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포스트(www.jbpost.co.kr)는 전주한옥마을과 가까운 동문거리 홍지서림 근방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휴일에 사무실에 나올라치면 걱정부터 앞선다. 삼천동 집에서 사무실까지 어떻게 가야할 지 막막해진다. 전주 한옥마을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말이면 일대가 차량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길목마다 차량이 정체돼 있어 빠져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막힌 도로에서 속절없이 기다리다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한옥마을의 차량 정체는 인접 지역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전주 구도심 전체에 파급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옥마을로 진입하는 기린로는 차량들이 혼잡하게 얽혀 오지도가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주변 팔달로 또한 정체가 가중돼 신호등 하나를 건너는 데만도 몇 십분을 허비해야 한다. 관통로로 불리는 충경로 또한 차량으로 가득 찬다. 대중교통인 버스도 남부시장에서 오거리까지 20분이 걸린다고 한다.

강찬구 전북포스트 발행인

전주가 예전의 모습을 잃었다. 평온하고 넉넉하던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다. 서울 도심처럼 도로 전체가 차량으로 뒤얽혀 혼잡하다. 휴일에 구도심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고통이다. ‘한옥마을은 전주 시민들에게 약인가, 독인가...?’라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전주에 언제 이런 관광객이 몰린 적이 있었느냐는 말로 다독거려 보지만 불편함을 참는 것은 참으로 불편하다. 

나는 지금까지 전주에 사는 것에 대한 자긍심이 컸다. 그래서인지 실망이 크다.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다양한 음식, 한적한 도시 분위기, 전주 사람들이 갖고 있는 넉넉한 성정... 이런 것들이 전주의 진정한 맛이었다. 그러나 관광지화가 되면서 이런 것들은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전주만의 고유성이 빛을 잃고 있는 것이다. 한옥마을은 이미 전주가 아니다.

한옥마을의 토지도 이미 다른 외지인들에게 많이 넘어갔다고 한다. 지가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가게임대료도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임대료가 오르니 상업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그러다보니 소품 위주의 먹거리가 판을 장악했다. 젊은 학생들이 현금을 주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여기엔 세금을 면하려는 얄팍한 수도 들어있다고 본다. 그래서 ‘슬로시티’인 한옥마을 거리는 사람에 떠밀려 걸음을 옮겨야 하고, 마을 전체에는 국적 불명의 꼬치 연기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한옥마을의 상업화는 동문거리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동문거리는 최근 들어 집세가 크게 오르면서 세입자들이 밀려 나가고 있다. 이 지역도 투기의 대상이 되면서 땅값이 크게 오르고, 그나마 이 곳에 둥지를 틀었던 예술인들은 다시 도시 외곽으로 빠지고 있다. 관광 산업을 도시의 무공해 산업으로 추앙하는 세상에서, 이를 전면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 도시의 변절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한옥마을은 전주시민들에게는 소외된 ‘섬’이다. 음식을 먹기 위해서든, 산책을 위해서든 이곳을 찾는 전주 사람은 거의 없다. 전주의 음식점도 관광객이 찾는 집, 현지인이 찾는 집으로 세분화돼 있다. 한옥마을은 현지인과는 유리된 세계다. 전주다움을 잃어버리고, 전주 시민들에게는 외면 받는 별도의 지구. 주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관광지가 존속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나는 전주에 사는 것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 내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전주가 아니다. 그 넉넉함은 없어지고, 대도시 같은 혼잡한 도로, 인정 없는 상업화만 남았다. 막걸리집의 정취도 사라졌고, 음식도 옛 맛이 아니다. 내 생활 반경도 그만큼 좁아졌다. 휴일이면 오히려 길이 막히고, 우리 동네였던 한옥마을은 마음 밖의 공간이 됐다.

전주 한옥마을이 주는 불편을 ‘전주가 언제 이래본 적 있느냐?’는 거시적 명분으로 감내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전주의 관광 산업과 한옥마을에 몰리는 관광객을 위해 전주 시민으로서의 내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나는 전주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