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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회 마을에서 천하를 보다- 전북형 삶을 찾아서 빵의 쟁취
강주영 편집위원  |  kjyn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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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1  13: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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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권리'인가? '좋은 삶"을 누릴 권리인가? 대한민국은 멀고 전북은 가깝다. 마을천하가 전북형 삶을 찾아서 간다. 몇 차례에 걸쳐 쓸 예정이다. 28회에서는 서문에 해당하는 '빵의 쟁취'에 대한 관점을 다룬다. / 글쓴이 주

 

나의 새벽이 오늘의 노동을 달고 왔다. 깊어지는 가을의 어둑새벽이다. 갓밝이는 조금 있어야 한다. 밤새 잠자리 벗을 해주던 귀뚜라미 소리도 잠들었다. 이 글을 마치면 일터로 아침 이슬을 밟고 가야 한다. 시쳇말로 일당쟁이 노가다 목수이지만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니 행복하다. 그러나 이 새벽 갈 곳 없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가슴이 시렵다. 
 
'전북형 일자리', '전북형 경제'라 하지 않고 '삶'이라 하였다. 왜 그런가? 1892년의 다음 문장으로 답은 충분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할 권리'가 아니다. 우리가 선언할 것은 모두가 '좋은 삶을 살 권리'이다." -크로포토킨 <빵의 쟁취>, 1892- 

 

   
표트르 크로포트킨은 약육강식, 적자생존, 경쟁의 진화가 아닌 상호부조의 사회사와 자연사의 관점에서 빵의 쟁취를 설파한다.

'일할 권리'는 언제나 임금노예가 되고 사회를 바꾸지 못한다. 고작 큰 공장 하나 더 들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시 떠난다. 지역총소득 4만달러 대한민국 1위(전북은 1만5천달러)로 부러움을 산 울산, 거제는 지금 미국의 디트로이트처럼 쇠락하고 있다.

이름하여 '녹슨 지대(러스트 벨트-rust belt라고 저널은 영어 그대로 쓰는데 '녹슨 지대'라 번역한다.)'이다. 지나가는 개도 일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데 작년에 인구가 최초로 감소하고 찬바람이 휭휭하다고 한다.

 

군산GM 철수 때에 보여준 소동은 울산 거제의 '녹슨 지대'로, "나를 좀 임금노예로 데려가시오." 밖에 안 된다. 일할 권리가 아닌 좋은 삶을 살 권리는 "GM 철수하지 마시오.'가 아니라 "지역을 바꾸자!"라고 외친다. 

일자리와 경제는 삶의 수단인데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된다. 노동과 경제는 발전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이다. 

생산이 모자란가? 아니다. 인류가 좋은 삶을 살기에 생산은 충분하다. 음식물 쓰레기는 굶주리는 인류 전부를 해결할 수 있다.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다. 부가 소수의 손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3% 경제가 성장한다는데 왜 일자리는 부족한가? 10년이면 30%인데? 더 생산하고 성장하자는 경제학자와 정치인의 구호는 이 단순한 통계에서도 거짓이 드러난다. 그들은 불편한 진실을 은폐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부가 소수의 손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빼앗기기 때문이다. 이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통계를 동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모두들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일자리를 늘려 달라고 애원하는가? 왜 일자리에 영혼을 파는가?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하자면 필자는 일당쟁이 비정규직 건설 노동자로 살고 있다. 속칭 '노가다'라도 하라는 말이 아니다.  

일자리를 요구하는 대신에 사회, 아니 거기까지는 어려우니 우리가 사는 지역을, 마을을 바꾸자는 것이다. 국가, 청와대, 대통령, 국회의원을 말하는 시간에 단체장을, 지방의원을, 마을을 말하자. 우리는 너무나 많은 국가주의를 가졌다. 지역주의, 마을주의를 가지자.

