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에는 각급 학교마다 신학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올해 신입생이 전혀 없는 초등학교가 무려 9개 학교나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소식이다. 출산율 감소와 인구유출 때문이다.

  요즘 시골지역을 다녀보면 가끔 마주치게 되는 것이 노란색깔을 한 지역교육청 소속 스쿨버스다. 거주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로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버스인데 대부분 이용자가 초등학생들로 보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는 폐교도 종종 만나곤 한다. 대부분 초등학교로 사용되었던 시설이다.

  어떤 곳은 철제 공작물을 만들어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고, 어떤 곳은 도자기 제작 과정을 체험하는 곳으로, 그리고 어떤 곳은 차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이용되곤 하는데 상당수는 빈 공간으로 방치되다 시피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는 55년생 이후 사람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학급당 학생수가 60명을 넘어서  콩나물교실이라고 불렸을 학교들인데 말이다.

  당시 익산 왕궁초등학교도 학년 당 4학급에 학급당 학생수가 최소 50명 이상 됐었다. 가을 운동회가 열리는 날에는 학부모들도 구름같이 모여들어 학교는 인산인해를 이루곤 했었다.

  학교에서 멀게는 2-3km 떨어진 마을에서도 어린 학생들이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 아침 일찍 마을에서 출발했는데 학생들은 줄을 지어 이동했고 상급생들이 책임자로 이끌었다.

  학교가는 길에 봄에는 보리밭이 자리하고 있었고 모내기 할 때는 농수로로 수영을 하며 놀기도 했었다. 뽕나무 밭에 들어가 오디 열매를 훔쳐 먹던 추억도 없지 않다.

박장우 주필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꾀복쟁이 친구들을 만나곤 한다. 특히 설날과 같은 명절이 돌아오면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친구들도 고향을 찾아 콩나무교실의 추억을 나누곤 한다.

  그런데 지금 농촌에는 학생들 찾기가 쉽지 않다. 가끔가다 마을 앞에 멈춰서는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도 보면 한 두명이 고작이다.

  농어촌학교도 학생들이 너무 적을 때는 폐교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폐교 직전의 어떤 학교들은 전체 학생수가  10여명에 불과, 몇 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공부를 하기도 한다.

  지역주민들과 학부모들의 간청으로 학교로서 유지되다가 결국에는 폐교 조치되곤 한다는 것인데 이런 학교 근방에서 스쿨버스를 타는 학생들도 결국 다 합쳐봐야 10명을 헤아릴 뿐인 것이다.  

  도내 초등학교 신입생 수가 줄어도 너무 준 것 같다. 2005년 2만4581명이던 신입생이 올해는 1만6404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초등학교 학생수 감소는 도시지역 학교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비교적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전주 송천동 초등학교들도 학급당 학생수가 15명 아래라고 한다. 20년 전만해도 40명 가까이 됐던 것 같은 데 말이다.

  초등학생들이 줄다보니 어떤 학교는 운동장이 없이 실내 체육관에서 모든 행사를 치르기도 한다. 물론 최신식 시설을 갖춘 곳이라서 편리하기는 할 것 같다.

  초등학생 감소는 관련 산업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학교 주변 소규모 문방구가 대부분 사라졌다. 한때는 장사 잘되는 곳으로 통했던 문방구가 말이다.

  음악이나 미술 같은 초등학생 상대 학원들이 줄폐업했다. 수학이나 영어학원도 방과후 교육으로 5, 6학년 정도 돼야 관심을 보일 정도다.

  지난 3년 동안 도내에서는 3개 초등학교가 문을 닫았는데 앞으로도 폐교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는 이야기다.

  농어촌에서 살고 있는 학부모들의 고충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스쿨버스를 타더라도 학생들이 많은 학교로 보낼 것인지, 아니면 전체 학생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폐교 직전의 학교를 계속 고집할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다음 주에는 설 명절이다. 설날이 돌아오면 농어촌에도 활기가 살아난다. 멀리 나가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는 꾀복쟁이 또래 친구가 제일인 것 같다.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추억을 심어준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래도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환경이 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