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고사부리성 - 백제 시대 축성 성벽 노출 모습(서-동)(문화재청 제공)

전북 정읍 고사부리성(사적 제494호)이 백제시대에 첫 축조돼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3차례 개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사부리성은 백제 때 지방 통치의 중심인 오방성(五方城) 중 하나인 중방성으로 사용된 이후 1765년(영조 41년)까지 읍성으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던 곳이다. 

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정읍시와 전라문화유산연구원이 정읍시 고부면 고사부리성 남문지 동쪽구간에 대한 성벽과 수구시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조사를 시작한 결과 시대별로 다른 축성방식이 확인됐다.

이들이 현재까지 확인한 사항은 △백제 때 처음 축조한 이후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 시대를 거치며 3차례에 걸쳐 수리한 양상 △성벽 축조방법 △수구(배수와 관련된 통로모양 시설) 등이다.

연구원측에 따르면 고사부리성은 백제 시대에 협축(夾築) 기법으로 쌓은 석축산성으로, 조사구역 내 성벽 규모는 길이 45m, 잔존 높이 3.5m, 최대 폭 5.4m이다. 

성벽은 성돌을 약 3~5㎝정도씩 안쪽으로 쌓아올리는 퇴물림기법, 품(品)자 형태의 바른층 쌓기, 성돌(성을 쌓는데 사용하는 돌)을 굴곡이 지게 다듬어 결합하는 그렝이기법 등을 이용해 축조됐다.

성벽은 3~4개의 구간으로 나눈 후 외벽과 내벽 사이에 다듬은 돌을 채워 완성됐다고 연구원측은 설명했다.

이후 통일신라 시대에 수리해 다시 축조했는데 백제 시대에 쌓았던 석성축조 전통을 유지했고, 성내 물 배출을 위한 수구시설 2기를 성곽 일부를 파내 조성했다.

성벽 외측의 보완시설과 기둥구멍 등과 고려와 조선 시대 개축 과정에서 이미 있던 성벽을 토성으로 변형시켜 나간 사실도 확인했다. 

축성기법의 경우 고구려 때와 유사한 육합쌓기 방식을 일부 확인했다. 다리가 3개 달린 토기, 항아리, 접시, 병 등 다량의 백제 토기와 기와, 고구려계 토기로 알려진 암문(暗文)토기도 출토됐다.

발굴 관계자는 "고사부리성의 백제 성벽은 성돌을 매우 정교하게 다듬고, 견고함과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축성방법이 총동원돼 축조됐을 뿐만 아니라 백제에서 조선 시대까지 장기간 이용한 성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며 "이는 백제 때 지방통치의 핵심적인 치소성으로 조성된 이래, 지리적·전략적 중심지로서 중요하게 다뤄졌음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