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일부 지방에는 호우특보가 내려질 만큼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의 공식적인 장마예보는 사라진 지 오래됐다. 10여년 전부터 장마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날 것인가 하는 장마기간을 예보하지 않고 있다. 대신 기상청은 3개월 예보에서 상세한 강수전망을 제공하고 단기예보에서도 주간예보 범위 내에서 강수예보를 하는 식으로 예보 스타일을 바꾸었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장마 기간은 한 달 정도라고 하니까 7월 하순까지 비 내리는 날이 많지 않을까 싶다. 특히 올해 장마는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늦게 시작했지만 비구름이 한반도 북쪽의 찬 공기와 자주 부딪혀서 집중호우가 잦을 것으로 예측됐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린 장맛비라 그런지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밭작물 작업에 나선 농민들도 상당히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자리를 뜰 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즐거움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계속되는 비로 습도가 높아지고 불쾌지수가 올라가면 장맛비는 곧바로 원망의 대상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속담에도 ‘3년 가뭄은 견뎌도 1년 장마는 못 견딘다’는 말이 있다. 맑은 하늘을 오랫동안 보지 못한다는 것이 자연의 일부인 사람에게도 그만큼 힘든 일이라는 이야기다.

박장우 주필

장마철의 무기력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비가 내리는 날에 더욱 열심히 색다른 즐거움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산을 좋아하는 전문적인 산꾼들은 비가 오는 날에도 근교산행에 나서곤 한다. 우의를 입거나 우산을 받쳐 들고 산을 찾는 것이다.

  전주 모악산의 경우 구이주차장에서 대원사까지는 상당한 비가 내리는 날에도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등산로 주변에 흘러내리는 개천 물소리가 장관이다. 맑은 날에 경험할 수 없는 즐거움인 것이다.

  완주 소양에 있는 원등사 진입로는 비오는 날에 찾기 좋은 곳이다. 산 아래 사찰 진입로가 시작되는 곳에 자동차 차단막을 설치, 걸어서 올라가도록 돼 있다. 30여분 이상 가파른 오름길이 계속된다.

  원등사 진입로 주변에는 급경사로 흘러내리는 골짜기가 많은데 비온 날에는 이골저골 물소리가 어우러져 거대한 음악소리가 된다. 대학시절 지리산 계곡에서 감상했던 자연의 소리를 장마철, 가까운 산자락에서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찰 있는 곳까지 오르면 운동효과도 충분하다.

  전주 덕진 연못에도 장마철에는 연꽃이 핀다. 연잎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감상하는 연꽃은 사람들에게 평안함을 준다. 산책로를 따라 걷노라면 높은 습도로 경직된 몸도 풀리게 되고 말이다.

  전주 덕진 체련공원 둘레길에도 우산을 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걷는 것이 몸에 밴 사람들이다. 체련공원 둘레길은 시민들이 비오는 날에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잘 정비돼 있다.  

  일반적으로 장마의 계절에는 집중적인 호우는 드문 법이다. 노자 도덕경에도 ‘소나기는 하루 종일 오지 않는다(驟雨不終日)’고 했다. 오전에 내리는 비도 오후에는 그치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경험한 것인데 비가 오는 날에도 무조건 자전거를 타고 나선다. 집중적인 호우가 내리는 경우가 아니면 간단하게 우의를 입고 출발할 때도 있다.

  그런 날에도 오래 가지 않아 대부분 비가 그친다. 그리고 자전거 여행을 마칠 때쯤에는 맑은 하늘이 보이기도 한다. 출발하지 못했다면 맛보지 못할 즐거움인 것이다.  

  물론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급격하게 불어나는 계곡에는 들어가지 말아야 하고, 산꼭대기에도 오르지 말아야 한다. 집중호우 속에 골프 치러 나갔다가 벼락 맞아 죽은 사람도 없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비 오는 날의 외출은 운동보다는 자연과 함께 하는 나들이에 중점을 둬야 한다. 목표는 세우되 달성하지 못했다고 자신을 탓할 것도 없다. 나름대로 즐겁게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장마철이라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지 말자는 이야기다. 비 내리는 날, 실내운동을 더욱 열심히 해볼 수도 있고, 호젓하게 비 오는 산길을 걸으며 자신을 뒤돌아볼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