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혁을 요구하는 중소 정당의 몸부림이 처절하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 3당은 선거제 개혁과 예산안 연계 처리를 위해 밤샘 농성까지 했으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합의, 예산안을 우선 처리하자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는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상태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국회는 선거제 개혁을 위해 현재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심상정)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제 자체가 각당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 그동안 별다른 논의도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제 개혁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을 바라보는 각당의 입장은 크게 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비례대표제란 변형된 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중대선거구제를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는 반대하고 있다 한다.

선거제 개혁에 있어 최대 쟁점은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느냐 마느냐에 있다는 이야기다. 자기 지역구를 잃지 않으려는 현직 국회의원들의 입장을 감안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현재 67석인 비례대표 의원수를 대폭 늘리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한다.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37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신정권 시절 박정희 전대통령은 유정회라는 정치 결사체를 통해 국회 권력을 장악했었다. 총선에서 혹시 패배하더라도 국회 권력을 야당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 국회의원 1/3을 유정회 출신 의원으로 확보했던 것이다.

중선거구제는 박정희의 유신정권과 전두환의 신군부가 국회권력을 장악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었다. 특히 신군부는 나눠먹기식 중선거구제를 통해 야당의 분할을 유도할 수 있었다.

당시 여당인 민정당은 전국 어느 선거구에서도 자신들의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었다. 반면 제 1야당인 민한당과 제 2야당인 국민당은 당선자를 나눠가져야 했다.

유신정권과 신군부의 중선거구제가 다시 소선거구제로 돌아간 것은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후보가 당선된 이후다. 당시 1노3김이 장악하고 있던 정치권은 나눠먹기식 중선거구제를 지역 중심의 소선거구제로 바꿔 13대 총선을 치르게 되는데 이때 4당 체제의 여소야대 정국이 탄생했다.

선거제 개혁이나 선거구제 개편은 군부 쿠데타나 6월 시민항쟁과 같은 강력한 정치적 모멘텀이 있지 않는 한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아니면 선거제 개혁을 바라는 현직 국회의원들이 많을 경우에도 선거구제 개편이 가능할 것 아닌가 싶고 말이다.

중소 정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얻는 득표율 만큼 의원 숫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거대 정당들의 의석은 줄어들고 중소 정당들의 의석은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선거제 개혁의 초점은 선거 탈락자들의 민심이 선거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최소 몇표 차이로 탈락한 후보에게 보낸 주민들의 표심을 최대한 반영해 달라고 하는 주장 말이다.

국민들도 이런 주장에 대해 대체로 공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다.

다만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서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자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반감이 큰 것으로 들린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인데 그 숫자를 더 늘려달라고 하느냐며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한다는 이야기다.

선거제 개혁과 관련, 국민들은 소선거구제든 중대선거구제든 연동형 비례대표제든 별로 차별을 두고 있진 않은 것 같다. 따라서 지역구 의원을 대폭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을 크게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듯싶고 말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