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국? 제국주의 만국병마에 문을 닫았을 뿐이다. 종래의 천하체계를 지키고자 했다. 물론 기득권 유지라는 점도 있었다. 그러나 제국주의 만국공법의 약육강식 개화와 천하체계의 충성과 보호의 자각적 근대가 대립한 일이기도 하다. 쇄국을 다시 생각할 일이다.

콜럼버스보다 80여 년 먼저 아메리카에 닿은 찡허 제독은 원주민과 악수만 했다. 개화파의 시각에서 쇄국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 셰계 최고였던 명나라의 찡허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개화시키려 하지 않았다. 콜럼버스의 후예들은 미개(?)를 개화시키려 원주민을 학살하고 개종을 강요했다.

강주영 전북포스트 편집위원

헬레나 호지의 오래된 미래를 칭송하는 이들이 조선의 쇄국을 비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비교한다면 1997년의 외환 위기는 한국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김대중은 만국병마에 더 더욱 문을 활짝 열었다. 노무현은 이를 더 심화시켰다.

인간적으로 두 분을 존경하는 것과는 달리 진세계화가 아닌 헛세계화로 우리를 인도했다. 노회찬을 존경하지만 그의 노동관은 20세기형이었다. 훌륭한 정치인이었으나 그는 이재명만한 인기도 얻지 못했다.

우리가 이 세 분을 성찰하지 않는다면 어찌 새로운 날을 열겠는가?

1997년 외환위기 때 당시의 대우정밀(현 두산인프라코어) 노동자들은 공적자금을 노동자에게 달라고 했다. 기업에게 주는 공적자금을 노동자에게는 왜 못 주는가?  대우정밀을 노동자가 사서 자주관리하려고 했다. 김대중은 이를 무시했다. 군산 GM이 그 꼴이다. 김대중은 기업 한 개 정도도 자주관리의 모범으로 만들 의지가 없었다. 청년 김대중의 '대중경제론'은 유종근 전북지사가 각색한 '대중참여경제론'으로 후퇴했다.

농사를 농업이 아닌 농사로 유지하는 길은 소농 연대 농업협업화였다. 진정한 도농 융합 도시를 만들 수 있었다. 전주종합경기장에 전주시 60만 시민 모두가 땅 한 평을 가질 수 있는 60만 평의 시민농원을 꿈꾸었다. 이 시민농원은 근대의 전 세계 최초로 한 지역의 모든 도시민이 협동자주관리하는 모범이 되어 세계인을 전주로 부를 기회였다. 제2의 한옥마을이 될 수 있었다. 동학의 유무상자 '오래된 새로움'을 실현할 수 있었다. 헬레나 호지의 '오래된 미래'를 만들 수 있었다. 시민농원에는 먹고, 즐기고, 교육하고, 팔고, 사는 오감만족의 시설도 시민 자주관리 기업으로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김승수 전주 시장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전례를 따랐다. 전주종합경기장을 롯데에게 넘겼다. 전주 개벽의 기회를 망쳤다. 전주를 쇄국하고 헛세계화에 개화하지 않으며, 전주시민에게 개벽하고 세계인에게 진세계화로 닿을 수 있었다. 국가를 매개하지 않고 전주가 '장소의 혼'으로 울란바트르, 쿠스코, 아바나, 파리, 뉴욕, 모스크바와. '오래된 새로움'의 '다른 백년"으로 연대할 수 있었다.

어쩌랴? 개벽운수가 전주를 비켜가는 것을? 충주 접주 신혜련이 물었다. 현도가 언제 이루어집니까? 해월이 답했다. 길에 비단이 깔리고 산이 검어지고 만국병마가 물러갈 때가 개벽운수이다.

강 목수가 전주 시민에게 묻습니다. 전주의 개벽운수가 언제입니까? / 강주영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