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크리스마스 주간에 모악산을 찾았는데 대원사로 오르는 돌계단 주변에 ‘Merry Chrismas 성탄을 축하합니다’라고 쓰인 플레카드가 내걸려 있었다. 오래전에 제작해서 매년 크리스마스가 돌아오면 사용하고 있는지 색깔도 좀 바래있었다.

  몇 년전에는 완주용진 서방산 봉서사로 들어가는 마을길에 용진 성당에서 내건 ‘부처님 오신날 할렐루야’라고 쓰인 플레카드를 본 적이 있었다. 천주교와 불교는 서로 축하할 일을 주고받고 하는 모양이다.

  일요일마다 교회에 다니고 있는데 개신교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정말 선하게 생긴 목사도 다른 종교 이야기 할라치면 먼저 흥분부터 하는 것 같다.

  스님도 제대로 발음하기 싫은지 앞 글자만 따서 ‘스'라고 부른다. 아마 ’님‘자까지 붙이면 높임말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박장우 주필

  기독교보다 더 늦게 탄생한 이슬람교 국가들은 ‘한 손에 코란, 한 손에 칼’을 모토로 정복활동을 했다. 내 종교 안 믿으면 죽이겠다는 위협인 것이다.  

  대원사 성탄축하 메시지에 뻥 뚫린 것 같던 가슴이 산도 다 내려오기 전에 다시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모악산 입구에 장례식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완주군이 허가했다고 비난하는 플레카드와 벽보가 도배돼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신문을 펼쳐보니 정치권 힘겨루기를 비롯 전국 곳곳에서 싸움박질 기사로 넘쳐났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도내 소식은 완주군 의정비 21.15% 인상안 주민공청회와 도내에서 가장 싼 기름을 판매하는 주유소를 협회측에서 항의 방문했다는 것이었다.

  먼저 완주군 의정비 주민공청회에서는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마련한 21.15% 인상안에 대한 찬반의견이 격돌했다 한다. 찬성측에서는 “의원들에게 줄 것은 주고 열심히 일하도록 해야 한다”고 거든 반면 반대측에서는 “생계비 등 개인적 사유는 의정비 인상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맞섰다.

  일반적인 상식의 수준에서 보면 의정비 인상률 21.15%는 좀 과하지 않았는가 싶다. 그동안 지급된 의정비가 얼마나 박했는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한꺼번에 20% 이상 올리는 것은 지나친 감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완주군 의정비 인상안은 심의위에서 마련한 대로 21.15%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됐는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의정비 인상 무효확인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해서 당분간 찬반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 대구고속도로 순창군 구간에 있는 한 주유소에 한국주유소협회 전북지회 관계자들이 급유차량 10여대를 몰고 찾아와 항의시위를 했다는 좀 희한한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에 있는 한 유통업체 소속의 이 주유소에서는 도내 일반 주유소보다 L당 200원 이상 기름을 싸게 팔면서 도내에서 가장 싼 주유소로 기름값 정보 사이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다.

  항의차 해당 주유소를 찾은 주유소협회 관계자들은 “특정회사 주유소로 인해 주유업계 가격이 왜곡되고 있으며 이는 개인 자영업자를 죽이는 행위”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주유소들이 손님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재량적으로 가격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의구심인 것이다.

  주유소마다 가격표시판을 내놓고 있는데 이게 다 ‘짜고 치는 고스톱’식의 담합이 아니었는가 하는 것 말이다. 기름값을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셀프 주유소 등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게 요즘이다.  

  이제 새해도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새해에도 우리나라 경제사정은 나아지지 못할 것 같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경제도 침체상태에 있고 우리나라는 내수부진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 경제성장률도 2% 중반으로 낮춰 잡고 있다. 고용불안은 물론이고 청년실업도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싶다.

  어려울 때 일수록 마음이라도 편안해야 하는데 갈수록 사회적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인 것 같다. 모두가 나와 우리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현상 아닌가 싶다.

  모악산 대원사의 성탄축하 플레카드 처럼 새해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아주 작은 배려들도 많이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