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근처에 있는 세차장에는 외제 자동차 한 대가 항상 주차돼 있다. 세차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운전하는 차다. 그 알바 직원은 40대 후반쯤 돼 보이는 사람인데 외제차로 출퇴근한다.

  전주시내 곳곳에는 원룸촌이 형성돼 있다. 그곳에 가면 외제차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떤 외제차는 낮 시간에도 원룸 주차장에 머물고 있다.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이나 알바성 일자리에 다니는 사람들의 것으로 추정된다.

  모악산 등 근교지역에 있는 카페나 음식점 등에서도 외제차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 차량중 상당수는 여성들이 운전하고 나온 차다. 남편 출근시킨 부인 등이 친구 등을 만나러 몰고 온 듯싶다.  

  요즘 새차를 구입하는 사람 5명중 1명은 외제차를 산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외제차 구입 붐이 거세게 불고 있다는 이야기다.  

박장우 주필/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2천3백만대로 1가구 1차시대를 지나 성인기준 1인1차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중 8.4%인 190만대가 외제차라는데 그 점유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동안 외제차 구입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되곤 했다. 첫째는 안전성이고, 둘째는 과시용으로 말이다.

  안전성의 경우 외제차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보다 운전자 보호기능 등이 월등,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들이 크게 다치지 않는다고 회자돼 왔다. 이런 이유로 돈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자동차 수입자유화 이전에도 외제차를 구입해 이용하기도 했었다.

  과시용은 운전자 자신을 드러내보기 위해 외제차를 운전하는 경우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관청 등을 출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좋은 차를 끌고 갈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정문에서부터 대우가 크게 다르다고 주장한다.

  아는 사람이 병원을 하는데 업무용으로 외제차를 구입해서 출퇴근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한다. 회사 업무용으로 등록할 경우 세금, 보험 등 부담도 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영업자들의 경우 같은 값이면 외제차를 선택하는 경향도 없지 않을 듯 싶다.

  우리나라에 외제차가 급속하게 확대된 데는 수입차 취급업체들의 판촉활동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는가 싶다. 지금도 길거리에는 한달에 60-70만원만 내면 외제차를 구입할 수 있다는 플레카드가 내걸리기도 한다.  

  또한 30대 후반 그리고 40대에도 결혼하지 못하거나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의 대리만족 대상으로 외제차가 관심을 끌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외제 자동차는 중고시장도 상당히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산차보다 운전자 보유기간이 월등히 짧아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외제차 중고시세는 새차 살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겉보기에 괜찮은 외제차도 1-2천만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다고도 한다. 구입한지 몇 달 만에 외제차를 팔수밖에 없는 충동구매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피해가 그만큼 클 것이란 이야기다. 

  외제차 좋아하다 신용불량자 된 사람들에 대한 소문도 들린다. 한 달에 돈 백만원 정도면 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구입한 외제차가 실제 끌고 다니다보니 그게 아니더라는 이야기였다. 높은 세금에 많은 보험료는 물론이고 기분 내느라 차도 많이 타다보니 기름 값도 엄청 들어가더라는 것이다.  

  IMF직후 김대중 정부는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국민들이 카드를 쉽게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일부 국민들, 특히 젊은 사람들의 경우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식으로 카드를 마구잡이로 사용, 엄청난 빚더미에 빠지기도 했었다.

  지금 외제 자동차를 충동구매한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조짐이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이야기다. 기분 내고 싶다고, 그리고 부담도 크지 않다고 외제차를 덜컥 샀다가 매달 내야하는 분담금과 운영비에 신세 망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결혼도 못하고, 취직도 못한 의욕 상실세대에게 외제차 만큼의 대리만족도 시켜 주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