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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의 성장통>17. 비오는 날 2
이병초 시인  |  jbpost20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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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8  15: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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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북 전주시 선미촌 소통협력공간에서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김승수 전주시장 등이 희망나비를 건물 외벽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편 소통협력공간은 성매매업소를 전주시가 매입해 운영하게 된 시설로 시민과 활동가들의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2018.11.29/뉴스1


2.

  김 양은 나와 내 친구들을 상대해준 여자였습죠. 나보다 열 살은 더 먹어 보였지만 나긋나긋헌 허리맹키로 몸에 군살이 별로 없었는디 배시시 웃을 때마동 얕은 화장기 먹은 양쪽 볼에 보조개가 살짝 패였습죠.

열아홉 살 때 그녀를 처음 만났는뎁쇼. 여자 몸에 허천 들렸던 시절 한성집에서 낮술을 먹었던 것이 김 양을 만난 계기가 되었는디 늦은 점심을 먹었던 일요일, 나는 친구들과 오후 2시부터 소주를 퍼마셨는디 그날 왜 낮술을 퍼먹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걸로 봐서 우리는 그냥 매칼없이 소주를 퍼마셨을 것이요.

술에 약한 나는 금세 얼굴이 새빨가져가꼬 혀가 꼬부라졌을 터이고 집에 가서 자야것다고 먼저 한성집을 나왔을 것인디 그 시간이 아마 오후 5시쯤 되얐을 것이요. 비틀비틀 버스 정류장으로 길을 잡는다는 것이 웬일로 뚝너머 골목에 나는 서 있었드란 말이요.

기왕에 내친 걸음잉게 아무 집 아무 방에나 들어가서 늘어지게 잠이나 자고 나올 작정이었는디 나를 알아본 포주 아줌씨가 “어이 필수, 이쁜 아가씨가 있는디 가볼텨?” 말을 걸어오드란 말요. 대답이고 자시고가 없었습죠. 냉큼 아줌씨 뒤를 따라갔는디

“김 양, 손님왔어. 총각잉게 잘 해줘. 니 지둥서방이 될랑가도 모릉게.”

문을 빼꼼히 열고 그녀는 토방 아래에 섰는 나를 내려다봤습죠. 어서 방에 들어오라는 디끼 고개를 까딱 숙여 보였는디 나는 대번에 그녀가 나이배기라는 것과 얼굴에 화장기가 끼어 있었지만 오목조목 헝거시 여간 이뻐 보이지 않는다 이런 느낌을 받았습죠.

방에는 정갈하게 개켜진 이불 한 채와 테레비, 네모 반듯헌 거울 그 앞에는 아롱다롱헌 화장품이 까끔살이 헐 때맹이로 놓여 있었습죠.

 

  “김 양이에요. 벗어요.”

이 말이 그녀의 첫말이었습죠. 서울말을 쓰더랑게요. 아직 해가 지지 않았는디도 형광등을 켜놓은 방. 두 사람이 살기에 딱 좋은 방. 쇤네가 옷을 입지도 벗지도 못하고 쭈빗거리닝게 그녀는 배시시 웃음시롱 내 잠바를, 바지를 벗기더니 이부자리로 나를 밀어 넣고 팬티까지 홀랑 벗겨버리지 않는가요.

맨살끼리 뒤엉킨 이부자리엔 꽃내가 스며나기 시작했습죠. 경험이 부족한 내 몸띵이를 김 양은 마음껏 유린허는디 상하좌우로 엎어지고 뒤집어지는 내 몸띵이는 받아들임서 작살 맞은 가물치맹키로 파들거리기 시작했습죠.

핵교를 작파허고 여그저그를 떠돌아댕기는 내 슬픔을, 맨주먹배끼 없는 내 가난과 외로움을 다 안다는 디끼, 무슨 얘기든 야물게 깨물어 주겠다는디끼 김 양은 노를 저어감서 입에 단내를 물고 가물가물 먼 바다로 내 몸띵이를 밀어가드랑게요.

 

   
16일 오후 전북 전주시 서노송동 시티가든 주민한마당 참석자들이 옛 선미촌 건물을 보고 있다. 서노송동 시티가든은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의 부지 일부를 전주시가 매입해 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있는 부지로 성매매집결지를 없애고 도시재생사업의 첫걸음을 위해 조성했다.2017.5.16/

그 뒤로 자주 그녀를 만났습죠. 집이 어딘지 어찌서 이런 디에 있는지 그렁 촌스런 것은 묻지 않었는디 쇤네가 경험헌 암껏도 아닌 얘기에도 볼우물이 패이며 배시시 웃을 만큼 웃음이 헤펐습죠.

그렇게 웃을 때마동 고르게 드러나는 이빨이 참말로 희고 고르게 보였는디요, 눈짓만으로도 우리는 몸이 다시 엉켰고 눈짓만으로도 우리는 오래 만날 것임을 예감했습죠.

오래 된 정육점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맹이로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미니스커트 입은 다리를 쩍 벌리고 할배덜이 장기 둘 때 앉는 의자에 걸터앉아서 담배까장 꼬나물고 아저씨 한번 놀다 가지, 이럼서 순 싸구려로 덤벼들던 여자들허고는 차원이 달랐당게요.

쇤네는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볼 때가 많았습죠. 몸 파는 여자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헌 얼굴이더랑게요. 쪼깨 진헌 화장발이 거시기허기는 혔지만 허리선과 목선이 고운 여자였습죠.

두 다리를 한쪽으로 모으고 앉아 있는 김 양의 모습은 곱다 못혀 화사허기까지 혔당게요. 대학물 먹었다 혀도 충분헐 만큼 지적 미모를 간직혔드랑게요.

이런 곳에서 생활허는 여자들은 말만 거친 게 아니라 행동도 제멋대로 튀기 일쑤던디 이렇게 다소곳허게 앉어서 찬찬히 쇤네 말을 들어주고 쇤네가 허자는 대로 혀준다는 것은 평소에 상상도 헐 수 없는 일이었지요.

한 달에 두어 번씩 한 2년 그렇게 정 아닌 정이 들어가고 있는디 군대서 휴가 나온 친구덜이 나를 찾았습죠. 짜식덜은 술먹을 쇳가루도 없는디다가 여그서 살었던 친구덜이 싸그리 군대에 가버린 통이라 고향이랍시고 전주에 오먼 만날 친구랍시고는 아직 군대에 안 끌려간 이병초허고 쇤네뿐이었습죠. <다음 편에 계속>

 

   
이병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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