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우리 꼬맹이들에게 돈 줄 테니까 황방산에 가서 깐치독사를 잡아오라고 했다. 허리 아픈 데는 독사가 최고라면서 그것을 고아먹으면 금세 허리를 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돈 얼마를 준다고 했는지는 몰라도 우리는 그 말을 듣자마자 대막가지를 들고 황방산으로 향했다. 돈도 돈이지만 형을 돈 때문에 돕겠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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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은 우리가 개구리 잡아먹는 것을 말리기도 했다. 개구리가 울 때 구원! 구원 하고 우니까 그것을 많이 먹으면 개구리처럼 멍청해진다는 것이었다. 백 원은 커녕 십 원에도 못 가고 구 원, 구 원 꼭 거기에서 목 당그래질 해대는 것들이니까, 그거 많이 먹을수록 너희들 머릿속도 구 원에서 멈춰버린 멍텅구리가 된다는 것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그거 잡으면 얼른 가져오라고 했다. 안 좋은 것은 어른들인 자기네들이 어서 먹어치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개굴개굴이 왜 어른들 귀에 구원구원으로 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에 속을 꼬맹이는 없었다. 먹을 것이 생기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판에 그것을 잡아다 어른들께 바칠 개구리 앞다리만도 못한 멍텅구리가 꼬맹이들 중엔 없었다.

  짝귀 형이 허리 아파서 꼼짝 못하고 누워있다는 소식이 왔다. 형은 홀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 형은 오른쪽 귀가 크고 왼쪽 귀가 작아서 짝귀인데 주물공장에 다니고 있었다. 펄펄 끓는 용광로에서 쇳물 떠내는 일을 한다고 했다. 쇳물 떠내는 일 외에도 주물 틀에서 빠져나온 무쇠 솥들을 나르기도 한다는데 그때 허리를 삐끗한 모양이었다. 

형은 우리 꼬맹이들에게 돈 줄 테니까 황방산에 가서 깐치독사를 잡아오라고 했다. 허리 아픈 데는 독사가 최고라면서 그것을 고아먹으면 금세 허리를 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돈 얼마를 준다고 했는지는 몰라도 우리는 그 말을 듣자마자 대막가지를 들고 황방산으로 향했다. 돈도 돈이지만 형을 돈 때문에 돕겠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형은 우리에게 친절했을 뿐만 아니라 뭔가가 달랐다. 다른 형들같이 우리 꼬맹이들을 요렇게 노려보면서 또 뭔 말짓을 꾸미느라고 떼로 뭉쳐 다니느냐고, 니놈들 꼬락서니는 왜 늘상 동냥치 꼴이냐고 무작정 혼내려고만 들지 않았다. 어쩌다 구판장 근처에서 만나면 뽀빠이며 라면땅이며 하드를 사줄 뿐만 아니라  

다음 날 학교 끝나고 꼬맹이들은 눈알 번뜩거리며 햇살이 드는 바위틈이며 왕돌 밑을 찾아다녔다. 늦봄 저녁햇살이 꼬맹이들을 새까맣게 빨아먹든 핥아먹든 어쩌든 깐치독사가 쉴 만한, 축축한 제 몸을 말릴 법한 바위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없었다.

“공부는 못 해도 밥은 먹어야 한다. 만나주지도 않을 거면서, 놀아주지도 않을 거면서 토요일 수업 끝나면 뭐할 거냐고 묻지 말라. 친절한 척도 하지 말라. 친구가 너 혼자만 알아야 한다고 해준 얘기는 정말로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한다.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의리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짝귀 형은 이렇게 고상한 것을 가르쳐줬던 것이다.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사람? 의리?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어쩐지 멋있는 말같이 느껴졌다.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꼬맹이들은, 더구나 뱀 잡는 데 도사인 철호가 곁에 있는 한 두려울 것이 없었다. 

지체 없이 바루산 위에 가슴을 넓게 펴고 있는 황방산에 올라갔다. 그러나 개구리 잡으려고 풀밭을 누빌 때는 그렇게도 자주 나타나던 뱀이 막상 잡으려고 하니까 꼴도 뵈지 않았다. 깐치독사는 커녕 그 흔한 꽃뱀도 보이지 않았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깐치독사는 도대체 어디에 숨은 것이냐. 학교 끝나자마자 토끼풀 베는 것도 포기하고 이틀을 내뺐지만 허탕이었다. 풀이 죽어서 오늘도 못 잡았다고 얘기하니까 형은 빙그레 웃으며 내일 한 번만 더 잡아보라고 했다. 

해질녘이면 바위틈이나 왕돌 밑 따뜻한 데에 숨어 있을 거니까 거기를 집중적으로 뒤지라고, 깐치독사에 물리면 죽으니까 대막가지로 뱀의 목을 누른 뒤 엄지와 검지로 모가지를 꽉 틀어준 뒤 비료 푸대에 담아오라고 했다. 상처내면 약이 덜 되니까 되도록이면 상처내지 말라고, 그리고 비료 푸대는 미끄러워서 뱀이 기어나올 수 없으니 걱정 말라고도 했다.

  다음 날 학교 끝나고 꼬맹이들은 눈알 번뜩거리며 햇살이 드는 바위틈이며 왕돌 밑을 찾아다녔다. 늦봄 저녁햇살이 꼬맹이들을 새까맣게 빨아먹든 핥아먹든 어쩌든 깐치독사가 쉴 만한, 축축한 제 몸을 말릴 법한 바위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없었다.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꼬맹이들의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날이 어둑어둑해 질 때까지 황방산 첫째고개로부터 용천 골짝 밑의 계곡까지 뒤졌지만 깐치독사는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허탕치고 온 우리를 형은 빙그레 웃으며 맞아주었다. 그리고 내일부터 황방산에 가지 말라고 했다. 웃거티 상도형네 집에 깐치독사로 담근 술이 있다는데 그걸 먹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돼지고기 삶아 낸 것을 안주 삼아서 그 술을 대접째 먹고 하룻밤 푹 자고나면 허리 아픈 데가 씻은 듯이 나을 거라고 했다. 꼬맹이들은 기가 팍 죽었다. 꼭 도와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다음편에 계속>

이병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