 

돈은 충분하다. 45조5천억의 전북 지역총소득(GRDP) 중에서 해마다 약 4조5천억원이 지역 밖으로 나간다. 1조원만 막아도 전북의 모든 학생은 대학까지 무상 교육할 수 있다. 그것도 45조의 생산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모든 생산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생산에 비례하는 행복한 지역적 삶의 양식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대장지구 개발 사업에서 5천억가량의 수입을 올렸다. 비슷한 규모의 전주효천지구는 토지주택공사(LH, 공기업들도 영어 회사명을 쓰는 작태라니...)가 얼마나 벌어 갔을까? 

 

   
그림 / 나병재 화백

전주시는 아마도 지방세 수입 말고는 없을 것이다. 왜 시가 직영 공영 개발을 안 했을까? 지방채 발행의 부담, 사업 승패의 불확실성, 민원 등 행정의 어려움 때문에 토지주택공사에 넘겼다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전북의 1천8백억원의 2018년 학교급식 예산 중 몇 %나 지역농산물로 자급할까?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25~30% 수준이다. 왜 소농이 연합한 학교급식 농식품 전용단지를 14개 시군에 만들지 않을까?

교육감과 지자체장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학교급식은 농산품과 공산품(가공품)으로 분류되는데 두부만 하더라도 공산품이다. CJ나 풀무원 등의 대기업이 납품한다. 왜 따끈따끈한 엄마표 두부가 납품되지 않을까? 

노조는 자기들의 공장급식을 지역농산물로 자급하는 운동을 왜 않는가? 임금인상과 복지투쟁할 때에 공장 또는 산업단지 모퉁이에 노농연대 직거래 로컬푸드매장을 설치하는 일을 왜 하지 않을까?  

 

예는 많다. 도민체전 또는 전국체전 할 때에 생활체육회를 통해 나눠주는 운동복은 어디서 만들어 오는 것일까? 20여 만 명의 도내 학생들의 춘하추동 교복은? 

전북개발공사가 건설한 아파트의 가구는 도대체 어디서 들어오는 것일까? 

도시재생사업비는 건물주만 좋아자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집 없는 이들은 십 원도 혜택이 없다. 

보통경제를 외면하는 첨단경제 논리는 쓸모없다. 인구의 90%는 보통경제에 종사한다. 대기업이 하는 보통경제를 지역 자치경제로 탈환해 와야 한다.

교원공제기금, 공무원행정공제회는 있는데 노동공제기금은 왜 없는가? 삼성에 자동차보험 들지 않고 노동공제기금에 들고 싶다. 그리고 이 기금들은 지역별로 독립된 연합기금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의 부가 또 외지로 빠져나간다.

수 조 원의 농특자금을 뿌려도 농촌은 나아지지 않는다. 농민은 지자체가 공급하는 무상비료를 쓴다. 비료회사만 좋다. 농약, 농촌환경 개선, 농로, 수로, 면세유, 다방농민에게 가는 보조금 등 이 돈 저 돈 다 샌다. 차라리  자금/농민수 즉 시쳇말로 엔 분의 일로 나눠주는 게 낫겠다.

대기업에 종속된 택배노동자들의 서러움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연합한 자치택배를 만들면 된다. 주민자치센터, 파출소, 학교 등 물류망은  편의점보다도 많다. 

 

이제 예는 그만 들자. 신문 지면을 다 주어도 모자란다. 

정부에 빵을 달라고 요구하지 말자. 지자체에 아런저런 정책을 해 달라고 요구하지 말자. 도청 마당에 나락 쌓아 놓고 농성하지 말자. 우리가 주인이고 우리가 도지사와 시장과 군수를, 지방의원을 보냈는데 왜 요청하는가? 빼앗긴 빵을 탈환해 와야 한다. 

 

   
글쓴이 / 강주영 전북포스트 편집위원

대통령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어도 기분만 좋았고 좋을 뿐이다. 아무도 빵을 그저 주지 않는다. 이제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서민 스스로가 세우는 대안의 자치경제(지방자치의 자치가 아니다.), 자주관리공동체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빼앗긴 학교급식 1,800억 원부터 탈환해 와야 한다. 

빵과 장미의 쟁취를 위해 모두들 이 깊은 가을에 건강하시라! / 강주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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