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이병초의 성장통
<이병초의 성장통>11. 바루산 아래 1
이병초 시인  |  jbpost2014@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3.13  16:44:49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1.

  황방산 자락에 붙은 야산이 바루산이었다. 스님 밥그릇을 ‘발우’라고 한다는데 그것을 닮았다던가 엎어놓은 듯하다던가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 아래 아홉마지기 논배미로부터 용정리까지 십여 리 들판이 꼬맹이들 똥밭이었다. 

우리는 먹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뭐든 따먹고 캐먹고 구워먹었다. 진달래꽃 아까시꽃 오디는 따먹었고 돼지감자 띠뿌리는 캐먹었다. 개구리는 구워먹었다.

배고픈 봄 한철 대막가지 들고 풀밭을 툭툭 치고 나가다보면 느닷없이 튀어 오르는 개구리. 대막가지에 정통으로 얻어맞아 풀밭에 쭉 뻗어버린 개구리. 만세 부르듯이 앞다리를 쭉 뻗고 벌러덩 뒤집어진 작은 몸띵이를 눈길로 따라가 보면 개구리 물갈퀴가 자잘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자잘한 떨림을 꼬맹이들은 즐겼다.

 

   
황방산 자락에 붙은 야산이 바루산이었다. 스님 밥그릇을 ‘발우’라고 한다는데 그것을 닮았다던가 엎어놓은 듯하다던가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 아래 아홉마지기 논배미로부터 용정리까지 십여 리 들판이 꼬맹이들 똥밭이었다. / 본문 중에서

  “비암이닷!”

앞쪽에서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순간 꼬맹이들 등골이 오싹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눈알은 번뜩이며 대막가지를 꼬나쥐었다. 오냐, 어디 숨었냐 걸리기만 해봐라, 단박에 요절을 낼 터이다. 

꼬맹이들은 무슨 큰일이라도 한다는 듯이 자못 식식거리며 대막가지로 풀밭 여기저기를 쑤석거렸다. 보나마나 물뱀이거나 꽃뱀일 것이었다. 대가리가 세모꼴이냐 아니냐를 따질 필요도 없었다. 바루산 아래에서 독사를 보았다는 꼬맹이는 없었으니까. 바루산 옆에 바짝 붙은 황방산 밑자락에나 가야 깐치독사가 나온다고 했으니까. 

그래도 혹시 모른다. 내 발 밑에서 깐치독사가 요렇게 대가리 쳐들고 덤빌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리라. 독사는 등뼈가 반듯해서 커브로 휘어지면 못 따라온다니까 나는 지그재그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이런, 꽃비암이고만.”

한 꼬맹이가 막대기로 꽃뱀을 치도곤내고 있었다. 앞다투어 꼬맹이들도 거기에 합세해서 사정없이 막대기질을 해댔다. 꽃뱀은 막대기질에 갇혀서 사정없이 얻어터지다가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이젠 누군가가 꽃뱀의 시신을 산자락 옆에서 크는 오동나무가지에 걸쳐 놓을 것이다. 다 죽은 것을 왜 오동나무가지에 걸쳐 놓느냐고? 그것은 모르는 소리다. 뱀은 사악한 것이어서 땅김을 쐬면 살아날 수도 있는 것이니까 나뭇가지에 걸쳐놔야 한다. 그리고 땅에다 침을 퉤퉤퉤 세 번 뱉어야 한다. 그래야만 뒤탈이 안 생기는 법이니까.

 

   
배고픈 봄 한철 대막가지 들고 풀밭을 툭툭 치고 나가다보면 느닷없이 튀어 오르는 개구리. 대막가지에 정통으로 얻어맞아 풀밭에 쭉 뻗어버린 개구리. 만세 부르듯이 앞다리를 쭉 뻗고 벌러덩 뒤집어진 작은 몸띵이를 눈길로 따라가 보면 개구리 물갈퀴가 자잘하게 떨리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그런 행위를 왜 하느냐고, 그런 뱀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물어오는 눈동자가 있다. 그러면 나는 우리 꼬맹이들이 들었던 다음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뱀은 죽일 때 꼬랑지까지 죽여야 한다. 숨통이 아주 끊어질 때까지 잔인하게 죽이고 또 죽여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꽃뱀이든 물뱀이든 능사든 독사든 닥치는 대로 잡아서 꼬랑지까지 이를 악물고 죽여야 하는 것이다. 

왜 꼬랑지까지 죽여야 하냐고...? 요것들은 아주 사악한 것들이어서 꼬랑지라도 살아 있으면 어떻게든지 살아난다고 했다. 다친 제 몸을 낫게 하려면 어떤 풀을 먹어야 하는지도 다 안다고 했다. 약풀에 제 상처를 문질러서 몸이 다 나으면 저에게 몰매를 내린 놈 집에 찾아가 장독에 알을 까놓든가 장독대에 제 새끼를 퍼지른다고도 했다. 그러면 그 집은 뭐가 되느냐? 뱀들의 고향이 되는 것이지 뭐.

뱀은 이렇게 사악한 것이어서 틀림없이 해코지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지식을 알았느냐고 묻는 독자가 있으니 답하겠다. 위의 지식은 우리가 골머리 싸매고 공부해서 얻은 지식은 아니다. 동네 형들이 가르쳐 준 산지식이었으니까.

꼬맹이들은 뱀을 구워 먹지는 못했다. 형들이 가르쳐준 뱀의 사악함, 그것만으로도 정나미가 떨어져서 잡아 죽이는 데만 열을 올렸지 불에 구워서 오독오독 뼈째 씹어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산자락에 널린 나무토막들을 주워 와서 개구리 뒷다리는 구워먹었다. 불에 구워졌는지 겉불과 연기에 끄슬러져 익다가 말았는지 철사줄에 꿰어져 새카매진 개구리 뒷다리들을 허천들린 듯 먹어치웠다. 그 맛이 닭고기 맛인지 냇내 맛인지 뭐 그딴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많이 먹었다는 징표로 입 주위가 거무튀튀해지면 장땡이었다. <다음편에 계속>

   
이병초 시인
이병초 시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560-022)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성당길 13. 호운빌딩 3층  |  대표전화 : 063)231-6502  |  등록번호 : 전라북도 아 00076  |  발행인·편집인 : 강찬구
등록 및 발행일 : 2014년 8월 7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현영
Copyright © 2019 전북포스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