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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37. 책 '애도일기' / 롤랑 바르트, '아침의 피아노' / 김진영 : 4
이현옥  |  jbpost20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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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5  11: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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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 관 

 

                우리 엄마 정말 곱네

                 성 씨도 모르는 염쟁이

                 닳고 닳은 화장 팔레트 모서리

                 구석구석 붙은 화장품으로

                 내 엄마 얼굴에 마술을 부리네

 

                 싸구려 냄새면 어떤가

                 저렇듯 곱게 화장한 모습

                 이런 호사를 내 평생 본적이 없다

 

                 삼십여 년 전 장만해 놓았던 모시 수의

                 어쩜 그리 잘 어울리는지

                 육신의 고통 영욕의 세월 내려놓고

                 꽃단장도 끝난 길

                 발길 가볍게 부디

                 잘 가시구려

 

   
 

 

어머니의 기운 속바지

  어머니는 저세상으로 가셨다. 상을 치르는 동안 솔직히 나는 뭐가 뭔지 잘 모를 만큼 얼이 빠졌다. “그렇게 아파서 고생하느니 하루라도 빨리 가시는 편이 낫다.” “90을 넘겼으니 호상이다.” 여기저기 두런두런, 주섬주섬 거드는 소리들이 모두 남의 일 같았다. 

내 옷이 아닌 듯 검은 상복을 어정쩡하게 걸치고, 치렀던 의식들. 울부짖었던 순간순간. 길고도 짧았던 시간들. 몽롱했고, 먹먹했다. 나를 찾아 온 조문객들에게 거듭거듭 로봇처럼 어머니의 한평생을 되뇌었던 사람. 나.

당신의 너덜너덜 기운 속바지와 늘어날 대로 늘어난 속옷들을 태운다. 그 남루한 옷을 기우며 애간장 다스렸을 겨울. 홀어머니의 밤. 울컥 뜨거움이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입관하면서, 하관하면서 흘렸던 눈물과는 사뭇 다르게, 내 속의 무엇들이 쏟아진다. 포장을 뜯지 않은 내복이며 양말도 태운다. 대체 언제 적 옷들인가. 어찌 그리 살다 가셨는가. 수북한 옷더미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울고 또 운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인생이 영화 같다. 소설 같다. 뭐 이런 표현도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다. 바보처럼 살았군요. 당신. 유행가 가사가 훨씬 절절하다.

 

  참 고우셨네요. 카톡 프로필에 올려놓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한 말씀들 거드신다. 곱다는 말에 목메어 고개를 들면 어머니는 온데간데없고 나만 덩그라니 남았다. 병색이 죽음처럼 뒤덮은 얼굴로 험한 혓바닥을 쭉 내밀며 쓴내 단내 흙내가 난다며 내 눈을 들여다보는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원망하고 있었으리라.

애증으로 어긋나기만 했던 당신과 나와의 간극. 이제 막을 내렸다. 당신의 기운 속바지를 태운 연기며 냇내가 저기 들판으로 스러져간다.  / 이현옥(우석대 도서관 사서)

 

   
글쓴이 이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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