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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돌을 주워 담는 '혼불' 필사(筆寫), 함께해요!"5월 9일 - 11월 14일(총 20강), 최명희문학관 세미나실
김미영 기자  |  jjtoro@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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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1  01: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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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필사는 나에게 ‘혼심’을 다하게 만드는 ‘혼’이 되었고, 불타는 의지를 갖게 한 ‘불’이 되었다. 난 아직 괜찮은 사람이야, 스스로 칭찬하며 조금은 높아진 자존감 또한 나의 것이 되었다.”∥(박정미·2018년 참가자)

“5월부터 11월까지 매일 쓰는 고된 작업은 노동력만 필요한 게 아니라, 정신력과 싸움이었다. 필사를 하다 친정엄마가 많이 생각나 마음이 멍해질 때도 있었다.” (이경미·2018년 참가자)

“글을 따라 쓰며 문장에 대해 생각하고 그 구절이 주는 의미와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떠올려 보고 공감하는 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최영숙·2018년 참가자)

“나는 일필휘지란 걸 믿지 않는다. 원고지 한 칸마다 나 자신을 조금씩 덜어 넣듯이 글을 써 내려갔다.”라고 말했던 소설가 최명희(1947∼1998). 그의 치열하고 섬세한 작가정신을 느낄 수 있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9일부터 시작된다. 전라북도교육청과 최명희문학관이 함께하는 ‘사각사각 디딤돌, 소설 「혼불」 필사(筆寫)’이다.

   
▲ 2018년 필사 프로그램

대상은 도내 유·초·중·고·특수학교 학부모. 필사 기간은 5월 9일부터 11월 14일까지 총 20회(5월 9일·16일·23일·30일, 6월 13일·20일·27일, 7월 4일·11일·18일·25일, 9월 5일·19일·26일, 10월 10일·17일·24일·31일, 11월 7일·14일, 오전 10시)이며, 참가자들이 직접 필사를 하는 것 외에도 김병용·이진숙·정혜인의 특강과 문학기행·문학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된다. 대표강사인 극작가 최기우 씨는 “「혼불」은 책갈피 틈새와 문장의 행간마다 우리말을 아름답게 녹여 쓴 작가의 마음이 담긴 소설”이라며, “때로는 원고지 한 칸이 깊고 넓은 구덩이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옮겨 적다 보면 눈으로 읽을 때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전라도의 언어와 역사와 문화가 더 자랑스러워질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은 총 30명의 필사지가가 참가했으며, 전북교육청이 조사한 ‘2018 학부모교육 운영 성과 분석’에서 100% 만족도를 얻었다. 접수는 전북학부모지원센터 홈페이지(http://parents.jbe.go.kr). 문의 063-239-3201~4

 

○ 2018년 참가자들의 후기

나만의 공간에 앉아 명상하듯 필사를 하면 마음이 꽉 채워지는 충만함을 느낀다. 「혼불」 필사는 나에게 ‘혼심’을 다하게 만드는 ‘혼’이 되었고, 불타는 의지를 갖게 한 ‘불’이 되었다. 우유부단하고 나태했던 생활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각과 무언가를 또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난 아직 괜찮은 사람이야, 스스로 칭찬하며 조금은 높아진 자존감 또한 나의 것이 되었다. ∥박정미

필사에 몰입하다 보면 뭔지 모를 무아지경에 빠지며 글맛이 착착 안긴다. 먹을수록 감칠맛 나고, 계속 생각나는 중독성 있는 그 맛. 「혼불」 1권을 8월, 그 무더운 여름에 몰아치듯 끝냈을 때의 감동은 혼자만의 완벽한 희열이었다. 차례차례 쌓아 올린 원고지는 어찌 그리 아름답던지…. (붓글씨 같은 느낌이 좋아 끝까지 고수했던 모나미 플러스 펜! 받쳐 쓰는 손가락이 움푹 들어가 화장지를 둘둘 말았지만, 그것조차도 좋았더랍니다.) 아이들은 원고지의 분량을 보고 대단하다며 엄지를 척척 올려주었고, 오랜만에 받은 칭찬으로 눈물 한 방울 흘러내렸습니다. ∥장진희

나는 필사의 과정을 걷는 것에 비유하고 싶다. 길을 갈 때 차를 타고 가면 풍경이 보이지만 걸어가면 사람이 보인다는 말처럼 책을 그냥 읽어 갈 때는 이야기가 보이지만, 필사하며 읽으면 자꾸 멈추고 다시 읽고, 생각하고, 되새기게 된다. 단순히 팔이 아프고 손이 아픈 작업이 아니라, 눈으로 머릿속으로 더 나아가 마음속으로 새겨지는 작업이다. 흥미로운 건 필사할 때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였다. 필요 없는 것을 왜 하지, 그 작가의 책을 정말 좋아하나, 와 대단하다, 이걸 언제 다해…. 이런 말들이었는데 솔직히 필사할 때 나 자신도 그런 질문을 스스로 했다. 특히, 포기하고 싶을 때, ‘왜’라는 질문을 반복했고, ‘무엇을 어떻게’라는 생각이 필사를 마무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미경

