모터스는 정비소 규모의 작업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한다. 마을에 자동차 공장이 가능하다.

답이 무엇일까? 

답은 아직 가지 않은 올 날이 아니고 옛에 있다. 옛은 낡음이 아니다. 할머니의 삶이 답이다. 자치•자급•자족하여야 한다. 

중국산 생활용품, 프랑스 와인, 이탈리아제 가방, 일제 자동차가 없어도 되는 마을, 지역을 만들어야 한다. 지구적 교역 없이도 마을의 필요를 채우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경제는 과소비를 통한 이윤 얻기가 아니라 지역적 단위의 필요를 채우는 일로 틀거리(패러다임)가 바뀌어야 한다. 경제학은 이윤학에 불과하다.

내가 생각하는 기업은 자체 농지를 가지고 식량을 생산한다. 노동자는 반은 농민이고 반은 공업 노동자이다. 실제로 북한이 그렇게 하고 있다. 사무와 육체 노동은 언제든지 교환되어야 한다. 외지에서 가져오는 기성복 대신에 마을 양복점과 양장점에서 옷을 맞춘다. 완전한 수제 노동이 아니라 기계를 사용한다. 백명의 인구에 양장점, 양복점  제화점이 하나 정도 있으면 되지 않을까? 

 

   
부산진구의 마을공동작업장.

서울이나 이탈리아에서 온 구두나 옷은 필요 없다. 마을 작업장이다. 대량 생산과  먼거리 교역의 소비가 아닌 마을의 필요 생산과 공유이다. 3D프린트, 인터넷망 같은 첨단 기술과 적정기술이 더해지면 마을 경제는 자족성을 가질 수 있다. 

마을은 순환버스가 다닌다. 마을에서는 자가용은 사용을 금지한다. 주차가 목적인 자동차를 가질 필요는 없다. 마을은 주민 전체가 이용권을 가지는 공유차량을 차종별로 준비한다. 1가구 2차량은 필요없다. 우버나 타다 같은 짝퉁 공유가 아니다. 

마트에 갈 필요 없도록 마을에는 마을소비조합이 있다. 아이들은 걸어서 학교에 간다. 마을과 완전하게 결합된 마을학교가 있어야 한다. 마을공회당에는 마을보건소와 영화관 도서관이 있다. 마을공회당과 학교는 서로 다른 개념이 아니다. 

직장과 주거는 근거리에 있다. 외지의 유명가구가 아닌 마을의 목수가 만든 가구를 쓴다. 근거리용 전기자동차는 마을에서도 생산 가능하다. 외지에서 부품을 가져다가 조립만 하면 된다. 마을은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공유지를 두어야 한다.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이동을 줄이고 시설, 도구 등을 공유하면 돈 쓸 일이 줄어든다.

 

   
어촌계의 공유 바다, 뭍에는 아직 마을 공유지가 없다. 70년대에만 해도 있던 마을공유지는 전부 사라졌다.

이렇게 해 나가면 마을은 지구적 교역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자치, 자급성을 가지게 된다. 생활의 필요로 재난지원금을 찬성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정부는 디지털뉴딜을 한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마을을 재구성하는 경제 자체의 뉴딜이 필요하다. 

'돈 벌어야 산다.'가 아니라 '마을에서 살 수 있다.'여야 한다. 나는 국가가 그렇게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 있는 사람들이 먼저 하리라 믿는다. 이제 우리도 그런 단체장이나 지역일꾼을 가질 때가 되었다.

우리말 '일'은 '돈을 벌다'가 아니라 '이루다'이다. 사람은  '살다', '살리기', ' '삶'이다. 사람이 일을 하면 이루어서 산다. 우리는 시장의 시민(市民)이 아니라 모시는 시민(侍民)이다. 자 이제 일을 합시다. / 강주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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