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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10. 영화 '스잔나' / 하몽화내 인생 최초의 영화 – 귀로 듣다
이현옥  |  jbpost20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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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9  15: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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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제작된 홍콩영화 '스잔나'. 사진으로 마주하니 옛날느낌?이 물씬하다.  주제곡  ‘청춘무곡’과  함께 국내에 엄청난 청춘영화 붐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영화를 귀로 듣는 사람이 있느냐고요?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느냐고요? 의심의 눈초리가 마구마구 느껴진다. 그러니 성질 급한 사람들을 위해 이실직고 해야겠다.

그러니까 나와 작은 오빠는 5년 터울이다. 지금까지 그의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다. 바로 위 큰 형의 학비 뒷바라지와 동생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자마자 대전의 한 이발소와 양복점에서 시다생활로 인생 서막을 시작했다. 

서너 달 만에 한번 꼴로 주말이면 집에 들르곤 했는데 내가 그 오빠를 좋아했던 이유 중에는 큰 오빠와는 달리 집밖으로 나돌지 않고, 집에 머물면서 여동생들을 돌봐줬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그가 이발소 다니며, 기술을 조금씩 익혀 와서 우리들의 머리를 자르고 감겨주고 손질해 줄 때 정말이지 좋았다. 그런 다음 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나를 부러워하곤 했는데, 세상에, 나 같은 사람도 주목을 받고 선망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니... 이렇다 보니 그 오빠가 자주 오기를 고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것 말고도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겨울밤이면 한 이불속에 누워 잤는데 그 이유는 윗방까지 불기가 미치지 않아 한 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그때 그 오빠는 그가 읽었던 책과 도시에서 본 영화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 

책 이야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 얘기만이 그림처럼 선명하게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그가 반복하여 들려줬다는 것인데 아마도 내가 여러 차례 졸랐기 때문이리라. 꼼지락대던 다른 발가락들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말똥말똥하게 눈을 굴리며 그가 선하품을 내리 할 때까지 조르고 또 졸랐던 것이다.    

 

   
 

  그 영화가 『스잔나』이다. 제목에서 서구의 냄새가 확 다가오긴 하지만, 홍콩영화이다. 고백하건대 사실 나는 오랫동안 중국과 홍콩의 영화를 구분하고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두 나라의 관계를 역사를 잘 몰랐다는 얘기이리라. 

나는 그 시절 그 영화의 포스터조차 본 적이 없다. 시간이 지나 주인공 여배우가 불렀다는 노래를 우리나라 여가수가 번안하여 불러 유행했을 때에야, 언니 오빠들이 몰래 숨겨놓고 보던 잡지 속에서 어렴풋이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우리 집에는 라디오조차 없었는데 그 노래도 작은 오빠가 알려 주었을 것이다. 노래 제목은 「꿈은 사라지고」였다. 어머니는 청승맞다며 그만 좀 부르라고 몇 번이나 구박을 하셨다. 저녁밥 짓는 아궁이 앞에서, 참외 순을 집으며 부르고 또 불렀다. 나는 지금도 그 노래를 가사도 곡조도 틀리지 않고 부를 자신이 있다. 

죽을 날을 받아 놓은 아이처럼 그 노래가 왜 그토록 당겼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아이돌 그룹이 부르는 가사들이 때때로 민망해 죽겠던데 어린 철없는 것들은 열심히 따라 부르지 않느냐 말이다. 어른들이나 의미를 부여하고 재해석하고 있지 않으냐 말이다. 그 가사는 이러하다.

 

                            해는 서산에 지고

                            쌀쌀한 바람 부네

                            날리는 오동잎

                            가을은 깊었네

                            꿈은 사라지고

                            바람에 날리는 낙엽

 

                            내 생명 오동잎 닮았네

                            모진 바람을 어이 견디리

                            지는 해 잡을 수 없으니

                            인생은 허무한 나그네

                            봄이 오면 꽃 피는데

                            영원히 나는 가네

 

  오빠가 줄거리를 들려 줄 때 나는 막돼먹은 동생 ‘스잔나’가 되었다가, 착해터진 그녀의 이복언니가 되었다가, 불치병에 걸린 소녀가 되어 질질 짜기도 했을 것이다. 이렇듯 나는 최초의 영화를 본의 아니게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 귀동냥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듣고 말았다. / 이현옥(우석대 도서관)

 

   
글쓴이 이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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