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김제 가족간첩단 조작사건’ 피해자 및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 1982년 김제에서 농사를 짓던 한 농부가 북한에 나포됐다가 돌아온 뒤 조카들을 포섭하여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조작된 사건에 대한 민사재판에서다.

  ‘김제 가족간첩단 조작사건’에 대한 무죄판결은 문재인 정권들어 진행된 재심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이에 대한 보상으로 국가배상을 지방법원에서 선고했다 한다. 조국 법무부장관은 “조기에 재판절차를 종결하고 신속히 권리구제가 이루어지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법무부에서 항소를 포기, 배상판결이 확정될 것이란 소식이다.

  ‘김제 가족간첩단 조작사건’ 피해자 유족들만 19명에 이른다고 하니 그들이 겪었을 정신적 물질적 고통과 피해가 얼마나 심각했을까 싶다. 뒤늦게 국가에서 배상을 한다 한들 그 원통함이 제대로 풀릴 수 있겠는가 싶고 말이다.

  1979년 군복무 당시, 일명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을 간접 경험한바 있다. 우리 소대원 중 하나가 고정간첩이 사용하는 수첩에 이름이 올랐다며 수사기관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박장우 주필

  그 병사는 소대원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취사병이었는데 마을 주민들과 접촉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병사는 수사기관에서 1주일 정도 조사를 받고 되돌아 왔는데 이후 말을 잃고 막사 앞 바다만 쳐다보곤 했었다.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던 일가족도 근래 들어 37년 만에 완전히 누명을 벗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진행된 재심에서다.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으로 당시 강원 삼척 주민 24명이 연루됐으며, 일가족 12명이 간첩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두 명은 사형이 확정, 집행됐다.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은 삼척 주민이던 사람이 한국전쟁 때 월북했다가 간첩으로 남파돼 1960~1970년대 친척들과 만나 수차례 편의를 제공받거나 북한을 찬양·고무한 혐의로 1979년 6월 구속 기소돼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었다.

  우리 소대의 병사가 수사기관에 끌려간 것은 그해 8월경으로 추측되는데 아마 보안부대 차원에서 추가 조사가 이루어진 것 아닌가 싶다. 당시 해안부대에는 보안대라는 군정보기관이 활동하고 있었는데 일선 소초까지 샅샅이 뒤지고 다녔던 시절이다.

  대대단위 보안부대장은 중사계급을 단 사람이었는데 얼마나 권한이  막강했던지 대대장인 중령이 눈치를 볼 정도였었다. 당시 보안사령관이 12.12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소장이었다.

  군 복무시절 울진삼척 공비침투지역에서도 근무해본 적이 있었는데 태백산맥이 가까워 바닷가이지만 깎아지른 절벽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병사들이 밥 먹고 잠자는 공간에서도 북한을 찬양하는 불온서적이나 삐라들이 곧잘  발견되곤 했었다. 불온문서가 발견되면 곧바로 상급부대에 신고 처리했는데 실제 간첩들이 뿌린 것인지, 아니면 훈련차원에서 우리 정보기관 쪽에서 갖다 놓은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독재 시절에는 간첩사건도 수시로 발생했던 것 같다. 대부분은 실체가 있는 사건으로 밝혀졌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극히 일부는 조작된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문재인 정부 들어 조작사건으로 판명된 8건의 간첩사건에 주어진 훈포장을 무더기로 박탈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었다. 물론 당시 수사를 맡았고 정부 표창까지 받은 당사자들은 펄쩍 뛰고 있다  한다.

  그러나 수사기관에 잡혀가서 고문당하고 자신이 하지 않은 일도 했다고 자백하지 않으면 안됐던 극한 상황에 처하면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국민 누구나 잘못 엮이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국가안보, 심지어 정권안보를 위해 명확한 물증도 없이 간첩으로 덮어씌운 조작행위는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다. 간첩으로 내몰린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 , 친척까지 연좌되어 치러야 했던 곤욕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군 복무시절, 간첩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던 병사를 생각나게 하는 시간이었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