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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흡연과 주인 바뀐 추석 모정 - 박장우
박장우 주필  |  jbpost20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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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6  10: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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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는 입주한지 20년이 넘어서면서 부모세대 아파트로 불리는데 추석이나 설 명절에는 밖에 나가 살고 있는 자식들이 찾아드는 고향 같은 마을이다. 명절이 되면 이들이 몰고 온 차량들로 주차장이 넘쳐난다.

  우리 아파트에는 몇 년전에 그늘지고 바람 잘 통하는 곳에 모정을 만들었다. 여름에는 남자들이 더위를 식히는 장소로 쓰인다. 양노당이 있으나 여자들 독차지가 된지 오래다.

  모정은 평소에 남자들이 담배를 피우러 찾는 곳이기도 하다. 집안에서 피우다가는 식구들에게 구박당하기 십상이고, 계단이나 복도에서 피우다간 이웃에게 눈총받고 핀잔듣기 일쑤다. 그래서 모정에는 사람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올 추석에는 모정 풍경에 변화가 왔다. 외지에서 온 젊은 사람들이 모정을 차지한 것이다. 그중에는 젊은 여자 모습들도 많았는데 스마트폰을 검색하면서 연신 담배를 빨아댔다. 평소 담배 태우러 모정을 찾았던 노인들이 갈 곳을 잃고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박장우 주필

  우리 아파트에는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부모 세대들은 이웃집 아들 딸들도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았던 때에는 인사도 주고받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추석에 만난 젊은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본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특히 대학에나 다닐 법한 여자애들이 모정에 나와 당당하게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에 이웃집 어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자리를 피하기 바빴다. 지난해 추석 때만 해도 볼 수 없던 모습들인데 말이다.

  한옥마을과 더불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전주 객리단길, 영화의 거리 등에는 밤새도록 사람들의 발걸음과 웅성거림으로 주변 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노래를 부르거나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도 있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아침에 보면 길거리마다 담배 꽁초가 가득한데 절반 가량은 입술연지 묻은 꽁초란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흡연율은 2017년 기준, 22.3%로 2008년 27.8%에서 5.5% 가량 낮아졌다. 이중 남성들의 흡연율은 같은 기간 47.8%에서 38.1로 크게 낮아졌으나 여성들의 흡연율은 6-7%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통계적으로 보면 여성들의 흡연율이 크게 높아진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여성들의 흡연 장면이 사람들에게 더 노출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요즘 담배 값도 장난이 아니다. 인기 있는 담배는 한 갑에 5천원씩 한다. 담배 한 개피 주고받기도 부담스런 가격이다. 이 때문에 담배 끊었다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술과 담배를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달랐다. 술은 남녀노소 별다른 구분이 없이 서로 권하기도 하던 기호품이었지만 담배는 나이나 성별에 따라 상당한 거리를 두고 대했던 것 같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서는 금기시하는 태도를 보였던 게 부모 세대였고 말이다.  

  동양에서는 우리나라가 서양 풍습을 가장 빨리 받아들인다고 하는데 아마 개인주의도 그만큼 빨리 자리 잡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웃에 대해 쓸데없이 관심 갖고 간섭하는 일도 용납되지 않는 세상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명만 모여도 이것저것 따져 묻고 하다보면 혈연이든, 학연이든, 지연이든 안 걸리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금세 친인척 이상으로 친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요새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접근 방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잘못 접근하다가는 범죄 행위자로 오해받기 딱 좋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만큼 젊은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관심 밖이라는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부모님이 살고 있는 고향마을에 와서도 젊은 딸애들이 어른들이 놀던 모정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는 것 같고 말이다. ‘나 좋아서 담배 피우는데 누가 시비하랴’하고...

  다만 너무 급작스럽게 변해가는 세상 풍경에 나이든 사람들이 많이 불편해지고 있다는 것뿐이고 말이다. 아마 10년쯤 뒤에는 이런 풍경들도 자연스럽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 박장우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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