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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 31. 영화 '서칭 포 슈가맨' / 말릭 벤젤룰
이현옥  |  jbpost20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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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3  13: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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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역사상 가장 신비로운 가수, ‘슈가맨’ 로드리게스의 놀라운 이야기.

► 세상에는 이런 일도... 

  딸내미가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을 맞자 나는 이 친구에게 예쁜(?)짓을 하고 싶어졌다. 이벤트를 준비하여 대학생활을 만끽하도록 해 주고 싶어진 것이다. 다행히 나와 딸은 영화를 즐겨보는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 딸내미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오래된 영화도 곧잘 보는 편이다. 

내가 알기로 『후라이드 그린토마토』는 대 여섯 번을, 『티벳에서의 7년』은 서너 번을… 이 외에도 영화광이라 불리어도 인정해 줄 만큼 여러 작품을 집중하여 보고는 했다. 이런 아이하고 여행할 장소는 영화제가 벌어지는 장소가 안성맞춤이리라. 그래서 우리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다녀오기로 합의했다. 

소위 나에게도 버킷리스트라는 것이 있었다.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과 프랑스의 칸, 연극 페스티벌이 열리는 영국의 에든버러에 딸과 함께 다녀오는 것이 순위 안에 들어있으니까. 영화와 연극들을 좋아하다 보니 그런 로망이 생기게 된 것은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딸내미와 고 2때 한 약속. 그로부터 7~8년이 지났으나 어느 세월에 실천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10년 안에 반드시 달성하리라. 이렇듯 대대적으로 공포해 놓아야 행동에 돌입하게 된다니 한번 믿어보겠다.

 

  딸내미는 대학을 졸업한 작년 가을 나와의 약속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부산국제영화제에 가 있다는 통보를 해온 적이 있다. 엄마를 배신 때리고 혼자 간 것이 얄밉기도 했으나, 이내 나는 요즘 젊은이는 맘먹은 대로 본인의 즐거움을 향유하는데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을 보고 내심 부럽기도 했다. 나는 지금도 혼자서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는 쑥맥 중에 쑥맥이다.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비운의 가수,  남아공선 밀리언셀러 히트가수다.

물론 내 고장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온 가족과 함께 서너 차례 즐기고 왔다. 때때로 딸내미와는 오붓하게 남편은 내게 코 꿰어 서먹하게 다녀오기도 하지만, 아쉽게도 아들과 단 둘이서 함께 한 적은 없는 듯하다. 정서적 교류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씀이리라.

왜 하필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선택하여 그 지역을 여행하게 되었는지 굳이 설명하자면, 오롯이 음악 다큐 『서칭 포 슈가맨』 때문이었다. 전주의 한 영화관에서 이 다큐를 뒤늦게 보았는데 세상에는 이런 일도 있구나하는 말이 저절로 내 입에서 나왔다. 

그냥저냥 묻힐 뻔 했던 노래, 그 노래를 만들고 불렀던 사라진 가수의 족적을 쫒고 또 쫒아 결국은 찾아내고야마는 과정이 기막혔던 것이다.이 다큐를 발굴하고 상영한 곳이 제천이라는데 가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졌다.

 

  나이든 엄마와 어린 딸이 등에 배낭을 메고, 영화 포스터와 카탈로그를 손에 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딸이 어서 자라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단 둘만의 여행의 시작을 그리고 서로가 좋아하는 주제로 소박하게 시작해 보는 거다. 

말은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사실 여자 둘만의 첫 여행이 살짝 겁이 나서 작은 도시를 선택한 면도 없지는 않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부산과 칸.에든버러는 아닐지라도 그 아류라도 경험하겠다는 깜냥이 작용하기도 했을 것이다. 

여하튼 『서칭 포 슈가맨』이 맺어준 여행이었다. 그곳에서 역시 몇몇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유증과 백혈병에 걸린 어린 소녀가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루고자 스위스로 이주하여 연주자로 인정받은 후 고향에 돌아와 피아노를 기증하고 연주회를 하던 인상적인 다큐 『열정소나타』도 만났다.

 

   
명성을 얻고 돈도 벌었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그는 여전히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 변함없이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슈가맨'이라는 노래를 부른 이 다큐의 주인공 이름은 ‘로드리게즈’로 미국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공장지대에서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노동자 가수다. 그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기를 좋아하여 밤에는 여느 선술집 무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툭툭 던지는 듯한 목소리는 매력이 있고, 노래 가사는 철학이 담긴 시 한 편이자 메시지였으며, 그의 태도는 마치 선각자 같기도 하다. 

음반을 내긴 냈으나 단 몇 장만이 팔렸으며, 그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음유시인 가수 밥 딜런과 함께 세간의 입방아에도 오르내렸으나, 이내 미국 음악계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단 몇 장 팔린 그의 음반은 1970년대 독재와 인종 차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우연찮게 흘러 들어가 그곳 민중들 속에서 대히트하게 된다.

그의 노래를 잊지 못하는 열혈 팬 두 명이 그를 끝끝내 추적하고 찾아내어 얼굴 없던 가수 로드리게즈를 남아공의 무대에 세워 다시 한 번 그 국민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나는 이 다큐를 보며 그의 삶에 주목했다. 그렇듯 명성을 얻고 돈도 벌었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그는 여전히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 변함없이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세상에는 이런 일도 저런 인생도 있음에 감사한다. 아웃사이더들을 용납하지 않고 평범하지 못한 인생에게는 눈길조차 보내지 않는 내 주변을 돌아본다. 

킬리만자로에 끝까지 오르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인가. 정상을 향해 오로지 성공만을 목표로 주위사람 짓밟고 깔아뭉개며 질주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정상에 올랐더라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아우성치는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도 많다. 

로드리게즈가 오늘 나에게 선문답을 던진다.

“I Wonder(나는 궁금해)~~ 찾지 못한 사랑이 / 내 몫의 외로움이 / 네가 얼마나 많은 죽음을 봤는지 / 아이들의 눈에 맺힌 눈물이 / 저기 죽은 군인이 / 이 증오가 끝나기는 할까” (“I Wonder”의 노래 가사 일부) 라며 세상에게 묻고 또 묻는다. 나는 답한다. ‘무엇이 되자고 그렇듯 바둥거리며 사느냐고. 무엇이 되어도 너는 원래 너였어. 너 자신으로 돌아가’

“어서 와줘, 슈가 맨 / 난 이 광경이 지긋지긋해 / 파란 동전을 줄 테니 / 형형색색의 내 꿈을 되돌려 줘 / … / 나의 의문을 풀어줄 사람은 / 바로 슈가 맨 당신이야 / 슈가 맨, 난 이런 치사한 세상이 /신물이 나” (“Sugar man”의 노래 가사 일부)  

  내게는 지금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메일이 날아온다. 올해로 15회나 되었다고 상기시키며 정보를 보내주고 있다. 딸내미 없이 나 혼자 배낭을 메고 제천에 가볼 날이 또 오기는 할른지... / 이현옥(우석대 도서관 사서)

 

   
글쓴이 이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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