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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도 많고 사연도 많은 그 길-곰티재
강찬구 기자  |  phil6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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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5  16: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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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진안으로 넘어가는 곰티재 입구의 마을과 멀리 보이는 곰티재. / 강찬구 기자

곰티재를 걷는다. 한 많고 사연도 많은 고갯길이다. 완주군 소양면과 진안군 부귀면을 잇는 산길. 전주에서 진안으로 넘어가 장수, 무주까지 갈 수 있는 관문이다.

진안은 고원이다. 전주와 진안은 해발 고도에서 300-400m 차이가 난다. 그래서 전주에서 진안으로 가기 위해서는 험한 길을 오를 수밖에 없다. 오래전 고개로만 남아있을 때는 산적이 들끓었던 곳이라고 한다. 

 

   
 
   
곰티재로 향하는 걷기 모임 '마실길' 일행과 주변 풍광. / 강찬구 기자

곰티재 도로는 1910년께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전주에서 진안을 거쳐 무주, 장수까지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내가 중학교 2학년때인가,,, 김제중학교 보이스카우트였던 나는 무주구천동에서 열리는 잼버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 길을 지난 적이 있다. 그 때 우리는 모두 탈진 상태로 무주구천동에 도착했다.

아침에 김제에서 출발해 곰티재를 넘으면서 아이들은 멀미로 빈사 상태가 됐다. 그 시절 버스라는 게 얼마나 낡았으며, 기름 냄새는 얼마나 고약했으며, 길은 또 얼마나 험했던가... 차를 탈 기회조차 적었던 우리들에게 그 길은 처참했다. 아침에 출발한 버스는 저녁 어스름녘에야 무주구천동에 도착했고, 그런 아이들을 붙잡고 이창호 KBS 아나운서가 인터뷰를 했다.

 

   
 
   
곰티재를 오르며 바라보는 완주 방면. / 강찬구 기자

곰티재에서는 길이 험해 크고 작은 사고가 그치지 않았다. 1966년 현충일인 6월6일 오후 5시께 진안에서 전주로 가던 완행버스가 140m 낭떠러지로 굴러 15명이 숨지고 54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그 때는 차들이 낡고 부실해 고장도 잦았다. 브레이크가 고장나면서 무방비로 추락한 것이다.

   
 

 

   
곰티재 정상 부근. 산마루에서 경계가 바뀐다. / 강찬구 기자  

곰티재에서 사고가 많아 새로 만든 길이 모래재 도로. 이 길은 1972년에 개통했다. 하지만 모래재길도 험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사고 위험이 컸다. 급기야 1989년 10월 27일 오후 3시20분쯤 시외버스가 70m 낭떠러지로 굴렀다. 81명의 승객 가운데 25명이 숨졌다. 고향에서 추석을 지내고 돌아오는 길에 참변을 당한 것이다. 

그때 신문사에서도 난리가 났었다. 기자 2년차일 때다. 현장에는 가지 못하고 편집국에서 상황을 지켜보긴 했지만 끔찍한 일이었다. 사진기자들이 사진을 찍어 암실에서 현상을 하던 시절이다. 사진을 보면서 경악했던 기억이 새롭다.

 

   
 
   
곰티재 고개 위를 지나는 익산-장수간 고속도로와 마실길 일행. / 강찬구 기자

곰티재는 길이 생기기 전부터 비극이 서린 고개였다. 임진왜란 때(1592년) 왜군들이 전주를 공격하기 위해 넘어 온 고개였으며, 우리 의병들이 이들을 막으며 모두 전사한 ‘웅치전투’의 현장이다. 김제군수 정담 등이 의병을 모집해 적들을 막았으나 화살이 떨어져 몰살 당했다. 지금 곰티재 정상에는 웅치전적비가 세워져 그들을 위로하고 있다. 

 

   
 
   
곰티재 정상에 있는 웅치전적비와 이날 함께 곰티재를 넘은 걷기모임 '마실길' 일행들. / 이보삼 시민기자

이날 우리가 걸은 길은 15km에 달한다. 완주군 소양에 있는 화심온천연수원에서 출발해 곰티재를 꼬박 돌았다. 진안 부귀면 세동리 메타세콰이어 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둑했다. 그 곳에서 쉬다가 시외버스를 타고 차를 세워둔 완주군 소양면으로 왔다. 버스 운전사가 유쾌한 아저씨였다. 버스 조수부터 시작해 30년 넘게 이 길만 오가셨다 한다.

 

   
 
   
곰티재를 넘어 진안쪽 풍경. / 강찬구 기자

"길이 잘 안 보잉게, 차 안에 불을 좀 꺼야겄어요... 분위기 잡으라는 거 아닌 게 참고들 허시요 잉~~~  "이 모래재 고개가 몇 개인지 알어요...? 마흔네게여요. 맨날 이 길만 운전하다 본 게 그것만 세고 댕겼어..." 운전사 아저씨의 너스레다. 

이날 저녁은 모래재 길목을 30년 넘게 지켜 온 손두부집 '신원집'에서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찌개도 그만이려니와 밑반찬이 너무 맛있다. 채소의 싱싱함과 엄마 손 맛이 어우러져 찰지다. 이런 음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정말로 빡센 곰티재 마실길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막을 내렸다. / 강찬구 기자

 

   
진안군 부귀면 세동리 메타세콰이어 길 / 강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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