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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 23. 책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참새들도 뒷담화를?
이현옥  |  jbpost20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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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9  11: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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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들도 뒷담화를?

  안방 옆 화장실에 조그만 창문이 있다. 지난 가을 도시가스 공사를 하던 중 방충망을 약간 건들었나 보다. 틈이 생겼는지 거기로 참새들이 지푸라기며 잔 나뭇가지 등속을 물어오는 모양이었다. 참새 짹짹대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지지고 볶아대는 소리에 예민해진 나는 그치들을 도망가게 하려고 창문을 톡톡 두들겨 보기도 한다. 잠깐 소리를 멈출 때도 있고, 도망갈 때도 있다. 그러나 이젠 속지 않는 눈치다. 아예 내 존재감을 무시하는 것 같다. 그럴 때면 나는 화장실에 있는 도구로 제법 세게 창문을 쳐 보기도 하는데 잠시 조용해질 뿐 새살떠는 소리는 날로 더해갔다.

 

  나는 가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새털이나 먼지가 세면대 위에 앉아 있을 때다. 그 작은 틈새로 깃털이 날아들었을 때 사실 좀 끔찍했었다. 나는 짐승을 엄청 싫어하는 인간이다. 강아지 한 마리가 고샅에 나와 있어도 다리가 후들거려 지나가질 못한다. 닭은 늘 쪼으려 했고 소는 들이받으려 했으며 토끼들에게 밥을 주노라면 그 이빨로 내 손을 물어뜯을 것만 같았다. 

돼지는 또 어떠했던가. 어렸을 적 나는 그것들 땜에 놀라서 밤에 오줌을 지리기도 했었다. 이 이야기를 서너 번은 했기 때문에 당신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래도 이것은 새이지 않나. 참새는 작아서 좀 다르지 않느냐고 말하겠지만 불문곡직 싫다. 

나는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새집 부수기를 종용했다. 그는 이내 느긋하고 그럴듯하게 말한다. 남들이 살고 있는 집을 어떻게 부수냐는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삶의 질서가 참새들에게도 있을 것이니- 참새들만의 고귀한 삶의 이유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안되겠다. 약해 빠진 저 인간에게는 맡길 수 없겠다. 차라리 군에 간 아들이 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 눈 딱 감고 견뎌보기로 했다.

 

  내 직장 동료 중에는 나처럼 농촌 출신이 두 명이나 있다. 얘기를 하다 보면 동료들 뒷담화를 일삼을 때가 종종 있다. 영혼이 피폐해질 무렵 이런 짓 그만 하자. 그래서 강아지, 고양이도 안줏감이 되곤 한다. 

오늘은 참새가 입방아에 올랐다. 한번 집을 짓기 시작하면 다음 해에도 계속 그곳에 집을 짓는단다. 그러니 아예 처음부터 집을 짓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새똥은 차도 부식시키고 삭게 만드는 성질도 있단다. 절대로 안 된다고 주먹을 쥐며 열변을 토한다. 

그들 중 시어머니한테 들은 새 쫓는 비법을 알려 준 이도 있다. 검정 비닐을 가위로 길게 잘라 제기처럼 만들어 매달아 놓으란다. 바람에 흩날리면 참새들이 범접하지 못한단다. 믿거나 말거나 너무 우스워서 우리는 와르르 깔깔 웃어댔다.

 

   
프란치스코 교황

  쓰러져 가던 초가집 처마 밑 제비집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른 봄부터 우리는 마루에서 밥을 먹었다. 제비집과 밥상과는 거리가 좀 있긴 했으나, 제비가 지푸라기와 벌레들을 물어 새끼들을 돌보는 장면을 보며 께름칙했었다. 

행여 내 밥 위로 벌레가 떨어질까 봐 보통 염려가 되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를 질겁하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제비집을 집어삼킬 듯이 아주 커다란 구렁이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밥상이 엎어지는 줄도 모르고 줄행랑을 쳤었다.

 

  참새가 짹짹 짹짹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오전 5시밖에 되질 않았다. 새벽 단잠을 깨우는 저것들 오늘은 사단을 내고 말테다. 겁이 약간 나긴 했지만 창문을 살살 3cm쯤 열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소리를 칠 뻔 했다. 

방충망 바깥에 집을 앉힌 줄 알았는데 이중창 사이에 그들의 집이 있었던 것이다. 지푸라기,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얽어 놓았을 줄 알았는데 이건 고대광실이다. 나는 수습이 되질 않아 얼른 문을 닫았다. 잠이 제대로 달아나 버렸다. 저것들 어떡해야 하나. 참새들도 놀랐는지 어디로 달아나고 사위가 조용해졌다. 재차 창문을 5cm 정도 열어보았는데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았다. 

순간 동료들에게 들은 바가 떠올랐다. 나는 부엌 싱크대 아래에 모아놓은 비닐 중 검정색을 골라 가위로 끝을 잘라 나갔다. 스카치테이프가 얼른 눈에 띄질 않아 화장실로 돌아와 도구들을 눈여겨 보았다. 급한 대로 변기 청소할 때 쓰는 플라스틱 막대로 되어 있는 솔이면 되겠다. 나는 그 솔에 가닥가닥 찢어발긴 검정비닐을 걸쳐서 조심조심 불투명 유리문 바깥쪽에다 세워 놓았다.그리고 참새들의 동정을 살폈다.

 

  한참동안 그들이 날아들지 않는다. 창문을 탁탁 두들겨도 별로 반응하지 않던 고것들 몇 분 동안 소식이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창밖은 소란스럽기 짝이 없다. 집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데모를 하는지도 몰랐다. 부리로 발톱으로 어렵게 지어놓은 삶의 터전을 왜 쫓아내느냐고 부모형제자매 모두 데려와 항거하는 것 같다. 아니다, 창문 밖에서 지지고 볶고 지지고 볶으며 어쩌면 저것들이 내 뒷담화를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비겁하기는… 인간이란 종자들 하는 일이 그렇지~~ 우리가 오늘은 한 발짝 물러나지만 고대광실 지어놓은 저 집을 되찾으러 언제고 다시 오고야 말테다.”

그들은 이런 생각을 지지고 볶는 중일 것이다. 하필 남의 화장실 이중창 사이에 터를 앉혔느냐고, 어디로 또 쫓겨 가야 하느냐고 자신들의 운명을 타박하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퇴근 후 상황이 기대된다. 참새 쫓으러 나갈 일 또 생기지 않기를, 휴가 나온 아들 녀석 손에 기어이 피 묻히는 일 없기를 바란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많은 메시지들 가운데에서 책 제목의 저 부분만 읽었음을 밝힌다. 이렇게 읽으면 어떠한가. 모든 책을 끝까지 읽어야 제 맛인가?   /이현옥(우석대 도서관 사서)

   
글쓴이 이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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