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상산고 자립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논란이 전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학교측과 학부모들의 강력한 반발에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급기야 정치권까지 가세해서 신중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상산고 학부모들은 “김대중 정부가 일반고를 살리려고 도입한 자립형사립고가 지금은 일반고 침체의 원인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고 지적하며 “다른 시도와의 형평성에 맞게 평가점수를 80점에서 70점으로 낮추라”고 요구한다.

  반면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자사고는 입시경쟁교육이 공고한 우리나라 교육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으로, 결국 대학입시를 대비하기 위한 특권학교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며 “재지정 평가기준을 상향해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전북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전북에서 선제적으로 자사고를 폐지한다면 인재 유출이 우려된다”고 들고 “전북교육청은 독단을 버리고 자사고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도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박장우 주필

  이에 대해 전북교육청은 당초 계획대로 상산고에 대한 평가를 진행할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신경전의 본질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상산고에 성적 우수학생이 집중되다 보니 일반 고등학교 학생들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하나인 것 같고, 다른 하나는 자사고와 같은 특별한 학교를 꼭 두어야 하느냐 하는 차별없는 세상론자들의 주장인 것 같다.

  전주지역 일반계 고등학교 진학만 놓고 보면 15년 전하고 지금은 크게 달라졌다. 15년 전에는 전주지역 중학생들이 전주지역 일반고로 진학하려면 자기 반에서 적어도 중간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희망하는 중학생들 대부분이 전주지역 일반고로 진학한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공부 잘하는 중학생들이 상산고로 몰리는 상황이라면 다른 일반고의 현실은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김승환교육감의 독선이라고 불리는 전북교육청의 결정도 이런 점을 감안해서 나온 것 아닐까 싶은 것이다.  

  두 번째는 특권학교를 폐지하고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자사고는 학비가 비싼 부자들의 귀족학교로서 서민들에게 상실감을 준다”고 비판한다.

  우리나라는 차별하면 무조건 발끈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성 차별이나 장애인 차별과 같이 용납될 수 없는 차별도 없지 않다.

  그러나 차이나 차등은 누구나 인정해야 하고 그로인한 다른 대우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세상에서는 능력 차이나 성적 차등을 기준으로 상급학교 진학도 하고 직장에 취업도 하니까 말이다.

  학창시절을 경쟁 속에서 보내온 세대들에게는 속칭 일류학교나 특권학교에 대한 반감이 그리 많지 않다. 어떤 가수의 노래처럼 ‘잘난 사람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 대로 사는’ 세상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지역 일반고 평준화는 1979학년도부터 시행됐다. 중학교는 그보다 9년 빨리 시작됐다.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추첨으로 학교를 배정했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때 일반고 평준화정책에 대한 보완책으로 자사고정책이 도입됐고, 다시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자사고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일고 있고 말이다.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 논란은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이해 관계자들이 정면 충돌하고 있고 어느 쪽도 물러서기 어려운 입장에 놓여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북교육청의 정책은 학생들이 보다 좋아지는 쪽으로, 그게 성적이든, 기술연마든,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쪽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차별은 없애야 하지만 차이는 인정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전교조까지 슬럼화라고 표현하는 일반계 고등학교의 침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고 싶어한다는 사실이다. 자사고까지 허물어서 매워줘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도 궁금하고 말이다. / 박자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