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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 자락에서 벼락 같이 쓴 '금척'<책소개>김종록의 장편소설 오늘 출간...안중근 이토 저격 배경
강찬구 기자  |  phil6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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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1  10: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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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가 척살당한 다음 날, 러시아 신문 '노바야 지즈니'에 해당 사건에 대한 기사가 실린다.

암살 사건에 참여한 한국인이 무려 스물여섯 명이며 이토 히로부미가 통과하는 철도선에 배치됐다는 기사에 전 세계가 경악한다.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 대한제국의 청년 스물여섯 명이 제국주주의 심장을 저격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긍심을 높여 줄 김종록 작가의 신작 '금척'이 나왔다. 

게다가 안중근은 심문 과정에서 특파독립대 26인의 총대장이 김두성(金斗星)이라고 밝힌다. 일제는 발칵 뒤집힌다. 도대체 제국의 거인을 쓰러트린 김두성은 누구이고, 스물여섯 명은 누구의 지령을 받아 비밀결사를 진행했는가.

일제가 철저히 묻어버린 그날의 숨겨진 진실, 이토 히로부미 암살 작전 ‘금척 프로젝트’의 진상이 드러난다.

김종록 작가는 이토 암살 한 달여 전에 발행된 1905년 9월 15일자 샌프란시스코 교민신문 '신한민보' 3면에서 삽화 한 장을 보게 된다. 한국청년 김척(金尺)이 게다짝을 신은 일본여자 욱일(旭日)을 권총으로 쓰는 장면. 작가의 눈길을 끈 것은 권총 그림이었다.

총신 위에 눈금자가 새겨져 있었고, 손잡이에는 태극문양과 대한제국 이화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손잡이와 방아쇠 사이에는 한자로 ‘金尺’ 두 글자가 음각돼 있었다. 그렇다면 삽화에서 욱일을 쏜 사람은 ‘김척’이 아니라 ‘금척’으로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선 굵은 서사에 역사와 철학의 깊은 사유와 직관이 담긴 독보적인 소설을 써 온 작가는 이를 발견하고 “사흘 밤낮 혼이 뜨는 걸 경험했다. 먹지 않고 자지 않아도 피로한 줄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마치 격문을 휘갈기듯 벼락같이 소설 '금척'을 써 내려갔다.

 

   
총신 위에 눈금자가 새겨져 있고, 손잡이에는 태극문양과 대한제국 이화문장, 그리고 손잡이와 방아쇠 사이에는 한자로 ‘金尺’ 두 글자가 음각돼 있는 권총.

일제가 역사에서 묻어버린 이토 히로부미 척살 사건에 참여한 특파독립대 스물여섯 명과 그들의 수장 김두성의 비밀이 긴 침묵을 끝내고 세상에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일제의 거물 이토 히로부미가 척살 당했다는 소식이 한국 통감부에 전해진다. 소네 아라스케 통감은 더 자세한 보고를 받는다. 특파독립대가 26인이었고, 군함을 용선(傭船)해서 저격이 실패하면 귀국하는 이토를 대마도 부근에서 요격할 계획이 있었으며 이를 기획한 자가 김두성이라는 사실을 들은 소네 통감은 부랴부랴 수사에 나선다.

“이토 공 살해 총책 김두성을 잡아들여라. 본명이건 가명이건 사내건 계집이건 무조건 잡아들여 조사하라.”

소네 통감은 기습하듯 고종을 찾아가 봤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소네는 얼마 없는 내탕금 계좌를 들여다보다가 자신을 보고 쩔쩔 매는 고종에게 의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나약하게만 보이던 고종의 속내는 달랐다. 고종은 오래 전에 제70대 금척 전달자 금바우를 만났고 그 뒤로 ‘금척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었다. 과연 금척이란 무엇인가. 이야기는 특파독립대 암호명 3호이자, 금척 전달자 금바우가 상실감과 패배감에 빠진 고종 앞에 등장하기까지의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척은 “단군고사에 등장하는 천부인이 금척의 원형”이며 신라 시조 박혁거세나 조선 태조 이성계는 꿈에 신인으로부터 ‘이 황금의 자로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라’며 금척을 받았다.

“신라 금척은 사람을 살리는 신기한 자”였는데 당나라 황제가 이 신기한 금척을 빼앗으려 하자 “신라인들은 그 금척을 땅에 묻어버리고 주변에 수십 기의 무덤을 만들어서 찾지 못하게 했다.” 금척은 백성을 통솔하는 국가통치술이었고, 바른 식습관과 의약의 신기술이었다.

 

   
소설 '금척'의 표지 

또한 정도에서 벗어난 자를 베는 정의의 칼이기도 했다. “금척은 세상을 바르게 재고 다스리는 황금자다. 금척은 세상 어느 문명,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금바우(金巖)는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로부터 금척을 받은 장소인 진안고원 마이산에서 아버지에 이어 70대 금척 전달자가 된다.

고종황제는 그 금척 전달자 금바우를 만나게 된 계기로 금척정신을 국가리더십으로 채택한다. 금바우는 황제의 별입시로 금척을 복원하고 금척대훈장을 제정한다.

일제의 침략에 맞서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에는 이미 늦은 뒤였으나 고종은 결심하기에 이른다. “열 번 패했으되, 꼭 한 번은 크게 이기는 때를 노려왔다.” 그 한 번의 기회가 이토 히로부미의 척살이었다.

이토 척살의 진상을 서서히 파헤쳐가는 소네 통감과 금척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려는 특파독립대 3호 금바우의 치열한 싸움, 그리고 망국의 황제로 기억되는 고종의 마지막 임무…… 그 감동의 현장이 숨 막히게 펼쳐진다.

 

김종록 작가는 “나라는 빼앗겼어도 끝내 정복되지 않은 이들이 온몸을 바쳐 써 내려간 국민전쟁의 역사”가 “일제 식민지 프레임이나 망국 책임론에 갇혀 매도되거나 희화화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시대에 금척을 소환하고 금척정신”을 불러일으켰다. 

작가는 자신을 키운 고향이자 한국사상과 문학적 상상력을 키워주고 작가가 된 다음에도 몇 년간 머무르면서 밀리언셀러 '풍수'를 썼던 마이산의 고장 진안고원에서 '금척'을 써 내려갔다. 보수도 진보도, 남한도 북한도 덮어버리고 싶어 하는 근대사의 비밀을 작가는 꼬박 2년간 파헤쳤다. '금척'은 역사가들이 놓친 충격적인 일대사건, 그 승리의 서사다.

 

김종록 장편소설 '금척'(다산책방 펴냄)은 프롤로그에 이어 제1부 암호코드 ‘금두성’ 제2부 금척의 나라 제3부 내 한 몸이 꽃이면 제4부 우리는 금척을 쏘았다 제5부 정복되지 않는 그들, 그리고 에필로그와 작가노트로 이어진다. / 강찬구 기자

 

   
작가 / 김종록

김종록 작가는 성균관대 대학원 한국철학과를 졸업했다. 선 굵은 서사에 풍부한 교양과 현란한 사유, 특유의 직관이 담긴 독보적인 글을 써왔다. 장편소설 『소설 풍수』 『붓다의 십자가』 『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 『달의 제국』 등을 펴냈다. 인문교양서 『근대를 산책하다』 『한국문화대탐사』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 『바이칼』 등을 펴냈다. 문화국가연구소(주) 대표로서 한국학 문화콘텐츠 작업과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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