‘보이지 않는 맥이 서로 따뜻하게 흘러드는 것을 느낀다.’(「혼불」 2권 222쪽) 효원이 철재를 낳고 청암부인과 자기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필사하면서 나는 최명희라는 작가와 보이지 않는 맥이 서로 따뜻하게 흘러드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엄지와 중지, 약지에 밴드를 감아 본다. 그리고… 아들에게 책상 앞에 궁둥이 붙이고 오래 앉아 있으라고 강요하지 말아야겠다. ∥나지연

울산에서 전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주의 문화에 대해 궁금했다. 「혼불」 필사로 전주와 전북의 문화, 세시풍속, 정서를 가깝게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필사는 나에게 힐링의 시간이었다. 동네 뒷산 정자에서도, 풍경 좋은 카페에서도, 산책 나선 산 어귀에서도 틈만 나면 필사를 했다. 「혼불」은 어느새 전주에서의 친구가 돼 있었다. 그 시간만큼은 꿈 많던 여고생으로 돌아간 듯 행복했다. 너희는 엄마가 될 사람이니 바르고 고운 말을 써야 한다던 최명희 선생님 말씀처럼 고운 말을 쓰려고 애썼고, 핸드폰과 TV만 보는 엄마의 모습이 아닌 필사하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 기뻤다. ∥전선경

필사하면서 거실을 작업실처럼 펼쳐 놓고 쓰고 있으니 아이들도 따라서 자신의 물건을 펼쳐 놓고 있더라구요. 신랑은 필사하다 그만둘 줄 알았나 봐요. 책의 절반을 넘어가니 옆에서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하네.” 하는 눈빛을 보이네요. ∥김은주

5월에 시작해서 11월까지 매일 쓰는 고된 작업을 한다는 것은 노동력만 필요한 게 아니라, 정신력과 싸움이었다. 그러므로 필사는 ‘정신적 노력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베끼다 보니 친정엄마를 많이 생각나게 해서 마음이 멍멍해질 때가 있었다. 좋으면서도 왠지 모를 감정들이 생겨 순간 당황스러울 때가 있었고, 어느 때는 순간 눈물이 나서. 스스로 놀란 적도 있었다. ∥이경미

더딘 손, 맘만 바쁜 <혼불> 읽기. 쓰다가 그냥 멈추고 읽고 있을 때도 읽고 반대로 읽지 않고 있는데, 손만 쓰고 있는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는~^^; 그래서 필사와 별도로 다시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최경화

한 여인이 ‘혼불’에 불살랐던 영혼이 이것이었구나, 하며 느끼는 즐거움이 크다. ∥장진희

읽기 활동만 하다가 글을 따라 쓰는 것이 무념무상의 상태에 빠져들어 그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문장보다 전체 줄거리에 관심 두거나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거실에 항상 책과 원고지가 놓여 있어 잠깐씩이라도 펼쳐있는 페이지를 따라 쓰며 문장에 대해 생각하고 그 구절이 주는 의미,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떠올려 보고 공감하는 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최영숙

구수한 사투리에 매료되었고 정감 있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깃들어 있어서 또한 즐거웠습니다. ∥방정임

200자 원고지를 처음 대할 때 가슴이 ‘심쿵’했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 독후감을 써오라고 하면 그렇게 쓰기 싫어서 대충 써가기도 하고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는데, 펜으로 쓰는 일이 많지 않은 세상을 살면서 펜을 잡으니 왠지 가슴이 울컥울컥해요. 쓰면서 느껴지는 글자의 매력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아요. ∥이연옥

쓰기 시작하면 일단 재미있다. ∥이현주

‘꽃심’을 ‘자존감’이라 표현하고 싶을 만큼 내가 사는 고장에 대해 더욱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글을 읽을 때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혼불」로 시작되었지만, 고장의 곳곳에 숨어 있는 시비나 다른 글들을 바라볼 때도 새롭게 다가오는 ‘글‧말’에 대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혼불」이라는 책으로 모르던 사람들을 만나고 나누고 관심 가지는 것들이 20주라는 시간을 짧게 느끼게 했습니다. ∥이희영

진작부터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하는 후회도 하면서…. 갱년기를 겪는 중에 필사를 시작하게 돼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떤 땐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쓰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으니 머리가 맑아지는 것도 느끼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너무 유익하게 보냈습니다. ∥김미숙

문장 하나하나 필사하면서 옛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외할머니, 어머니 말씀이 생각나 좋았습니다. ∥이은경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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