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020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8590원으로 의결했으며 고용노동부장관의 검토를 거쳐 확정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87%인 240원이 오른 수준이다. 이 같은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치이다.

  그런데도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정부, 여당만 ‘다행이다’는 반응일 뿐 야당이나 노동계는 모두 비난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은 “동결돼야 했는데 올랐다며 작은 폭탄도 폭탄이라”고 주장했고 정의당은 “참담하다”는 표현으로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경영계도 “아쉽다”고 논평했으며 노동계는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포기한 것이다”며 총파업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현장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하지 않았는가 싶다. 근로자들도 올해는 크게 기대하지 않은데다, 사용자들도 부담이 크게 늘지 않게 돼 다소 안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장우 주필

  1988년, 저소득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해주기 위해 도입된 최저임금제가 요즘처럼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을 때가 있었을까 싶지도 않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2018년도 16.4%, 2019년도 10.9% 인상되자 자영업자를 비롯한 영세기업 및 소상공인들은 ‘더 이상 못해먹겠다’고 반발했다. 그리고 실제 아르바이트성 일자리가 크게 감소하고 말았다. 지난 한해 근로자를 두고 있는 자영업자가 12만6천명이나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근로자들 입장에서도 최저임금의 큰폭 인상은 도리어 변칙만 강요받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임금으로 계산되는 시간은 줄이는 대신 실제 일하는 시간은 그대로 있는 모순이 초래되기도 했다. 최저임금제로 인해 저소득 근로자들이 농락(?) 당하는 느낌도 덜수 없다고 불평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시간당 1만원은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운 점도 없지 않았는가 싶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7-8천원 대로 올라서면서 한계상황을 맞고 있는 업종이 적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이 같은 문제점을 감안,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과 결정체계 개편, 그리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를 통한 최저임금 결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여야 갈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특히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과 결정체계 개편은 당장 개선돼야 할 과제로 꼽히지만 노사 양측의 시각이 상반돼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은 종류별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마 업종 구분을 두지 않은 것은 최저임금 금액보다는 실제 이행여부에 중점을 두고자 했던 것 아닌가 싶다.

  그런데 지금은 최저임금 인상 한계를 맞고 있는 업종들이 등장함으로써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의 인상이 그만큼 어려운 환경이 되고 만 것 같다.

  편의점 업계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은 “돈을 잘 버는 업종은 최저임금을 계속해서 인상하되 돈 벌이가 시원찮은 업종은 지금의 선에서 최저임금을 동결하자”는 주장인 것이다.

  물론 노동계에서는 강력 반발한다. 업종을 구분하여 적용하면 최저임금제도 자체가 무의미하게 될 것이란 염려에서다. 노사간 타협이 쉽지 않은 측면인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노사 합의로 의결한 것은 7번에 불과하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표결로 의결한 것이 모두 26번이고,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을 지킨 것도 8번밖에 안된다고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그리고 공익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노사간 타협이 불가능할 때는 공익위원들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인상률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래서 매년 최저임금만 결정되면 이곳저곳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지 않나 싶다.

  이제 최저임금제도 노사 양측이 원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로 탈바꿈할 때도 된 것 아닐까 싶다. 감정노동자들의 인권보호 등 임금수준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의 개선돼야 할 저소득 근로자들의 애로사항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