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찰은 도내 한 축협조합장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해당 조합장은 지난해 10월 조합원 수십명에게 선물세트를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오는 3월 실시되는 조합장 선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선물을 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한 현재 도내 한 자치단체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에게 지역특산품을 돌렸다는 것인데 선물을 전달한 공무원 등은 구속된 상태다. 그러나 해당 단체장은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방에서 치러지는 이런저런 선거와 관련해서 금품제공과 관련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선거법 개정이후 10여년 이상 잠잠했던 금품선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인 것이다.

박장우 주필

 선거법에서는 ‘입은 열되 돈은 쓰지 못하도록’ 선거비용을 철저하고 상세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로인해 선거법 개정이후 선거법 위반 행위는 대부분 상대방에 대한 흑색선전이나 자신의 과대포장으로 처벌되곤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선거법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진 탓인지, 아니면 선거운동이 너무 과열된 때문인지 금품선거운동 등도 마다하지 않는 것 아닌가 싶다.

  실제 그런 분위기를 들려준 사람도 없지 않았다. 지난 연말에 만난 분인데 한때 조합일도 했던 사람이다. 그는 “조합장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은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도전자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당선돼서 실제 조합장을 하다 보면 별 볼일 없다보니 현직 조합장들은 선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된다. 자연 도전자들의 당선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 분은 아마 현직 조합장을 편들어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가 싶다. 아니면 현직들도 도전자들을 의식해서 선물제공 등 나름대로 대비는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오는 3월, 전국적으로 조합장 선거가 실시된다. 올해로 두 번째 실시되는 동시선거다. 이번 동시선거에서는 지역농협 조합장을 비롯 수협,축협, 산립조합장 등도 선출하게 된다.

  조합장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다 보면 지방선거 못지않은 열기가 일지 않을까 싶다. 실제 시골지역의 경우 조합장선거나 지방선거나 투표를 하는 유권자는 같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조합원 수가 적은 조합이나 특성화 조합 같은 경우 선거운동이 더욱 치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들만의 전쟁으로 한표 한표 모으는 일이 그냥 맨입으로 되지 않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역에서 유지로 행세하는 사람 중 주민들의 선거를 거치는 사람은 지방의원과 조합장이 있다. 지방의원은 시군의원이나 도의원으로 활동하는 사람인데 정치적인 색깔을 띈다.

  반면 조합장은 지역경제의 수장으로서 지역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로인해 지방의원들도 조합장 선거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구가 적은 시골지역이나 도시 변두리 지역은 주민들 모두가 서로를 잘 알고 지낸다. 선거철마다 마을에는 선거운동에 나서는 전문 선거꾼들도 없지 않다 한다.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은 어떤 주민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지도 대략 짐작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조합장 선거에서 현직이 갖는 프리미엄은 엄청날 것으로 여겨진다. 조합원들을 상대로 행해지는 모든 일이 조합장 선거운동이나 다름없을 것이니까 말이다.

  명절 선물도 조합 차원에서는 조합원 환원사업으로 이루어진 일인지도 모른다. 검찰과 경찰이 의혹의 시선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일이지만 말이다. 선물과 뇌물의 경계가 아주 애매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자치단체장들도 비슷한 사례가 없지 않을 듯싶다. 그리고 지금 사법당국에서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고 말이다.

  ‘입은 열고 돈쓰는 것은 막겠다’는 선거법의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어떤 선거든 금품 선거운동은 발본색원해서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 조합장선거가 자칫 잘못되는 쪽으로 흐른다면 모든 선거 분위기가 망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조짐도 지금 우리 주변에서 조금씩 감지되고 있는 것 같고 말이다. 오는 3월 실시되는 전국 조합장 동시선거가 주목되는 이유다.  / 전북포스트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