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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의 성장통> 11. 바루산 아래 3
전북포스트  |  jbpost20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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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8  16: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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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형은 차도가 없었다. 리어카에 실려서 어딘가로 침을 맞으러 갔다. 그런데 침 맞으러 다닌 지 여러 날이 지나갔는데도 형은 일어서서 걷지를 못했다. 해거름 판에 용천에 사는 점쟁이 할매가 다녀갔다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짝귀 형 집으로 갔다. 형은 빙긋이 웃으면서 얘기를 해주었다. 잔밥을 먹여야겠다고 할매는 형을 뒤집어놓고 쌀 반 되를 보자기에 싸서 손바닥으로 마사지하듯 허리를 꾹꾹 눌러댔다는 것이다. 잔밥 먹이는 게 뭔지를 잘 모르는 꼬맹이들은 고개만 갸우뚱하고 있었는데 그 다음 말이 기막힌 것이었다. 점쟁이 할매가 짝귀 형 허리에 잔밥 먹이다 말고 느닷없이

“야가 비암 밟었고만. 비암 밟어서 허리가 요모냥인 게여” 이러더라는 것이었다. 

뱀을 밟았다? 그것이 웬 소리일까? 뱀을 밟으면 허리가 아픈 것일까. 왜 아픈 것일까.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꼬맹이들 허리는 장차 어떻게 되는 것일까. 뱀을 밟은 것이 아니라 봄철 내내 뱀을 열 마리도 더 쳐 죽였는데 우리는 허리가 아픈 게 아니라 뱀처럼 아예 배로 기어다녀야 하는 것은 아닐까. 결국 우리 꼬맹이들도 점쟁이 할매한테 아픈 허리를 내주며 잔밥을 먹여야 한다는 말인데…….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해대는 형의 입을 꼬맹이들은 바라보고만 있었다. 잔밥을 먹였으니까 아픈 허리가 씻은 듯이 나아서 형은 다시 주물공장에 다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우리는 다시 뽀빠이며 라면땅을 얻어먹을 수 있겠다. 그나저나 뱀을 닥치는 대로 쳐 죽인 우리들 허리는 언제 쯤 아파오는 것일까.

 

   
그러나 형은 주물공장에 가지 않았다. 동네에 느닷없이 백차가 들이닥쳐서 형을 태우고 경찰서로 갔다. 자치기를 하고 있는 우리 눈앞에서 형은 순경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백차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본문중에서> / 사진 뉴스1=주물공장.

  침 맞은 효과가 나타났는지 허리에 잔밥 먹인 효험이 나타났는지는 몰라도 형은 이틀 뒤 허리가 정말 말짱해졌다. 그러나 형은 주물공장에 가지 않았다. 동네에 느닷없이 백차가 들이닥쳐서 형을 태우고 경찰서로 갔다. 

자치기를 하고 있는 우리 눈앞에서 형은 순경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백차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형은 눈을 딱 감고 뭐를 생각하고 있는지 눈을 한 곳에 정하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는 것 같았다.  구판장에 어른들이 두세두세 모여서 무슨 얘긴가를 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 형이 왜 경찰서에 잡혀갔단 말이냐. 꼬맹이들은 발부리로 땅을 찍으며 어른들 낌새를 살폈다. 주물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대학생들이 있었다는데 이들 꿍꿍이를 물으러 온 형사 끄나풀에게 협조를 안했기 때문에 형은 교도소에 갈 거라고 했다. 

그때 어른들 입에서 뱀을 밟았다는 말이 다시 튀어나왔다. 뱀을 밟았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뱀을 밟으면 허리가 아픈 뒤 경찰서에 끌려간 다음 결국 교도소에 가야 하는 것인지 뭔지 꼬맹이들은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형은 형사도 아닌 졸개를 어째서 안 도와준 걸까. 그리고 그 높은 대학생들은 왜 하필 주물공장에서 일을 했으며 거무튀튀한 형에게 어떤 도움을 청한 것일까.

도저히 캐낼 수 없는 궁금증을 물고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꼬맹이들은 언제 아파올지 모르는 허리를 만져보면서도 뱀을 밟았다는 말이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뱀을 밟았기 때문에 허리가 아팠다는 형이 도대체 왜 교도소에 간 것인지..

 

  모내기철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흘이 멀다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날이면 날마다 골머리를 쥐어짜며 뱀하고 교도소 사이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우리 꼬맹이들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생각에 생각을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눠도 뱀과 교도소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그나저나 허리가 안 아프려면 형사 끄나풀을 안 만나야 할 터인데 이거 어떡하냐.그들은 순경 옷도 안 입었다는데 형사인지 끄나풀인지 어떻게 안 단 말이냐.

모내기철이 다 가도록 짝귀 형은 소식이 없었다. 오디 따먹는 철이 오고 있었다. 어른들은 구판장에서 막걸리를 먹으면서 짝귀가 대전교도소에 있다, 면회를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 

짝귀 형의 거무튀튀한 얼굴이 떠올랐지만, 형에게 정말 미안했지만 꼬맹이들은 면회를 갈 수 없었다. 사람은 어려울 때일수록 의리를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짝귀 형이 가르쳐줬는데 어떻게 해야 의리를 지키는 것인지 꼬맹이들은 몰랐다. 다만 어른들의 다음 말씀이 우리 꼬맹이들의 귀를 쫑긋하게 할 뿐이었다.

“긍게, 비암을 쥑일 때는 꼬랑지까장, 꼬랑지까장 쳐 쥑여야 헌당게.” <다음편에 계속>

 

   
이병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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