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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협동과 연대의 원리- 2020 신년기획 <지역을 떠올리자>
강주영 편집위원  |  kjyn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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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14  14: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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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 개미집을 짓는데 설계도를 아는 개미는 없다. 개미 하나 하나를 지휘하는 왕개미는 없다. 개미집은 개미 하나 하나로 환원될 수 없다. 개미집은 떠오름(창발)이고, 집단지성이다. 집단지성은 협동, 연대의 결과물이고 전체로서 자기짜임(자기조직화)을 이룬다고 지난 글에서 썼다.

 

   
벌은 꿀을 얻는 대신에 꽃가루를 날라 꽃의 수분 작용을 돕는다. 자연에서는 인간 사회와 달리 종들 사이 경쟁도 전체 자연의 상생 원리를 넘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자기짜임의 원리로 협동과 연대를 들 수 있다. 벌은 꿀을 얻는 대신에 꽃가루를 날라 꽃의 수분 작용을 돕는다. 배부른 사자는 잉여 사냥을 하지 않는다. 자연에서는 인간 사회와 달리 종들 사이 경쟁도 전체 자연의 상생 원리를 넘지 않는다. 협동과 연대는 기획자나 지휘자의 생각을 따르는 게 아니라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스스로의 사고와 행동으로 이루진다.  

선장 없는 항해는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지만, 선원들의 협동과 연대는 파도를 헤치며 훌륭한 항해를 해낼 수도 있다. 조절자, 지휘자 없이 개미집을 짓는 개미들의 활동과 같다. 촛불을 기획한 조절자는 없었다. 시대가 대중을 껴올림(공감)과 때맞음(공진)으로 자치행동에 나서게 떠올렸을 뿐이다.

 

 협동과 연대의 정신은 자연의 이치, 섭리가 사람과 사회에도 내재해 있다고 여긴다. 협동은 비교 우위를 내세운 분업과 협업의 원리와는 다르다. 많은 경우 산업에서의 분업은 수탈을 은폐한다.

 협동과 연대 정신(연합성, 자기짜임성)은 국가나 지휘자의 지휘가 현존하는 질서를 유지하려고만 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데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연합성은 존경의 권위를 따르지, 돈과 지식과 법으로 강요하는 권력은 따르지 않는다. 연합성은 자연을 국가라는 리바이어던 괴물을 설계한 홉스처럼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보지 않고, 만인 대 만인의 협동과 연대로 본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이런 뜻이다. 

 

   
국가가 세운 질서와 제도는 대한민국의 모든 지역을 똑 같은 붕어빵으로 찍어냈다. 무주, 고창, 봉화, 해남의 시골 마을들은 똑 같다. 도시인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의 마을도 똑 같다. 새로움은 일어서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연합성은 경쟁을 말하는 경우도 상대를 죽이는 게 아니라 상대를 살리는 협동과 연대의 방식으로 추구한다. 세상에 너와 나는 따로 없다는 묵가의 천하무인이 이와 같다. 무위이화 즉 인위(국가가 만든 제도나 질서)가 질곡을 만드니 자연에 순응하라는 말도 같은 뜻이다. 연합성은 약육강식의 진화사관, 진보사관을 거절한다. 연합성의 진화, 진보는 상호부조의 발전을 말한다.

국가가 세운 질서와 제도는 대한민국의 모든 지역을 똑 같은 붕어빵으로 찍어냈다. 무주, 고창, 봉화, 해남의 시골 마을들은 똑 같다. 도시인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의 마을도 똑 같다. 새로움은 일어서지 않는다. 정부의 예산 공모 틀과 계획은 붕어빵만 찍어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부와 도시적 활력만이 잘 사는 길이라고 믿게 되었다.

이런 붕어빵 생각, 표준 생각을 벗어나야 한다. 조절자, 기획자를 생각하기보다는 연대와 협동망을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해야 한다. 연합의 원리는 자치공동체 형성에 많은 영감을 준다. 바라건데 부안군이 새만금 사업을 거부하면 대통령이나 장관이 부안군수에게 협조공문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런 개혁이 검찰 개혁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 국가는 마을과 마을의 연합으로 성립해야 한다.

 

   
연합성은 국가가 나누어준 권력으로서의 자치분권이 아닌 개미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자치행동을 더 중요시 한다. / 사진은 최근 국민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모여 연합을 보여준 촛불 집회 장면.

연합성은 모든 지휘 역할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연합성은 사회를 연합의 연합으로 보기에 국가는 당연히 연방으로 이루어진다. 연합성은 국가가 나누어준 권력으로서의 자치분권이 아닌 개미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자치행동을 더 중요시 한다. 중국혁명기의 중국인민해방군에는 계급이 없었다.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하는 직책만이 있었다. 이 직책들은 놀랍게도 임명이 아니라 뽑혔다. 이런 군대가 미국의 지원을 받은 막강한 장개석 군대를 이겼다. 

국가가 무엇을 해줄 것인가 요구하기 전에 이웃과 지역을 위해 어떤 자치행동을 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래야 지역이 떠오른다. 다음 글들에서 협동과 연대의 조건과 실현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자. / 강주영 편집위원

 

   
글쓴이 / 강주영 전북포스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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