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엘모자박물관에 전시된 디자이너 셜리 천의 작품들.

'모자’와 ‘추억’이 만났다. 전주 동문거리에 자리 잡은 모자박물관에 추억박물관이 입주했다. 둘이 합하면서 이름도 ‘루이엘박물관’으로 결합했다. 조현종과 곽승호. 이 둘의 만남이 씨앗이 됐다.

모자박물관(관장 조현종)은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외관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 1에 모자 판매점만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2층에 올라서는 순간 감탄을 내지르게 된다. 보물이 가득찬 멋진 모자 전시장이다.

추억박물관 전시장.

추억박물관(관장 곽승호)에는 벼라 별 것이 다 있다. 루이엘 모자박물관 건물의 1층 모자 판매점 옆에 있다. 한 점 한 점 발품 팔아 모은 수만 점 가운데 수천 점이 전시돼 있다. 한 마디로 추억 ‘돋는다.’

◆모자 박물관

루이엘박물관 2층에 오르면 모자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삼국시대의 관모인 조우관(鳥羽冠)과 삼국의 왕관이 맨 앞에서 반긴다.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국보 제 145호 백제 금관과 천마총에서 나온 국보 제 188호 신라 천마총 금관.

루이엘 모자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삼국시대 조우관(위)과 백제 및 신라 금관.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모자의 시대별 변천사, 세계 각 나라의 문화를 담고 있는 모자들, 그리고 영화에서나 봄 직한 모자들로 가득하다. 루이엘의 근간인 모자 디자이너 ‘셜리 천’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화려한 모자들이 관객을 반긴다.

모자 디자이너 셜리 천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각종 모자들.

중국 56개 소수 민족의 전통모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조대표가 2년간 수집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낯익은 셜록홈즈의 유명한 모자와 인디언 추장의 화려한 장식 모자도 볼 수 있다.

세계 각 나라의 모자들(위)과 중국 56개 소수민족의 전통 모자(아래).

최근에는 영국에 가는 길에 모자 늘리는 기구와 물푸레나무로 만든 모자 틀을 구입해 오기도 했다. 조대표는 지금도 모자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40억원 정도를 이 곳에 투입했다고 한다. 모자 콘텐츠 자료 또한 국내에서 꼽힐만한 규모다.

모자박물관 안에 전시된 피카소의 원본 작품 "모자를 쓴 여인'(과)과 모자를 늘리는 기구(가운데), 그리고 모자에 관한 책자 등 자료들.

유명인들의 기증 전시장도 따로 마련돼 있다. 공군 장군 출신인 김호중씨와 박종만씨 등이 이미 모자를 기증해 전시돼 있으며, 앞으로 개인 기증을 확산해 개개인의 모자 코너도 만들 계획이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모자로 신분을 구분하는 등 모자의 DNA가 흐르는 민족“이라며, ”정복과 피정복이 되풀이 되는 상황에서 모자로 신분을 구분할 필요가 생겼고, 이같은 배경이 오늘날 우리 나라가 세계 모자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 중인 모자들.

루이엘박물관 3층에는 모자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한 두시간 정도면 자신의 모자를 만들어 가져갈 수 있다. 체험 비용은 관람료 3천원을 포함해 9천원이다. 유치원생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조대표는 ‘박물관 개관 초기 한 중학생이 3일동안 체험실에 들러 엄마 생일 선물로 모자를 만든 적이 있다“며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평생 잊히지 않는 추억의 선물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엘모자박물관 3층에 마련된 모자 만들기 체험관.

루이엘박물관은 입장료 3천원을 받고 있다. 1층 판매장을 지나 2층에 박물관이 있다. 판매장에서는  루이엘 모자를 판다. 대중적인 모자는 15-25만원 선이다. 영화에서 등장한 모자들은 60만원을 넘는다. 

루이엘은 전국에 40여개 매장을 갖고 있다. 루이엘 모자는 비싸다는 이미지가 강해 쉽게 들어서지 못하지만 2층 박물관을 관람하면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루이엘모자박물관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조현종 관장(위)과 건물 1층에 전시돼 판매 중인 모자들.

◆추억 박물관

곽승호화백이 운영해 오던 ‘추억박물관’도 최근 루이엘 박물관으로 이주했다. 2009년에 개관해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의 인기를 얻었던 추억박물관을 옮겨야 할 처지가 되면서 이 곳에 합류했다. 동문을 계속 지키게 된 셈이다.

추억박물관의 각종 전시물들.

추억 박물관은 100여평에 달한다. 3개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추억될 만한 모든 물건이 담겨져 있다. 학창 시절의 학용품과 놀이판, 담배, 음료수 등등등... 전시장은 잡동사니로 가득하다. 한 전시장은 교실로 꾸며져 있다.

추억박물관 내부.

물품을 모두 얘기한다면 수만점에 달한다. 공간이 부족해 전시하지 못한 자료들도 많다고 한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보고 만지고 겪었던 모든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추억박물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손 때 묻은 물건들.

곽 관장은 지금도 좋은 물건이 나오면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간다. 남들에겐 구닥다리 낡은 것들이 그에게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렇게 한 점 한 점 모아 지금의 박물관을 만들었다. / 강찬구 기자

모자박물관에 있는 셜록홈즈 모자와 모자함.

전주 동문거리에 있는 루이엘박물관 건물 외관과 입구.