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전주에서는 3일동안 실패박람회가 열렸다. 정식 명칭은 전주시, 행정안전부 공동개최 '2019 실패박람회'다. 도내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일반적으로 성공한 이야기는 누구나 자랑삼아 떠들어댈 법도 하다. 하지만 실패한 이야기는 입 밖으로 쉽게 내놓기 어려운 게 현실 아닐까 싶다.  

 성공이야기도 그렇지만 실패담은 진솔해야 가치가 있다. 특히 모든 실패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실패담 이야기는 더욱 어려울 듯싶고 말이다.

  요리 연구가 백종원씨는 최근, 한 텔레비전 방송에서 실패담을 밝힌 일이 있다.

  백종원은 어릴 적부터 사업가 기질이 있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공병을 모아 팔았고, 고등학교 졸업 직전에는 중고차 딜러로 일했다. 그는 대학 진학이후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결국 가게를 인수했다.

박장우 주필

  당시 그는 인테리어 사업도 겸업했다. 인테리어 지식이 전혀 없었지만 가만히 있어도 사람이 올 줄 알았다고 한다. 망하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IMF 외환위기까지 겹쳐 주택을 짓는 족족 적자가 발생했고 빚이 17억원으로 늘어났다.

  백종원은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느꼈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며 “자신이 잘 챙겼던 직원들이 와서 반말로 말하거나 얼굴을 바꿀 때 모멸감을 느꼈다”라고 털어놨다.

 백종원은 거듭된 실패 끝에 포장마차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결국 사업가로 성공하게 됐다.

  인터넷에는 세계적인 실패담도 많이 실려 있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실패담은 하나의 전설이다. 하루는 한 신사가 “전구를 만들려고 그렇게 애썼건만 계속 실패만 거듭했을 때 심경이 어떠셨소?”하고 묻자 에디슨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구를 만들지 못하는 수천 가지 방법을 잇달아 발견한 것”이라고 느긋하게 대답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 폭탄 투하계획을 세운 독일군 편에서 로켓제조 실험을 했던 베르너 폰 브라운은 6만5121번의 실패가 계속되자 상관이 “대체 몇 번이나 실패를 더 해야겠소?”하고 물었다. 이에 그는 “아직도 5천 번쯤, 아니면 그 이상 실패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전쟁 후반부에 독일은 폰 브라운의 탄도탄으로 연합군에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폰 브라운은 미국의 우주개발 프로그램의 주도자가 되어 세계 최초로 인류를 달에 보내게 된다.

  1940년대 초, 두 사람이 8848m의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전했다 실패했다. 그러나 그들은 실패에 대해 좌절하지 않았고 그중 한 청년은 “에베레스트, 너는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자랄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는 10년 후에 다시 에베레스트로 돌아왔고 마침내 등반에 성공했다.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에드먼드 힐러리 이야기다.

  인간은 누구나 성취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성공을 숭배하고, 성공하려 노력한다. 사람들은 기업과 개인의 성공사례에 감동하며 그것을 모방하고 익혀서 또 다른 성공을 창출하려 한다. 또한 서점에는 수많은 성공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며, 성공사례에 대한 강연장에서는 연일 북새통을 이룬다. 

  박람회도 있다. 고졸성공취업박람회, 귀농교육성공박람회 등등.

  그러나 사람은 승리보다는 실패에서 훨씬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다. 실패하면, 우리는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이리저리 분석하고, 다시 조직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운다. 이기면, 우리는 그저 축하하고 만다. 배우는 게 거의 없는 셈이다.

 가장 위대한 성취가들은 많은 문제와 장애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다. 정말 부끄러운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한 번도 실패해보지 않는 것이며, 아무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다.

  2019 전주 실패박람회, 시민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색다르게 다가온 사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실패박람회가 시민들에게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진솔한 실패담은 성공이야기보다 더 교훈적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