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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 36. 책 '애도일기' / 롤랑 바르트, '아침의 피아노' / 김진영 : 3
이현옥  |  jbpost20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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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8  10: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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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일기'의 작가 롤랑 바르트. '애도일기'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기록한 롤랑바르트의 에세이다.

산송장

  당신 삶의 마지노선. 당신을 인간으로 대접해 줬던 요양병원 6층. 기저귀를 차기 시작하고 7층 병실로 옮겨지는 순간부터 산송장이나 다를 바 없다며 6층에 남아 있으려 안간힘을 쓰고 계신다. 정신 줄을 놓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있다.

수면제인지, 수면유도제인지, 비마약성 진통제인지, 소화촉진제인지 모를 알약들을 끼니때마다 한 움큼씩 삼키며 연명해 온 시간들. 췌장에는 암 덩어리가, 자궁과 간에는 혹들이, 콩팥은 엄청 부어 있단다. 다시 말하면 성한 장기가 한 곳도 없다는 것이다. 

그 연세에 말라 비뚤어진 그 몸에 칼 댈 곳이 어디 있느냐. 열이나 떨어뜨려 보자. 주사바늘은 그래도 들어가니 다행이지 않으냐. 고통이라도 조금 덜어보자. 의사와 간호사들이 매번 읊는 레퍼토리에 애진즉 만성이 되어버렸는가. 나는 무덤덤하다.

 

  이번 통증은 지난번과 비교할 바가 아닌 듯. 아예 곡기를 끊으셨다. 온몸은 사시나무 떨 듯 침대까지 덜컹인다. 애처로워 차마 바라볼 수가 없다. 나는 당신의 얇은 몸 위에 해골이나 다름없는 몰골 위에 내 상체를 가만 얹는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이런 나를 지켜보았는지 병상 맞은 편 할머니들이 한 마디씩 거든다. 그나마 딸이 와야만 물 한 모금이라도 넘긴다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병실 할머니들에게 그저 쏟아지는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창가로 돌려 버린다. 

저 멀리 당신과 내가 십년 이상 동거했던 붉은 벽돌집이 보인다. 그 집이 보이는 창 쪽으로 침대를 옮겨달라고 간호사들에게 생떼를 쓰던 때가 엊그제 같다.

 

   
*10여년 전 담양의 명옥헌 원림 앞에서 손주들과 함께 

 

 

 
  *20여년 전 본인과 제주도의 성산일출봉을 지나다가

  

  결국 올라오고 말았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7층 중환자실

  하필 죽음 직전 환자들을 꼭대기에 내몰았는가

 

  당신과 나

  풀지 못한 숙제

  평생 어긋나기만 했던 타래를 풀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산송장 귀에 대고 난생 처음

  내 속의 두서없는 말문을 쏟아낸다  

 

  미안해 엄마

  미워해서 미안해

  고맙다는 말 못해 미안하고

  내 모든 불행을 당신 탓으로 원망했던 세월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 하지 못해서 미안해

  용서해줘 엄마. 사랑해.

 / 이현옥(우석대 도서관 사서)

 

   
글쓴이 이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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