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포지교(管鮑之交)란 사자성어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 제(齊) 나라의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이 매우 사이좋게 교제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관중’과 ‘포숙’은 어렸을 때부터 서로를 이해하는 절친한 친구였다. 두 사람은 제나라의 관리가 되었지만 관중은 세 번이나 파면되었다. 늙고 병든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관중은 전쟁이 벌어지면 전쟁터에서 달아났기 때문이다.

 관중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포숙은 뜻을 펼치지 못하는 관중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자신이 모시던 군주 소백에게 관중을 천거했다.

  “전하께서 천하의 패자가 되고자 하신다면 관중 외에는 인물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관중은 소백의 재상이 되었고, 이후 명재상 관중의 보좌를 받은 소백은 제나라 환공에 올라 춘추 5패 가운데 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박장우 주필

  관중은 친구 포숙의 도움으로 재상 자리에 올랐지만 포숙에게는 여전히 갑질을 일삼았다고 한다. 심지어 포숙의 재산까지 술수를 부려 빼앗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관중이 병이 들어 재상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도 포숙을 후임으로 천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포지교의 유래를 접하면서 하나님이 한 사람에게 능력과 도덕성 모두를 선물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관중은 능력은 출중했지만 도덕성이 바닥이었던 것 같고, 포숙은 도덕성은 괜찮았지만 능력은 부족하지 않았는가 하는 추측이다.

  요즘도 능력과 도덕성은 정치인이나 지도자를 선택할 때 기준으로 삼고 있다. 특히 선거철이면 능력과 도덕성은 늘 화두가 되곤 했다.  

  대표적인 선거가 이명박과 정동영이 붙은 17대 대통령선거 아닐까 싶다. 이명박후보에게는 숱한 의혹이 제기됐고 최근 검찰 수사로 상당수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선거 당시 현대건설의 신화로 불려지는 이후보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너무 커 의혹제기는 별다른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이후 다시 국민들은 도덕성을 갖춘 정권을 갈망했고 적폐청산을 주창했던 문재인 정권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진보진영의 대표적 논객이었던 조국 서울대 교수가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돼 문정권의 도덕성을 대표하는 상징처럼 국민들에게 비쳐졌었다.

  조국은 교수시절, 정치인들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주장을 곧잘 펴 부정비리에 곧잘 연루되곤 하던 보수진영의 정치인들에게는 마치 저승사자처럼 여겨졌던 사람이다.

  그런 조국이 문재인대통령에 의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금,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불거지는 본인 및 가족들의 각종 의혹으로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에 놓여 있는 것이다.

  조후보측은 상황 반전을 위해 가족이 투자하고 관리했다는 사모펀드와 웅동학원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밝히고,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위법행위는 없다’는 식으로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이 그처럼 강조했던 ‘도덕성’은 뒷전으로 제쳐두면서 말이다.

  이에대해 조국 저격수를 자처하는 김근식 경남대교수는 ‘운동권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후안무치라고 비난했다. 자유한국당도 ‘문정권의 위선이 드러났다며 조후보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대표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조후보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 일반 서민들이 느끼는 소외감 같은 것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면서도 “청문회를 통해 법무부장관으로서 적임자인지 능력 여부는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 지도자나 사회 지도층에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그들 세계에서는 법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편법들이 난무하고 있고, 일반 서민들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각종 특혜를 누릴 수 있는 능력이나 기회도 넘쳐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싶다.

  지금 국민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에게 분노하고 실망하고 있는 점도 이런데서 연유하고 있는 것 같고 말이다.  

  대학생들의 표현처럼, 도덕성의 상징이고 개혁의 아이콘이었던 조국후보가 또 하나의 기득권 아저씨로 전락한 지금, 관중 같은 능력자로서 국민들에게 다가올 기회를 가질 수나 있을지 궁금해지고 있는 것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